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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박세은
‘쉬제’로 승급한
글 김나희(파리통신원) 2/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2월호 - 전체 보기 )




발레리나 박세은이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솔리스트 승급 시험을 통과해 쉬제로 거듭났다. 지난 1월 3일, 박세은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파랑새 역을 맡아 첫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전을 누레예프가 파리 오페라 발레를 위해 수정한 이 버전은 이미 개막 전부터 전석 매진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1막에서 붉은 의상을 입고 다섯 번째 베리에이션을 추며 등장한 박세은은 쉽지 않은 엇박자의 음악에도 차분히 자신만의 박자로 춤을 선보였다.

큰 손발과 뛰어난 체형이 빚어내는 남다른 라인은 백인 무용수들 이상이었고, 그 위에 쌓인 완전무결한 테크닉으로 바스티유 오페라 무대를 압도했다. 3막의 파랑새 파드되에서 파트너와 함께 마치 한 마리 새처럼 움직이는 박세은에게서 그 나이에 갖추기 힘든 섬세함과 음악성이 엿보였다. 배역에 몰입해 손가락 끝 작은 디테일까지 새의 그것처럼 움직이는 그녀는 지금까지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파랑새’라는 새로운 존재였다. 성공적으로 첫 솔로 데뷔를 마친 박세은을 파리에서 만났다.


지난해 9월 시즌을 시작하며 쉬제가 되었으니 솔로로는 파리 관객들과 처음 만난 셈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입단한 지 2년이 되었다. 그간 무대에 꾸준히 서왔지만 솔로는 또 다른 경험이다. 무대에서 춤추는 사람은 오롯이 나 혼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담감도 있지만 그보다 나 자신의 춤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설렌다. 앞으로도 이때의 초심을 간직하고 계속 춤을 춰나갈 것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생활은 어떤가? 유일한 동양인인데.
외국 발레단 생활은 처음이 아니라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언어 문제가 컸다. 프랑스어는 전혀 못하는 상태로 왔으니까. 처음에는 오페라 발레 학교를 거쳐 입단한 친구들에 비해 만 21세에 들어온 내가 좀 뒤처진 것 같았지만, 솔리스트가 되고 나니 동료들이 나를 더 인정해주고 존중해준다. 그저 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족스럽다.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의 정단원 자리를 포기하고, 안 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응했다. 준단원으로 이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는 이렇게 빨리 솔리스트가 될 거란 생각을 못 했다. 보통 코르 드 발레에서 솔리스트로 승급하는 데 5년에서 10년까지도 걸린다. 외부 인사 2명과 발레단 단원들까지 포함해 12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 앞에서 승급 시험을 보는데 국제 콩쿠르 이상의 긴장감과 압박감에 시달렸다. 콩쿠르 경험이 많아서 잘 견뎌낼 수 있었지만 열두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가진 것을 다 꺼내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다들 너무 잘했기 때문에 내가 1등으로 혼자 승급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발레리나가 되고 싶나.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한 이후 첫 해는 무대에 서지 못한 채 보냈다. 비상 시를 대비한 커버 역을 준비하며 늘 대기 상태였고, 코르 드 발레가 되고 나서는 군무를 췄다. 따라서 무대에 대한 목마름이 있던 상태로 이번 솔로 무대를 준비했다. 무대에서 춤을 선보이는 순간 관객과 춤으로 교감한다는 짜릿한 기분이 있다. 무대가 아니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솔리스트 승급 시험 당시 초청된 외부 인사이기도 했던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작품들을 무척 좋아한다. 그의 작품 속에 담긴 드라마와 내러티브는 무용수를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거듭나게 해준다. 누구도 할 수 없는 나 자신만의 춤으로 관객과 더 자주 만나고 싶다. 나는 발레라는 예술세계에 이제 겨우 한 발을 내디딘 셈이다. 스스로에게 더 집중해서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박세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

글 김나희(파리 통신원) 사진 Sebastien Ma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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