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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도 직업병을 앓을까?
피아니스트의 엉덩이에는 연습 때문에 생긴 멍 자국이 있다던데, 연주자들의 직업병이 궁금해요
글 정은주(자유기고가) 7/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7월호 - 전체 보기 )




Q. 며칠 전 친한 친구를 만났어요. 초등학교 동창생인데,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악기를 연주하며 생기는 일종의 직업병이 있다고 들었어요. 연습을 많이 할 때면 손끝이 딱딱해지기도 한다며, 제게 거친 손끝을 보여주더군요. 평소 클래식 연주자들은 화려한 무대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해 좋아보이기만 했는데 친구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랐거든요. 악기 연주자들이 갖게 된 각종 증상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직업병이라고 부를 정도로 평생을 함께하는 질환인지도 궁금해요.

임승희(서대문구 연희동)



A


짧게는 3분부터 길게는 한 시간 이상 한 자리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원하는 경지에 이를 때까지 오랜 시간 연습하는 일은 과연 연주자의 신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요? 먼저 예중·예고·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필자가 자신 있게 대답해드립니다. 연주자라면 누구나 아픈 곳이 있습니다. 임승희 님의 궁금증을 위해 국내 여러 음악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대체 그 사랑하는 악기로 인해 안고 가야 하는 당신의 직업병은 무엇입니까?”

피아니스트 유영욱의 아픈(?) 사연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별다른 증상은 없어요”라고 하네요. 연주자로서 직업병이 없다는 이야기죠. 그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쓴 덕분에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이 앓는 목이 뻣뻣하게 굳거나 어깨와 팔, 손목 통증 등을 앓은 적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이상한 자세로 위대한 예술을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자세를 바로잡는 일로 예술을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죠. 똑같은 예술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라고 말하는 그는 다른 연주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피아노는 한 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하는 악기예요.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한다면 안 아프던 사람도 아플 수밖에 없겠죠? 피아노의 전설인 글렌 굴드의 연주 모습은 마치 둥근 공이 피아노에 붙어있는 것 같죠. 평소 굴드는 동료들에게 항상 관절이 아프고, 몸이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합니다.”

몇 해 전 만난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스스로 손등의 힘줄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역시 오랜 시간 연습을 한 탓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일종의 직업병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오른쪽보다 왼쪽 종아리 굵기가 조금 더 굵은, 못된 증상을 앓는 피아니스트들도 적지 않더군요. 왼쪽보다 오른쪽 페달을 더 많이 쓰기 때문일까요… 피아노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 때문에 엉덩이에 멍 자국이 생겨버렸다는 분들도 꽤 있고요. 손가락 끝이 딱딱해지고, 살갗이 벗겨져 피가 나오기도 한다죠. 어깨와 팔, 손목 통증으로 인해 수시로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다니는 일은 연주자라면 누구나 반복하는 일상이라고요.

하피스트 곽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프는 손목의 각도를 세우고 엄지를 올린 상태에서 2·3·4번째 손가락은 아래로 내려야 하는 어려운 자세로 연주해야 한다고 하네요. 때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손목에 큰 무리를 줄 수 있어 건초염을 앓는 경우가 많다네요.

“첼로와 하프는 악기를 안는 자세라서 자세가 참 중요하죠. 척추와 어깨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운동을 할 때 등이 활짝 안 펴져요. 물론 다른 사람에 비해서죠. 또 하프는 오른손을 위주로 연주해요. 그래서 왼쪽 어깨가 올라가고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내려가 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한쪽 팔을 많이 써서 생길 수 있는 척추측만증을 많이 앓는다고 합니다. 첼로·비올라 등의 현악기 연주자들도 이 증상에 취약한 편이고요. 만약 이 질환이 생기면, 오랜 시간 연습을 할 수 없다네요. 물론 척추측만증에 안 걸리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미 그 증상을 앓게 되었다면 연습하는 중간에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다시 연습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만약 아파도 꾹 참고 연습한다면 자세가 더 비뚤어져 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네요. 또 고음으로 인한 귓병도 심심치 않게 걸릴 수 있다고요. 플루트는 목을 약간 돌려서 불어야 하는 악기죠. 오랜 시간의 연습과 연주를 통해 어깨의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다고 하네요. ‘양쪽의 뼈가 다르다’고요. 또 왼손의 두 번째 손가락으로 악기를 지탱하기에 늘 그곳은 딱딱한 굳은살이 박혀 있다고 합니다.

역시 세상에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온몸 구석구석 아픈 곳을 다독이며 예술의 혼을 불태우는 그들을 위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도움말 피아니스트 유영욱(연세대 교수)·바이올리니스트 한수정(아니마 앙상블 단원)·플루티스트 강은정(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 단원)·하피스트 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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