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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사 발레의 수석 무용수 커플 이현준과 손유희
새로운 춤을 찾아 떠난 행복한 여정
글 김태희 인턴 기자 7/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7월호 - 전체 보기 )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나 백년해로를 맺은 두 사람은 지금 미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바쁘고 힘들지만 배울 것이 많아 즐겁다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춤에 대한 의욕이 넘쳐났다


지난 2012년 10월, 유니버설발레단의 세 번째 무용수 부부가 탄생했다. 3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이현준과 손유희가 그 주인공이다. 연하커플로 시작한 이들은 부부의 연을 맺음과 동시에 미국 털사 발레로 이적한다는 깜짝 소식을 전했다.

이현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 이듬해 수석 무용수 자리를 꿰차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손유희는 페름 발레학교를 거쳐 프랑스 칸 주니어 발레에서 활동했고, 2004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했다.

이들의 마지막 무대였던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된 2012년 마지막 날, 객석에는 엄청난 박수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뛰어난 테크닉과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두 무용수를 이제 국내에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입단 3개월 만에 두 사람이 함께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다. 손을 맞잡기만 해도 웃음이 흘러넘치고,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깨가 쏟아지는 다정한 부부와 마주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른 무용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인데 어떻게 털사 발레로 이적을 결심하게 됐나요.

이현준 근 3년 동안 해외 발레단 오디션을 수없이 많이 보러 다녔어요. 지금까지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서 몇 년 만이라도 해외 발레단을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동양 남성이 주역 무용수로 해외 발레단에 입단하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손유희 반대로 저는 고민이 좀 있었어요. 러시아·프랑스 유학 동안 향수가 컸거든요. 그런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9년 반 동안 활동하면서 국내에서 출 수 있는 춤의 한계를 느꼈던 것 같아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생활이 아쉽기도 했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춤을 춰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죠. 그때 현준이가 털사 발레에 지원서를 넣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같이 지원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그날 새벽에 바로 답장이 오더군요. 너희 춤이 마음에 드니 우리 발레단에 올 수 있겠냐고.

유니버설발레단과 털사 발레의 연습 환경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손유희 가장 큰 차이점은 연습 스케줄인데요. 한국은 주역 무용수의 경우 자신의 파트만 연습하기 때문에 클래스 후 세 시간 정도면 연습이 끝나요. 그 후 진행하는 개인 연습은 자율적이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연습 시간은 길지 않은 편이죠. 반면에 털사 발레는 아침 9시 반에 출근해서 오후 2시에 한 시간 정도 점심 시간이 있고, 대략 오후 6시까지 모두가 연습을 함께 합니다.

이현준 연습 시간 자체가 굉장히 많은데 시간을 쪼개 체육관에 가서 운동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가죠.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한국이 정말 그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을 그리워할 새가 없을 정도로 바빴습니다.

처음 털사 발레에 들어갔을 때 언어적인 문제나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손유희 감사하게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유학 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너무 일이 쉽게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이현준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영어를 공부하고 갔는데도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는 건 정말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언어적인 문제로 조용히 지내기도 했는데, 금방 적응이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클래식 발레보다 모던 발레의 비중이 높은 것 같습니다.

이현준 한국은 대부분의 공연이 클래식 발레 작품으로 채워지지만, 털사는 모던 발레의 비중이 6대 4에서 7대 3 정도로 높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공연했던 포사이드 ‘인 더 미들’을 제외하고는 털사 발레에서 한 모든 작품이 새로운 것이었어요.

털사 발레의 작품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손유희 통칭하자면 모던 발레지만,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저희 두 사람에게 작품의 성향이 맞는지를 따지기보다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면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레퍼토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현준 ‘익스트림리 클로스(Extremely Close)’라고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선보일 작품인데요. 저희가 추는 마지막 듀엣은 바닥에 깃털이 깔린 채 춤추기 시작하는데,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깃털이 날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작품 자체는 심플하지만 무겁고 감성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손유희 딱 한 작품만을 고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가 수석 무용수로 승급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 샌프란시스코 발레 상임 안무가 유리 포소코프의 ‘클래시컬 심포니(Classical Symphony)’예요. 털사 발레에서 처음으로 공연한 모던 발레였는데 고난도의 테크닉이 많아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어요. 그럼에도 좋은 결과를 얻어 기억에 남네요. 또 작년에 공연한 작품 중에 ‘봄의 제전’이 있는데, 무대 위에서 혼자 제물로 바쳐지는 연기를 해야 했어요. 제 춤의 또 다른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작품이죠.

시니어 솔리스트로 입단해 3개월 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습니다.

이현준 입단 후에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하는 것이었어요. 저희 생각에는 단장님이 그 점을 높이 산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시니어 프린시펄(수석 무용수보다 한 단계 위)로 승급하게 되는데, 발레단에서 저희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는 것 같아요. 다른 발레단으로 이적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겠죠.(웃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춤의 시너지

2년차 부부로서 무용수 생활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손유희 저희는 무용에 관해 토론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혼자일 때보다 춤에 더 열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남편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모르는 저의 단점을 알려줄 수 있죠. 덕분에 어떻게 춤출 때 더 좋게 보이는지 연구할 수 있고요. 단점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이현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니까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됐어요. 다만 서로의 춤을 너무 잘 알게 되니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지는 게 단점이랄까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좋은 점인 것 같아요. 부부로서도, 무용수로서도 함께하기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죠.

‘서른’을 맞이하여 앞으로의 무용수 인생을 위해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현준 만으로 세야죠.(웃음) 저는 스물여덟, 유희는 스물아홉…

손유희 의욕만 앞섰던 어릴 때와 달리 요즘은 춤을 추기 전에 생각을 먼저 하려고 해요. 단순히 무대에서 롱런하는 것을 떠나 춤이 성숙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예전에는 작품을 하면 동작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동작이 더 잘 되기도 하더군요.

이현준 몸 관리는 물론이고 젊었을 때보다 연습량을 늘리고 있어요. 단지 춤추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니라 춤을 더 똑똑하게 추고, 나아가 무대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부터라도 더 즐겁게 춤추기 위해서 말이죠.

동료 무용수이자 남편·아내로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현준 선생이자 제자도 될 수 있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존재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춤을 추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손유희 저에게는 고마운 사람이에요. 본인도 힘들 텐데 잔소리까지 들어가며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적인 남편이거든요. 한번은 도시락도 싸줘서 발레단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했다니까요.

10년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이현준 아빠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무가의 꿈도 있어서 그때는 제 아내를 주인공으로 하는 안무작도 발표하고 싶네요.

손유희 요즘 들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유학도 다녀왔고, 무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아요. 특히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7월 16~17일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으로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이현준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로 선정한 ‘에스메랄다’는 아직까지 함께 해본 적이 없는 작품이에요. 이제는 무용수로서 나이도 그렇게 젊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테크닉적인 요소보다는 좀더 감성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저희는 오랜 파트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성숙한 파트너십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유희 모던 발레 레퍼토리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털사에서 했던 작품이 여럿 있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을 선보이면 좋을지 오래 생각했죠. ‘익스트림리 클로스’가 제일 감명 깊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작품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굉장히 부담이 되지만 저희를 기다려준 관객들께 무대를 선보일 수 있어 기대가 됩니다.

사진 박진호(studio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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