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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태양왕’
쓰지만 달게 받아들여야 할 무대
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6/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6월호 - 전체 보기 )



6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유럽 역사 속의 절대 권력이라면 흔히 두 왕족 가문이 손꼽힌다.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다. 전자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베르사유 궁전이라면, 후자는 쇤브룬 궁전이다. 합스부르크 가의 여인이 부르봉으로 시집을 온 역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의 결합이다. 그러나 이들은 프랑스 대혁명 속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비극적 종말을 맞는 운명으로 유명하다.

뮤지컬 ‘태양왕’은 “짐이 곧 국가”라는 말로 유명한 부르봉 왕가의 절대 권력자 루이 14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에게 ‘태양’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은 그 스스로가 태양처럼 신봉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문화와 예술을 즐겨 스스로 태양 가면을 쓰고 무대에 나서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전후 사정이 어찌됐던 그는 왕권신수설을 주창하며 절대 권력을 추구했고, 그 결과 프랑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통치자로 군림하게 됐다. 베르사유 궁전을 만든 왕이 바로 루이 14세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왕으로서의 그의 통치와 업적을 만날 것이라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쉽다. 지금까지 흥행을 기록한 프랑스 뮤지컬들이 늘 그러했듯이, 이 뮤지컬 역시 주된 이야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즐기는 ‘사랑’ 이야기의 기본 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루이 14세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감정은 우리가 ‘세종대왕’에게 느끼는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프랑스 대혁명’ 속 타파의 대상은 바로 절대 권력을 누렸던 왕족들과 귀족들이었다. 실제로 대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성인의 이름으로만 아이 이름을 짓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지배 계급에 대한 혐오로 ‘귀족들 나가죽어라’ ‘왕족바보’ 같은 이름으로 아이들을 부르는 유행을 낳았던 탓이다.

뮤지컬 역시 ‘절대 왕권’에 대한 복잡하고 미묘한 프랑스 사람들의 정서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위인전의 박제된 이미지보다 인간적인 면모, 여인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을 중심으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성황후’로 민족적 울분을 토해내고, ‘안중근’으로 애국을 말하는 우리 창작 뮤지컬 제작자들의 역사관과는 거리감이 있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 ‘태양왕’의 국내 초연에는 아쉬움이 앞선다. 다소 엉성해보이는 무대는 이야기로의 집중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내지 못했고, 입장권에 들인 경제적 투자의 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원작에 없던 서커스와의 결합은 비어보이는 무대를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 같지만 효과적이진 못하다. 프랑스 사에 관한 이해 부족을 연극적 구성을 더하는 것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질 못한다. 특히 베르사유 궁전을 아는 이들에겐 아쉽고, 모르는 관객에겐 뜬금없어보이는 비주얼과 세트가 안타깝다.

해외 관객까지 불러 모으는 인기 스타의 캐스팅이 그나마 이 작품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립 박수 속에는 작품에 대한 감동보다 인기 스타와의 만남에 대한 기쁨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충성스런 그들을 계속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작품의 완성도를 고민해야 한다. 쓰지만 달게 받아들여야 할 이 무대가 우리 뮤지컬계에 주는 교훈이다.

사진 EMK 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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