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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vs.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양자택일의 겨울이 돌아왔다
글 문애령(무용평론가) 12/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12월호 - 전체 보기 )




▲ 각국 열 명의 인형이 줄곧 주인공과 동행하며 ‘크리스마스 랜드’를 장식하는 국립발레단 버전


▲ 동화적 설렘이 절정, 사슴마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1막 마지막 장면

‘호두까기 인형’ 시즌이 돌아왔다. 국립발레단이 12월 18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이 12월 20일부터 3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국립발레단은 이 작품을 1977년 일본 안무가의 연출로 한국 초연했으나, 매년 정기적으로 공연한 관행은 훨씬 후의 일이다. 특히 2000년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을 도입하면서 작품 계보와 완성도에 대한 신뢰감을 높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86년 초대 예술감독 에이드리엔 델러스 연출, 1990년에는 로이 토비아스 연출, 그리고 1999년 올레크 비노그라도프 버전에 이어 최근에는 그간의 작품을 종합·각색한 ‘유니버설 버전’을 공연 중이다.
차이콥스키 발레 중 하나인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 안무로 초연된 서막과 에필로그가 있는 2막 발레다. 서막에서는 눈을 맞으며 친척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1막 파티는 소년들의 병정놀이, 소녀들의 인형 춤, 그리고 어른들의 축배의 춤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력을 지닌 드로셀마이어의 등장이 요점이다. 드로셀마이어 아저씨가 어린이들에게 마술과 인형극을 보여주고, 클라라(마리)에게 입이 커다란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한다. 그러나 남동생의 장난으로 인형의 목이 부러지고, 파티가 끝나 클라라는 잠자리에 든다.
1막 침실부터 2막 피날레까지는 소녀의 꿈속이다.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드로셀마이어가 등장해 초현실적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한다. 쥐들을 이끄는 쥐 왕이 나오면 소녀는 공포에 떤다. 마침 호두까기 인형이 병정들을 데리고 나타나 소녀를 보호하는데, 대포를 쏘고 칼로 결투한다. 위기에 처한 호두까기 인형을 클라라(마리)가 방석(슬리퍼·화약)을 던져 도와주면 쥐 왕이 도망치고, 멋진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이 긴 여행길을 안내한다. 눈에 덮인 전나무 숲 속 길을 지날 때는 합창 소리와 눈송이 군무가 아름답고, 그곳으로부터 더 좋은 곳으로 여행할 채비를 하며 1막이 끝난다.
2막의 배경은 화려한 궁전이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두 주인공은 공중에 떠 있는 배를 타기도 하고, 1막 끝에서 그네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도 한다. 나비나 박쥐를 만나 함께 춤추고, 뒤쫓아온 쥐 왕과 재결투를 벌여 승리하거나 이미 승리한 내용을 궁전 사람들을 만나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액션 장면 이후 각 나라의 민속무용이 발레로 변한 캐릭터 댄스가 나열된다. 안무자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스페인·아라비아·중국·러시아·갈대피리의 춤 등이 펼쳐진다. 국립발레단은 이들 모든 춤을 듀엣으로 안무했고, 유니버설발레단은 민속적 느낌을 보다 강조한다. 유명한 ‘꽃의 왈츠’ 군무에 이어 주인공의 화려한 2인무와 모든 등장인물이 차례로 행진하는 피날레가 펼쳐진다. 중간 막이 내려오면서 소녀의 침실이 다시 보이고, 아침을 맞은 주인공은 몽롱한 행복감을 전한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에서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은 모두 어린이가 출연하는 연출이나 ‘요정’이나 ‘천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비록 꿈속이지만 주인공 소녀가 스스로 왕자와 결혼하거나 그의 파트너가 되어 눈의 요정이나 사탕요정 춤을 대신하는 조숙한 아이로 묘사된다. 소녀의 이름은 각각 마리와 클라라로 달리 불리나 각 연결 장면에 등장해 극을 진행시키는 드로셀마이어, 인형을 망가트리는 남동생 프리츠는 같은 이름이다. 양쪽 발레단 모두 중간에 어린이가 발레리나로 변해야 하는데, 국립발레단은 꿈이 시작되면서, 유니버설발레단은 쥐 왕을 물리친 직후다.

국립발레단은 1966년 초연된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 계승을 공표하고 있지만 원작과 달리 1막은 주로 아이들의 축제다. 성숙한 발레, 포인트 슈즈의 예술을 주장한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어린이 출연을 금했고, 2막의 여러 캐릭터 댄스에서도 토슈즈를 신도록 했다. 그러나 ‘호두까기 인형’에서 어린이 출연은 불가피하다. 우선 관객들이 어린이 중심이라 출연진과 동화가 쉬워지고, 발레단 산하 아카데미 재학생들을 무대에 세우는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석이조의 효과를 포기할 수 없음은 곧 원작과 다름을 의미하나 그 변화를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그간 매우 다양한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였다. 어린 클라라가 남동생과 함께 과자의 나라에서 요정을 만나는 장면은 로이 토비아스 연출이 아닌가 싶고, 갈대피리 음악에 맞춘 새끼 양들과 늑대 이야기도 그 버전에 있었다. 주인공들의 춤이 6인무 연출이던 무대도 기억난다. 시종 4명이 호두까기 왕자와 클라라의 2인무를 도와주는 구성은 올레크 비노그라도프 시절에 본 것 같으나 최근 공연은 다시 그랑 파드되로 바뀌었다. 눈의 나라 장면도 과거에는 눈의 요정과 그 기사가 몇몇 군무와 춤추던 것에 반해 현재는 양팔에 눈송이를 늘어트린 20여 명 군무 행렬을 투입해 훨씬 화려하다.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 버전이 유니버설발레단의 스타일로 정착된 듯하다.
두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비교하면, 1막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아기자기함이, 2막은 국립발레단의 구성력이 돋보인다. 1막의 차이점은 우선 드로셀마이어의 마술쇼에서 춤추는 인형들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국립에서는 할리퀸과 여자 파트너가 차례로 춤춘 후 머리에 뿔 달린 남녀 도깨비가 출연하는 반면, 유니버설에서는 큰 귀걸이를 단 무어인이 나온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작품에서는 호두까기 인형 역을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점도 특기할 사항이다.
유니버설발레단 무대에서 동화적 설렘이 절정인 곳은 사슴마차를 타고 등불을 밝히며 여행을 떠나는 1막 끝 장면이다. 전나무 가지에 쌓인 빛나는 눈송이들이 환상적이고, 둥그스름한 쥐 분장은 보다 익살스러우며, 병정들과의 전투도 아동들의 장난기를 유지하며 진행된다. 한편 국립발레단의 2막 구성력이 돋보이는 이유는 각국 열 명 인형의 꿈이 시작되면서 줄곧 주인공과 동행해 ‘크리스마스 랜드’를 장식하는 연결성 덕분이다. 발레리나의 허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는 포즈를 비롯해 남자의 손바닥을 의자 삼아 앉은 발레리나가 공중에 떠 있는 장면 등이 적재적소에서 탄성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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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버전을 계승한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지만 점차
비슷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더욱 그 다름이 궁금하다
"



이제 선택의 관건은 캐스팅

두 발레단 공통의 화려한 볼거리로는 ‘늘어나는 크리스마스트리’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마술에 걸려 꿈의 세계로 진입하는 첫 증표이자 쥐와 왕자가 커지는 이유다. 2막 캐릭터 댄서들도 양쪽 모두 탁월한 솔리스트들이다. 원작에서는 아이들이 호두까기 왕자를 따라 과자의 나라에 가면 사탕요정이 먹을거리를 준다는 설정으로 스페인 춤이 초콜릿, 커피는 아라비아, 차는 중국 춤이다. 그러나 국립은 현재 각 나라 인형이 자국의 춤을 춘다는 해석이고, 유니버설의 경우는 ‘신비한 환상의 나라’에 사는 거주자들로 봐야 할 것 같다. ‘꽃의 왈츠’는 두 발레단 공히 화려하다. 중앙이 융기된 단 위에 백색 트리가 장식된 국립발레단의 무대, 왕궁처럼 보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무대에는 무려 28명의 남녀군무가 행진하고 도약하며 다양한 대형을 만든다.
‘호두까기 인형’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버전이 있는데도 새로운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나 주인공이 처한 환경을 바꾸는 현대적 개작도 있지만 고전발레 안에서의 소소한 개성 표출도 다양하다. 중국 춤을 어린이 군무로 처리해 각광받는가 하면, 큰 날개를 자랑하는 아기천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랑 파드되’를 사탕요정과 기사가 추는 경우, 2막의 클라라는 어린 소녀이며, 드로셀마이어의 안내로 숲 속 예쁜 집에 앉아 분위기를 즐긴다. 이런 장면들을 과거 한국 발레단에서도 본 적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안무 영향을 받던 시절인 듯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무대가 점차 유사해지는 인상을 준다. 둘 다 러시아 계보인 이유, 경쟁적으로 스펙터클을 강화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작으나마 고유한 매력이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번 주역 출연진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수적으로 우세하다. 황혜민과 엄재용,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김나은과 이승현, 팡멍인과 황전, 이용정과 이동탁, 홍향기와 강민우, 심현희와 김태석, 총 일곱 커플의 사진만 봐도 든든하다. 국립발레단은 아직 캐스팅이 미정으로, 수석무용수인 김지영·김리회·박슬기·이은원·이영철·이동훈·정영재가 교체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을 즐기며 여러 무대를 비교하는 마니아가 될 수도 있는 풍성한 ‘호두까기 인형’ 시즌이 2013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글 문애령(무용평론가) 사진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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