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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북 오브 몰몬’
신성모독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발칙함
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9/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9월호 - 전체 보기 )




▲ ⓒJoan Marcus

영미권 화제의 뮤지컬 ‘북 오브 몰몬’.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뮤지컬 넘버가 담겨 있는 음반을 통해서라면 어디에서든 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원론주의가 존재하는 사회일수록 종교를 성역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1980년대 말에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호메이니가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을 거론한 살만 루슈디에게 사형을 선고한 일도 있었다. 실제로 그의 소설을 일본어로 번안했던 작가 이가라시 히토시는 테러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문화산업에서 금기시되는 분야 중 하나가 종교다.

하지만 선입견을 깨서 오히려 재미있는 작품이 있다.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공연이 시작된 지 3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웬만해서는 당일 공연 표를 구하기 힘든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서양 건너 런던에서도 엄청난 흥행은 별반 다를 바 없다. 종교를 무대 전면에 내세우고 희화화해 큰 인기를 누리는 뮤지컬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소재는 몰몬교다. 요즘 우리나라 대학가에서도 말끔한 서양 청년이 단정한 차림으로 두 명씩 짝을 지어 돌아다니는 몰몬교 선교사들의 모습을 가끔 만날 수 있다. 우리말로는 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라고도 불리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미국 대륙에 기독교가 고대부터 관련돼 있었다는, 다분히 ‘미국적인 입장’을 반영한 기독교의 변형된 한 계파다. 조지프 스미스라는 선각자가 이 같은 내용을 하느님으로부터 금빛 현판에 새겨진 계시로 받아 다시 책으로 기록해 세상에 알렸다고 믿는데, 그 책이 바로 몰몬교도들에게 세 번째 성경이라 불리는 ‘몰몬경’이다.

정반대의 두 청년이 펼치는 아프리카 선교 활동

기본적으로 ‘북 오브 몰몬’은 코미디 뮤지컬이다. 선교 교육을 받고 장로가 된 스무 살 남짓한 두 주인공이 2인 1조로 2년여간 몰몬교 본부에서 지정해주는 지역으로 선교 활동을 떠나게 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케빈 프라이스는 몰몬교도로 전형적인 순진무구한 청년이다. 각이 제대로 서 있는 바지와 그 안으로 깨끗하게 밀어 넣은 흰 셔츠, 깔끔하게 빗어 넘긴 2:8 가르마를 하고 이 세상의 모든 긍정의 메시지는 다 담겨 있는 듯한 미소를 띠고 있다. 독실한 몰몬교도 가정에서 자란 그는 하느님이 자신을 통해 거대한 역사를 행하실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인 아널드 커닝햄은 케빈 프라이스와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다. 곱슬머리에 남산만 한 배를 지닌, 그리고 몰몬교에 대한 기본 상식은 별 볼 일 없는 수준의 평범한 청년이다. 순진하고 어리바리하지만 상상력이나 융통성만은 탁월한 그는 어릴 적부터 궁지에 몰리거나 어려운 상황이 오면 끝 모를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꾸며내는 남다른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프라이스와 커닝햄은 마침내 교육을 마치고 함께 선교를 떠나게 된다. 그런데 두 청년이 배속된 지역은 누구도 예상 못했던 아프리카 우간다. 그로부터 무대는 배꼽 잡는 좌충우돌과 우여곡절이 이어지며, 기상천외한 스토리와 발칙한 상상력으로 점철된다. 쉽지 않은 선교에 실의에 빠진 프라이스와 달리 혼자 선교에 나섰다가 원주민 소녀에게 호감을 갖게 된 커닝햄은 몰몬경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들려주기 위해 특유의 엉뚱한 상상을 덧붙여 변화를 가미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커닝햄의 이러한 무한 상상력 덕분에 한꺼번에 수십 명이 세례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변이 연출된다. 몰몬교 본부에서는 우간다에서의 선교 성과를 크게 반기게 되고, 결국 선교대장이 직접 우간다를 방문하기로 결정한다. 흑인 주민들은 선교대장을 반기기 위해 커닝햄에게 전해 들은 몰몬경 이야기를 자신들만의 춤과 노래로 꾸미는 계획을 세운다. 결국 선교대장의 방문에 우간다의 새 신자들은 야심찬 무대를 선보이지만 기상천외한 이들의 공연에 선교대장은 아연실색하고 만다.

우간다 지부가 폐쇄되는 날. 그러나 우간다에서 동고동락하던 몰몬교 장로들은 본부의 결정과 달리 그곳에 남아 자신들만의 선교 활동을 지속하기로 마음먹고 결국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몰몬교 선교사들이 탄생된다. 다만, 그들의 손에는 몰몬 경전이 아닌 장로 커닝햄이 새로 지어낸 이야기, ‘아널드 경전’이 들려 있다.

 

풍자가 담긴 뮤지컬 넘버들

사실 이 작품의 풍자와 희화화의 매력은 단지 몰몬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나 비현실적인 이미지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나아가 미국인들의 문화적 편향성마저 도발적인 풍자의 대상이 된다.

제작진을 보면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바로 MTV의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사우스 파크’의 공동 창작자인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기 때문이다. 음악 역시 엽기 컬트의 내용으로 유명한 뮤지컬 ‘애비뉴 큐(Avenue Q)’의 작곡가인 로버트 로페스가 참여해 ‘황금 트리오’를 구성했다. 입담 좋고 농담 잘하는 스토리텔러 두 명과 몇 소절만 들어도 폭소가 터져 나오는 코미디 뮤지컬 작곡가가 결합했으니 그 폭발력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로버트 로페스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히트곡 ‘Let It Go’를 만든 음악가이기도 하다).

뮤지컬 ‘북 오브 몰몬’ 안에서는 아예 요즘 미국 사회와 브로드웨이의 트렌드를 대놓고 풍자하기도 한다. 우간다 촌락 주민들이 부르는 노래인 ‘하사 디가 이보와이(Hasa Diga Eebowai)’는 뮤지컬 ‘라이언 킹(The Lion King)’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를 패러디한 음악이다. 주인공들은 선교를 위해 뜻도 모르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우간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 사실 이 노래는 ‘빌어먹을 신이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우간다의 군부 정치 지도자 이름은 ‘엉덩이 노출(Butt Fucking Naked)’로 웃음의 대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또 아프리카를 돕자던 1980년대 미국 자선 음악회의 주제가 격이었던 ‘We Are The World’를 패러디한 ‘I Am Africa’도 노래 첫 소절부터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기발한 노랫말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역시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몰몬교에 대한 시각이자 제작진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이다. 순수했던 의도와 달리 예상치 못한 우간다 지국 폐쇄의 위기가 닥치는 순간에 현명함을 보인 것은 오히려 원주민들이다. 그들은 종교란 결국 상징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믿음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가의 여부라고 항변한다. 촌철살인의 코미디가 정치·문화적 의미를 지닌 본질적인 질문으로 갑자기 탈바꿈하는 셈이다. 제작진이 세상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진정한 질문도 바로 이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음반을 통해 엿보는 ‘북 오브 몰몬’의 묘미

전대미문의 흥행작이 됐지만, 아쉽게도 영미권 외의 지역에서 이 뮤지컬을 만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몰몬교라는 소재도 낯설거니와 미국적 유머와 해학으로 가득한 무대가 타 문화권이나 언어권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벽이 될 수 있다. 비극과 달리 희극은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못 참겠다면 대신 음악을 감상하면 된다. 2011년 발매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음반에는 무대 못지않은 재미가 담겨 있다. 프라이스가 부르는 노래 ‘I Believe’나 흑인들이 부르는 하느님에 대한 원망의 노래 ‘하사 디가 이보와이’, 초인종을 누르며 선교를 다니는 몰몬교 장로들을 빗대 만든 ‘Hello’ 등 한 곡 한 곡마다 담긴 풍자와 해학의 재미는 스토리를 연상하며 감상해보면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앤드루 래널스(프라이스 역)와 조시 개드(커닝햄 역)의 하모니도 흥미롭지만,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니키 제임스(나불룽기 역)의 노래는 발랄하고 시원스럽다. 특히 마지막에서 다시 한 번 ‘Hello’를 부르는 흑인들의 노래와 북 오브 ‘몰몬’ 대신 북 오브 ‘아널드’를 노래하는 합창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아쉬움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 뮤지컬은 신성모독에 가깝다. 제목은 몰몬교의 경전이지만 실제 무대에 나오는 몰몬교의 선교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에 불과하며, 발칙하고 심지어 외설스럽다. 하지만 웃음 이면에 미국인의 사회적 편견과 그릇된 우월 의식, 타 문화에 대한 무지 등을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 풍자하고 비꼬는 재미는 왜 사람들이 이 뮤지컬에 열광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종교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고, 걸핏하면 정치 모략이나 종교 탄압이라며 발끈하는 우리 사회의 단상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로워지는 글로벌 뮤지컬 극장가의 재미난 흥행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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