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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극장의 천국을 누비다
글 이혜리 1/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1월호 - 전체 보기 )



유서 깊은 클래식 음악 문화와 현대의 길거리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역동적인 도시 베를린.
다채로우면서도 흥미진진한 무대가 가득한 극장의 천국으로 떠나는 길




고딕 스타일에 담긴 역사와 전통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을 묻는다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가 자리한 겐다르멘마르크트일 것이다. 광장 중앙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극작가인 실러의 동상이 서 있으며, 그 뒤에 바로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전용 극장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가 있다. 카를 프리드리히 싱켈이 설계를 맡아 1821년 왕립 연극 공연장으로 처음 문을 열었으며 1826년 베토벤 교향곡 ‘합창’의 베를린 초연, 1838년 ‘파우스트’의 베를린 초연이 이곳에서 열렸다. 1844년에는 바그너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이곳에서 직접 지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세기 중반부터는 주로 연극 무대로 사용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두 차례의 공습으로 잿더미가 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복원공사는 30년이 지난 1976년에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서독에 베를린 필하모니가 개관한 것에 자극을 받아 이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콘서트홀을 만들겠다는 동독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콘체르트하우스는 현대적인 디자인을 내세운 베를린 필하모니에 맞서 고딕 스타일의 신봉가인 건축가 싱켈의 디자인을 복구해 역사와 전통을 내세웠다. 고대 그리스풍의 건축물로, 건물 외관의 거대한 기둥과 조각상이 인상적인 반면, 내부는 폭이 좁고 천장이 높은 구조의 콘서트홀로 재정비해 1984년 10월 1일 재개관했다. 1,850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홀과 450석 규모의 작은 콘서트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밖에도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습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www.konzerthaus.de
 



부드러운 음향을 품은 노란 텐트

베를린 필하모니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근거지는 티어가르텐 지역 내 베를린문화포럼 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베를린 필하모니이다.

베를린 문화의 중심인 포츠다머 플라츠와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건축가 한스 샤룬의 지휘 아래 1960년 공사를 시작했으며 1963년 10월, 당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로 베를린 필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며 서막을 열었다.

베를린 필하모니는 개성 넘치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외관은 노란색 텐트를 닮았고, 객석은 빈야드를 연상시킨다. 비대칭으로 솟아오른 지붕의 모습이 서커스단의 텐트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카라얀 서커스’란 별명이 붙여졌다. 5각형 모양으로 지어진 콘서트홀 덕분에 무대에서 객석까지 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지며 홀 전체에 빈틈없이 가장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산기슭의 포도밭을 연상시키는 객석 배치는 베를린 필하모니가 처음 도입한 이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음악당 안에는 2,240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홀을 비롯해서 1,190석 규모의 실내악홀·시립음악 연구소·악기 박물관 등이 있다.

www.berliner-philharmoniker.de  


진보적 예술정신의 명맥

베를린 코미셰 오퍼 

베를린 코미셰 오퍼는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인 1947년, 오페라 연출가 발터 펠젠슈타인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알기 쉬운 오페라’를 목표로 건설한 극장이다. 이런 목표에 걸맞게 과거 코미셰 오퍼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독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원래 모두 독일어로 상연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2012년 이 원칙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로는 조금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지금도 85퍼센트 이상의 공연이 독일어로 상연 중이다.

오페라하우스 건물 자체를 보면 단조로운 외관과 화려한 내부의 대비가 돋보인다. 특히 1965~1966년에 걸쳐 진행된 확장 공사를 통해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공연장은 화려한 장식과 로맨틱한 분위기가 특징인 네오 바로크 형식이 잘 드러나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코미셰 오퍼는 현대적인 뮤지컬 극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바탕에는 ‘예술은 관습·편견·허영심이 없어야 한다’라는 발터 펠젠슈타인의 신념이 깔려 있다. 실제로 베를린 코미셰 오퍼는 베를린에 있는 3개의 오페라극장 중에서 규모도 가장 작고 역사도 제일 짧지만 특유의 퇴색하지 않는 진보적 예술정신으로 유명하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하리 쿠퍼·괴츠 프리드리히·크리스티네 밀리츠 등 독일을 대표하는 유명 연출가들이 이곳에서 대거 탄생했다. 최근에는 ‘오퍼른벨트’ 지가 최우수 오페라극장으로 선정해 그 명성을 재조명받고 있다. www.komische-oper-berlin.de



 


폭넓고 다양한 작품이 오르는 곳

베를린 도이치 오퍼

베를린에는 그 명성을 자랑하는 3개의 오페라극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운터 덴 린덴에 있는 베를린 슈타츠오퍼로 1742년 처음 문을 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소되는 등 시련이 끊이질 않았다. 1955년 재건됐지만 오랜 역사만큼 극장의 노후가 심해져 현재는 개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베를린 슈타츠오퍼 다음으로 문을 연 베를린 도이치 오퍼는 샬로텐부르크 지구에 자리잡고 있다.

다소 투박한 모양의 도이치 오퍼는 전통적인 분위기의 오페라극장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를 두고 ‘유럽 오페라극장 여행’의 저자 이시도야 유이코는 “좋게 말해 모던한 건물이지, 196년대에 지어진 다른 독일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같이 생겼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건물에는 건축가 플리츠 보르네만의 의도가 숨어 있다. 그의 최우선 목표는 ‘건물에 들어선 관객이 공연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도록 도로 쪽 벽에 창문 하나 내지 않고 콘크리트로 폐쇄해버린 것도, 화장실·비상구·스낵 바 위치 하나까지 세밀하게 조정한 것도 다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1950년대 녹음실을 연상케 하는 공연장은 어떤 자리에서나 무대를 잘 볼 수 있도록 사이드 좌석까지 정확히 정면을 향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건물 자체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공연 수준은 독일 3대 극장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2006년 9월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공연 중 마호메트의 절단된 머리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의 공연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공연을 강력하게 반대하던 이슬람 단체의 테러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 사건은 독일의 유력 음악전문지 ‘오퍼른벨트’에서 그해 최악의 사건으로 선정할 만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베를린 도이치 오퍼에서는 지금도 독일 오페라를 중심으로 이탈리아·프랑스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폭넓게 상연되고 있다. www.deutscheoperberlin.de




글 이혜리(자유기고가) 사진 이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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