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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앤 크라이’
새로운 무대, 유일무이한 울림
글 김선영 기자 4/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4월호 - 전체 보기 )



3월 6~9일 LG아트센터


‘키스 앤 크라이’는 한 여인의 기억 속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동시에 어린 시절 ‘손’으로 장난감을 갖고 놀며 시간을 보냈을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연시작 전 무대 위에는 대형 스크린 좌우로 다양한 촬영 세트와 소품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자리 잡았고 연출가 자코 판 도마엘을 비롯한 무용수들, 촬영 스태프들은 그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며 준비하고 있었다. 그간 많은 공연에서 정돈된, 또는 의도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연출을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준비 과정의 어느 한 토막을 그대로 잘라내 가감 없이 무대 위에 올려놓은 (누군가에게는 어수선해보일 수도 있는) 무대는, 추억 속 장난감을 모아둔 거대한 다락방같이 편안하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냈다.
공연 시작 3분 전, 열한 명의 스태프들은 무대 한 편에 어깨동무를 한 채로 둥그렇게 둘러서기 시작했다. 마치 월드컵 경기 출전을 앞둔 축구선수들처럼 이런저런 대화들이 진지한 눈빛 사이로 오고 갔다. 이러한 풍경은 ‘키스 앤 크라이’가 어느 한 개인의 발상과 재능에서 비롯된 창조물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무대가 암전되자 스태프들은 각기 다른 악기로 만들어낸 새소리로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정경을 만들어내고,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리날도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가 객석으로 울려 퍼지면서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는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창조해내는 미니어처 세트, 두 명의 무용수가 움직이는 손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포착하고 그 모습은 바로 스크린에 투사된다. 미리 녹음된 배우 유지태의 내레이션을 제외하면 이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연출되고 단 몇 분 만에 창조되며, 의도적인 앵글 아래 영상으로 보여졌다.
영화와 무용과 연극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이자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공연이기에 관객 입장에선 매순간 ‘지금 무엇을 볼 것인가?’하는 특별한 고민(?)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 내내 각 요소를 두루 살펴보았는데 개인적으론 어느 쪽을 택하든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모습의 손이 표현하는 두려움과 환희, 고통은 오로지 카메라의 눈을 통해 보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여기에 지미 스캇이 부르는 ‘Nothing Compares To You’와 함께 스크린을 가득 채운 안무가 미셸 안 드 메이의 손은 움직임뿐 아니라 손 그 자체로 관능적인 감각을 일깨워주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 선택의 문제, 시간 저편에 숨겨뒀던 기억의 파편을 수면 위로 올려 재배치하는 방식은 자코 판 도마엘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 세계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에 더해진 사랑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협업으로 탄생한 새로운 무대 표현 방식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할 유일무이한 울림이 됐다.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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