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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의 비올라 특강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에서 울리는 악기
글 장혜선 인턴 기자 5/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5월호 - 전체 보기 )




“도대체 어디에 기준을 잡아야 될까요?”
김남중은 고개를 저으며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올라라는 악기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하자면 현악기 줄 하나만으로도 네 페이지 넘게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비올라에 대해 더 어려움을 느낄 것 같은데….”
김남중은 조금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비올라를 설명하길 원했다. 비올라에 대한 거리감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 음악에 대한 소리를 찾고 싶어서” 8년 반 동안 몸담았던 서울시향을 나오고, 솔리스트의 길을 선택한 비올리스트 김남중은 시향을 나온 뒤 새로운 세상과 마주했다.
“한 번은 봉사 연주를 갔어요. 비올라라는 악기를 처음 접했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생각 외로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음악 세계에만 빠져 살아서 그런 점을 놓치고 살았거든요.”

비올라가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가길 바란다는 김남중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보이와의 협업, 광화문 광장 플래시몹 연주 같은 새로운 방식의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11월 카네기홀에서 열릴 예정인 유망 연주자 뮤지션 시리즈 연주에 이어 2015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체임버홀에서 독주회를 할 예정이다. 그녀는 비올라란 악기 설명을 위해 악기사에서 부품을 공수해오고, 제자들에게 악기를 빌려오는 등의 열성을 보였다.
“비올라에선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깊은 소리가 나요. 인생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거칠고 고운 소리를 넘나드는 비올라 소리가 어쩌면 우리 인생이랑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비올라를 설명하고 있는 김남중의 눈동자에는 자신의 악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자, 이제 김남중의 담백하고 깔끔한 설명 속으로 들어가보자.

바이올린 연주자가 비올라 연주자로 전향한다? “비올라가 같은 현악기군인 바이올린·첼로에 비해 연주를 배우는 연령대가 늦은 건 사실입니다. 악기가 크기 때문에 아이들이 연주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르거든요. 실제로 어린 나이 때 비올라를 시작하는 아이들은 바이올린 성인용 사이즈에 비올라 줄을 껴서 연습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바이올린으로 시작한 친구들이 나중에 전공을 바꾸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처음부터 비올라로 시작했던 친구들이 비올라에 대한 이해력이 더 빠를 수밖에 없어요. 바이올린을 하던 친구들은 중간에 악기 습관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 힘들어 하죠. 예를 들면 악기를 잡았을 때 손가락을 더 벌려야 하는데 이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져요. 바이올린처럼 연주를 하려고 하면 잘 안 되죠. 둘은 분명 다른 악기니까, 비올라만의 특별한 음색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김남중이 추천하는 비올라 연주곡 “막스 브루흐의 ‘로망스’는 브루흐가 말년에 작곡한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입니다. 그의 전 작품 가운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꼽히죠. 서정적인 선율을 만들어내는 비올라 음색의 풍성한 색채감을 느낄 수 있는 곡이에요.”
김남중은 그 외에도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 비올라 협주곡,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2번, 카를 라이네케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환상곡, 막스 레거 무반주 비올라 소나타 1번, 윌리엄 월턴 비올라 협주곡, 파울 힌데미트 비올라 소나타 Op.11 4번 등을 추천했다.



▲ 바이올린과 비올라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차이점
비올라와 바이올린은 외형·내부 구조·연주 기법이 매우 비슷하다. 크기·음역·음색에서 차이가 발생하는데,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칠분의 일 정도 더 크며 무게가 무겁다.
“비올라 주자들을 패러디한 그림이 많죠.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주자들만 어깨를 움츠리고 앉아있는 그림 말예요.(웃음) 사실 비올라가 바이올린보다 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실제로 연주할 때 어깨를 더 움츠리고 연주하게 됩니다. 비올라의 커다란 울림통을 다 울리게 하려면 활을 바이올린보다 더 깊게 써야 하거든요. 활에 무게를 싣기 위해 비올라 주자들은 어깨와 등 근육을 최대한 넓게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깨가 움츠러드는 거예요.”
비올라의 음역은 바이올린보다 5도가 낮다.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의 중간 음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바이올린보다 가라앉은 음색을 낸다. 같은 음역대의 고음을 연주했을 때 바이올린의 고음은 날카로우면서 시원하고, 비올라는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 음역을 넘나드는 것도 비올라만의 매력이다.
“비올라를 우리나라 국악기로 비유하면 아쟁과 비슷해요. 국악 관현악에서 아쟁은 곡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비올라 활이 비싼 이유
1750년 이전의 현악기 활은 활대가 바깥쪽으로 볼록한 모양이었다. 그에 비해 모던 현악기 활의 형태는 길고 가늘다. 활 앞은 뒤로 젖혀져 있고 활 끝에는 금속 또는 상아로 된 얇은 판이 달려 있다. 이러한 생김새는 프랑스 활 제작가 프랑수아 그자비에 투르트에 의해 완성되었다.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활 길이는 거의 비슷하지만 비올라 활이 더 무겁고 굵다.
‘객석’ 3월호 악기 시리즈 ‘하피스트 곽정 편’에서 그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프는 비싸지 않나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그녀는 “선생님 손에 쥐고 있는 활 값의 10분의 일도 안 될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현악기 활이 유독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재료 때문이다. 활대는 주로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에서 생산된 밀도가 높고 단단한 나무로 만든다. 활 털은 시베리아 산 말의 말총이 가장 질이 좋으며, 활 하나에 150~250여 개의 말총이 들어간다. 소위 말하는 ‘좋은 활’이라는 것은 이처럼 기본 재료부터 까다롭게 구성된다. 원재료 가격부터 고가이니 완성된 활의 가격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올라에 쓰이는 다양한 송진의 종류
송진은 소나무·잣나무에서 나온 수액을 채취해서 만든다. 끈적끈적한 상태의 송진을 증류시켜 수분이 제거된 순수한 고체 덩어리가 바로 악기에 쓰이는 송진이다. 송진은 활 털이 줄에 잘 달라붙을 수 있게 마찰을 준다. 현악기 종류에 따라 입자가 달라지는데, 바이올린 같은 고음부의 악기는 입자가 고운 송진을 쓰고 첼로·더블베이스 등 저음부로 내려갈수록 입자가 굵어진다. 송진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전공자들이 자주 쓰는 송진은 안드레아·리벤첼러·귀스타브 베르나델 등이 있는데, 선택은 악기 상태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이다.
“저는 리벤첼러 2번을 써요. 리벤첼러 송진은 현악기 종류에 따라 1번부터 4번까지 많이 쓰이는데, 숫자가 뒤로 갈수록 입자가 굵어서 저음 악기에 적합합니다. 이 송진의 장점은 잡음이 덜 나고, 다른 송진에 비해 송진 가루가 많이 안 날려요.”


끊임없이 변동되는 사이즈 바이올린은 성인용 표준 사이즈(4/4)가 정해져 있다. 그에 비해 비올라 악기 사이즈는 일반화시킬 수가 없다. 연주자의 손 크기·팔 길이에 따른 체형에 맞춰 악기 사이즈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정 사이즈더라도 악기의 길이와 넓이에서부터 사이즈 차이가 발생한다. 김남중의 악기는 십육 사분의 삼 사이즈. 보통 성인들이 사용하는 비올라 정사이즈가 십육 이분의 일이니, 매우 큰 편이다.
“18세기까지 비올라는 관현악·실내악에서 화음을 이루는 중간성부 역할이 강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튀지 않는 소리를 추구했습니다. 19세기로 넘어오면서 비올라가 독주악기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 바람을 타서 비올라 주자들도 솔리스트적인 강렬한 소리를 원하게 됐어요. 연주자들이 울림통을 크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한 거죠. 지금도 악기 사이즈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중이에요. 따라서 비올라를 두고 ‘아직도 발전 중인 악기’라고 합니다.”


▲ (왼쪽) 원래 형태의 브리지 (오른쪽) 다듬어진 브리지

민감한 브리지의 위치
악기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브리지는 현에서 나오는 소리를 몸통(앞판·뒤판·옆)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브리지를 제작하는 것은 마치 건축과 같은 일이다. 악기의 특성에 맞게 깎고 다듬어서 세워야 한다. 브리지의 위치를 어디 두느냐에 따라 그 악기가 가진 음색이 백 퍼센트 발휘되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가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얇은 나무로 되어있어서 부러지기도 쉽다.

“브리지가 기울었는지, 잘 세워져 있는지를 습관처럼 살펴봐야 돼요. 브리지는 접착제로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줄의 힘에만 의존하여 세워져 있기 때문에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쉽고, 조율을 하다 보면 조금씩 기울거든요. 처음 악기 시작하는 친구들은 조율한답시고 팩을 마구잡이로 돌리다가 브리지를 부러뜨려서 울먹이는 학생들도 많아요.(웃음)”


체형에 따라 선택하는 어깨받침·턱받침
비올라라는 큰 악기를 목에 끼고 상당 시간 연주하면 몸에 무리가 온다. 어깨받침과 턱받침은 악기를 편하게 연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다. 체형(목 길이·턱과 어깨모양·쇄골 위치)과 습관(악기를 끼는 위치)에 따라서 어깨받침과 턱받침을 선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사용하지 않는 연주자들도 많다. 김남중이 쓰는 어깨받침은 마크 원이다. 사진처럼 어깨에 반듯하게 밀착이 돼야지 연주하기에 편하다고 한다.
“어깨받침 같은 경우는 가격을 떠나서 본인 어깨 모양에 따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딱히 어떤 것을 추천하기는 애매해요. 쓰는 사람이 여러 개를 시도해보고 연습한 다음에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게 최선입니다.”
눈치 보는 악기? 맞아요! “비올라야말로 눈치를 ‘제대로’ 봐야 하는 악기죠. 실내악에서도 제일 바쁜 악기입니다. 비올라가 없으면 완벽한 화음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화음을 만들어주는 악기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에서 연주를 할 때 바이올린에 붙었다가, 첼로에 붙었다가…. 음악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제대로 따라가려면 눈치는 기본이고 센스가 덤이에요. 비올라는 19세기 이후에서야 솔로악기로서 주목 받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요. 심지어 바흐 같은 경우에도 바이올린·첼로 무반주 작품은 있는데 비올라만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비올라에 접근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현대 곡들이 많아서 듣기에 난해하다고 하더라고요. 비올라 연주자 입장에서도 현대 곡들을 계속 연구해나가야 하는 숙제가 생기죠.”





악기 성향에 따른 줄의 선택 비올라는 네 개(도-솔-레-라)의 현으로 구성돼 있다. 송진과 마찬가지로 줄 역시 악기의 소리를 결정짓는 데 한몫한다. 줄을 만드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은·알루미늄·니켈이 감긴 것, 텅스텐·틴·티타늄이 감긴 것, 거트(양창자), 나일론까지 재료에 따라 각각 다른 소리를 불러온다. 저음악기로 갈수록 줄이 두꺼워지는데, 줄이 굵을수록 넓은 파동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줄을 끼느냐에 따라 소리가 사나워지기도, 한없이 늘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기의 악기 특징을 파악해서 표현하고 싶은 음색의 줄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가 사용하는 비올라는 좀 큰 편이라 줄의 텐션이 부드러운 오블리가토를 씁니다. 그래야 울림이 넓어져요. 만약 제 악기에 에바 피라치 같이 강한 소리가 나는 줄을 끼면 소리가 너무 강해질 거예요.”


처음 비올라를 배울 때 주의사항 “모든 악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자세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처음 악기를 배울 때 잘못된 습관을 들이면 악기를 제대로 배우는 데 치명적입니다.”

1. 활 잡는 법 “활을 잡을 때 고양이처럼 손가락 끝으로 잡으면 활에 무게가 안 실려요. 손가락 힘만 사용하기 때문에 활 쓰는 모양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소리가 얇게 나요. 손가락의 두 번째 마디가 활대에 닿아서 팔의 무게가 직접적으로 실리게 해야 돼요.”

2. 비브라토 “비브라토를 잘 하려면 처음 악기를 잡았을 때 왼손 모양을 잘 길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손가락 마디를 둥그렇게 해야 되고, 엄지와 검지 사이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돼요.”

3. 피치카토 피치카토는 보통 엄지손가락이나 검지손가락으로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엄지로 하면 살이 많이 닿아 힘 있는 소리가 납니다. 타악기 해머처럼 둥둥 울리는 깊고 따뜻한 소리가 나요. 검지로 하면 얇고 정확한 소리가 나기 때문에 빠른 곡에서 많이 하죠.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같은 경우 엄지손가락으로 피치카토를 하면 더 풍성한 효과를 줄 수 있어요.”

글 장혜선 인턴 기자(hyesun@gaeksuk.com) 사진 박진호(Studio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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