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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돈보다 사람이다
글 김선영 기자 3/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3월호 - 전체 보기 )




▲ CJ문화재단 신인 창작자들의 작품이 공연되는 CJ아지트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자리 잡은 신인 창작자 양성 프로그램은 우리 공연예술계의 척박한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문화 콘텐츠의 핵심으로 ‘사람’이 주목되는 가운데, 대중과 평단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다양한 장르의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있는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창작 전 과정을 들여다보았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계 화두 중 하나는 ‘문화’다. 뛰어난 예술가, 잘 만든 창작품으로 인한 문화 파급력과 경제적 환산 가치는 대학 교양 강좌의 단골 메뉴일 정도로 당연한 내용이 됐다. 그렇다면 모든 이들이 힘주어 외치는 ‘문화 콘텐츠’의 핵심은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하게 돌아오는 대답은 ‘사람’이다. 특히 공연예술 분야에서 ‘인재’ ‘창작’에 관한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현실적으론 늘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최근 몇 년 사이 국·공립단체와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신인 창작자 양성 프로그램은 우리 공연예술계의 척박한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공연예술계 신인 창작자 양성 프로그램을 살피는 첫걸음으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 속에 자리 잡은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들여다보았다.
지난 2006년 설립된 CJ문화재단은 상당수 기업들이 지원금이나 공연장 설립 등 하드웨어에 주력한 것과 달리 초기부터 문화 콘텐츠의 핵심인 인재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음악·영화·애니메이션으로 요약되는 대중문화 장르와 함께 연극·뮤지컬 같은 공연예술 장르의 재능 있는 신인 창작자들이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는 접점을 창출하는 것이 주된 부분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연극 부문은 새로운 작품을 발굴·개발·지원하는 동시에 독회 및 정식 공연을 통해 신인 공연 창작자의 기성 무대 진출을 돕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 ‘미자에게는 미심쩍은 미소년이 있다’


▲ ‘소년 B가 사는 집’

뮤지컬 부문, 4년간 총 23개작 선정
“관객에게 다가가는 과정이자 창작자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

형식·내용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뮤지컬 부문은 2010년 ‘모비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회에 걸쳐 총 23개 작품이 선정됐다. 2011·2012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정식 공연으로 올려진 ‘모비딕’은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대상에서 혁신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외 ‘풍월주’ ‘여신님이 보고 계셔’ ‘라스트 로얄 패밀리’ 역시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거친 뒤 정식으로 무대화되어 국내 유수 뮤지컬 시상식에 오른 작품들이다.
뮤지컬 부문은 서류 심사를 통과한 총 5개 팀이 1차 작성한 수정안을 토대로 현장 전문가(작곡가·작가)들과 창작자들이 일대일 매칭 시스템으로 만나 대본과 음악에 대한 리뷰와 멘토링을 받는다. 이후 1차 리뷰가 반영된 새로운 수정 대본과 악보를 가지고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작을 가려낸다.
2013년 공모 최종 선정작에는 일제 강점기에서 순수예술을 지키려는 조선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레드 슈즈’(작 김채린·작곡 류찬)가 꼽혔다. 지난해 11월 최종 선정작 발표 이후, 마지막 단계인 올해 3월 리딩(reading) 공연을 앞두고 신인 창작자들은 예술감독과 현장 전문가들의 리뷰를 통해 수정·보완 작업에 한창이었다.
전문가 리뷰 회의에서 만난 ‘레드슈즈’ 작곡가 류찬은 “실제로 공연을 올린 경험이 많은 분들을 통해 창작자의 의도가 관객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조언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작가 김채린은 “대본을 쓰며 모호하게 여겨졌던 부분이 전문가 리뷰를 통해 다듬어지면서 보다 명확해졌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무대 장치로 옮길 때에 어떤 부분이 텍스트에서 필요한지 새롭게 배우게 됐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신인 창작자들의 멘토로 리뷰 회의에 참석한 작곡가 최종윤·작가 추민주는 각기 다른 관점에서 작품의 상징성, 탄탄한 드라마 전개를 위한 장치, 캐릭터를 보다 선명하게 만드는 부분을 비롯해 무대 위 표현을 위한 텍스트적 장치에 관해 언급하며 구체적이면서도 세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감독 조용신은 이러한 현장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다양한 무형의 자산을 통해 창작자가 워크숍 과정으로 가는 단계를 돕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창작자의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이해가 안 되고 재미가 없다면 수정 대상이다.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개발 과정은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작업이자 창작자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선정된 아이템이 당장 상업화되지 않더라도 뮤지컬 작법의 노하우를 체득하는 과정이 창작자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 ‘여신님이 보고 계셔’


▲ ‘모비딕’


▲ ‘풍월주’

연극 부문, 2년간 총 6개작 선정
“신인 작가들이 평생 파트너와 인연을 맺는 소중한 기회”

2012년에 시작된 연극 부문은 현재 총 2회에 걸쳐 6개 작품이 선정됐으며, 창의력과 성장 가능성을 지닌 작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심사위원단에 따르면, 연극 부문 응모작의 상당수는 영상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무대 대본보다 영상 대본에 가까운 작품이 많은 편이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 시대적 의미와 문제의식도 평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기본적으로 무대 글쓰기가 되어 있는 작품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연극 부문은 연출가 조광화·작가 배삼식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두 예술감독은 심사위원 구성 및 작품 1차 선정과 작가 멘토링을 통한 작품 개발, 2차 선정된 작품과 연출가를 연결해 독회 발표를 갖고, 이 가운데 최종 선정된 작품이 정식 공연을 갖는 과정을 총괄한다. 예술감독이자 심사위원인 동시에 첫 관객이며, 멘토인 셈이다. 여기에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스타일은 신인 창작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 최종 선정작 세 작품 가운데, 지난 2월 공연을 가진 ‘소년 B가 사는 집’의 작가 이보람은 “작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궁극적으로 작품의 본질에 깊숙이 들어가는 시간이 됐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가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법을 경험한 것이 특별했다”라며 워크숍 과정을 회고했다. 신인 극작가들의 최종 목표인 작품의 무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예술감독 배삼식은 “많은 작가들이 첫발을 뗄 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악한 환경조건으로 인해 실패를 겪거나 앞으로 더 나아갈 동력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감독은 좋은 작품이 무대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작품의 가능성이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단순히 지원금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연출가·배우와 짝지어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가 여타 양성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점이라는 데 연출가 조광화도 동의했다. 그는 “작가들이 평생 함께 할 파트너는 연출가인데, 정작 신인 작가들은 연출가를 만날 기회가 없다. 때문에 신인 작가와 기성 연출가의 만남을 통해 작가는 연출가의 성향과 협업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결국 하나의 작품을 올리면서 파생되는 인연이 신인 작가에겐 작품 활동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라며 크리에이티브 마인즈가 갖는 특별한 가치를 강조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신인 창작자들은 무대 경험 없이 만든 창작품이 현장 전문가의 다양한 조언을 통해 구체화되고 선명해지는 과정에 대해 긍정의 목소리를 냈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연출가와 작가들이 예술감독을 맡아 선정부터 개발, 공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순기능에 힘을 더하는 요소였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무대 경험이 없는 신진 창작자를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협업할 수 있는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투여해 단기간에 축약된 상업 공연을 경험시키며,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있었다. 협업이 중요한 공연예술 분야에서 신인 창작자가 기성 연출가·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크고 작은 경험을 쌓는 것은 분명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을 키우는 것이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다.

글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사진 CJ문화재단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운영 과정
접수
뮤지컬 대본개요, 3곡 이상의 음원
연극 완성된 희곡(90분 내외), 연출계획서

심사
뮤지컬 1차 서류심사 ‐ 1차 선정작 전문가 리뷰·작품개발 ‐ 2차 인터뷰 심사
연극 1차 서류심사 ‐ 1차 선정작 연출가 매칭·예술감독 멘토링 ‐ 2차 독회 심사

창작지원
뮤지컬 작품을 리딩(reading) 형식의 쇼케이스로 공연 (작품별 2천만~2천5백만 원 지원)
연극 3개월간 대본 및 연출 구성안 개발 후 정식 무대 공연 (작품별 최대 5천만 원 지원)
리딩 및 정식 공연 후 제작 및 투자사 네트워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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