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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
음악을 보여주는 두 가지 방식
글 이장직 객원전문기자 7/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7월호 - 전체 보기 )




오보이스트는 오래전부터 음악 이론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예술가였다. 오보에 외에도 여러 가지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었고, 지휘자·작곡가로 활동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예술가들은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주 악기로서 오보에의 영역은 보다 넓어졌는데, 이러한 오보에의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한 인물로 하인츠 홀리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홀리거의 후계자로 알브레히트 마이어를 꼽을 때,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7월 18일, 오보에와 지휘봉을 나란히 들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이제 영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는 예술가와 마주할 시간이다.
글 이장직 객원전문기자(lully@)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주곡에서 지휘자 없이 음악을 이끌어가는 솔리스트가 나머지 프로그램에서 지휘봉을 잡는 일은 더 이상 보기 드문 풍경이 아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정도면 건반 앞에 앉아 협주곡을 지휘하는 피아니스트, 지휘자 없이 무대에 서는 바이올리니스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 6월 20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NHK 교향악단과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에 이어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 머리 페라이어가 대표적인 예다.
7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겸 독주자로 만나는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의 무대는 좀더 특별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교향악단 중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오보에 수석주자로 활동 중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오보에 수석주자도 겸하고 있다. 그는 협연·지휘·실내악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바쁜 일정을 쪼개어 오보에 레퍼토리 개척을 위해 편곡 작업도 한다. 오케스트라의 수석주자·독주자·지휘자 등 1인 3역을 해내고 있다.
마이어는 국내 무대에서도 2004·2007년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협연, 2010년 마르쿠스 베커와의 리사이틀을 통해 탁월한 독주 기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코리안심포니 정기 연주회에서는 J.S. 바흐의 칸타타 BWV49·105·107의 아리아 중 각각 한 악장들을 발췌해 편곡한 협주곡과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중 아리아 ‘푸른 초원’ 등을 직접 오보에 협주곡 형식으로 편곡한 작품을 선보인다. 후반부에서는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지휘한다. 서울 무대에서 마이어를 지휘자로서 만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하 알브레히트 마이어와의 일문일답.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한 것은 언제인가.
2002년이다. 안스바흐에서 열린 ‘바흐 주간’에서 바르샤바 신포니아를 지휘한 것이 처음이다.
*안스바흐 ‘바흐 주간’은 1947년부터 독일 뉘른베르크 근교의 안스바흐에서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바흐 음악제다. 존 엘리엇 가드너·필리프 헤레베헤·톤 코프만·스즈키 마사아키 등 바흐 연주의 거장들이 다녀갔다. 1947년 당시에는 라이프치히·쾨텐 등 바흐가 살았던 도시들이 비슷한 규모의 소도시 안스바흐에서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던 것 같다.

최근에는 리가·루체른·코블렌츠에서도 지휘를 하면서 솔리스트로 무대에 섰다.
교향악단 수석연주자·독주자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지휘자 자격으로 많은 교향악단과 만났다. 최근에는 뒤셀도르프 심포니·할레 슈타츠카펠레·뉘른베르크 심포니·포츠담 체임버 아카데미·슐레스비히 홀슈타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차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잉글리시 콘서트 등을 지휘했다.
*루체른 문화 컨벤션 센터(KLL)에서는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의 ‘무언가’,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본 윌리엄스의 오보에 협주곡에서는 독주자로 나섰고, 멘델스존의 현을 위한 교향곡 8번 D장조에서는 지휘봉을 잡았다. 협주곡을 제외한 독주곡은 모두 새로 편곡한 것이다. 데카 레이블에서 뉴 시즌스 앙상블과 함께 알비노니·비발디·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을 녹음할 때도 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았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각 파트의 수석주자가 두 명이다. 번갈아가면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틈틈이 독주·실내악 연주 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다른 오보에 수석은 2003년 합류한 조너선 켈리다. 영국 출신으로 수석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버밍엄 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오보이스트로 연주회 전에 A음을 연주해 튜닝을 한다. 이러한 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단순히 음악적 분위기 형성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특별한 분위기 형성을 위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일종의 의식 행위일 뿐이다.
*몇 해 전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내한했을 당시, 무대 뒤에서 만난 마이어는 연주 직전에 A음을 내는 것을 두고 자신을 포함한 많은 오보에 주자들이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털어놓았다. 오보에가 A음을 맨 먼저 내는 것은 멀리서도 잘 들리고 비브라토가 덜해서 다른 악기가 음을 잡기 쉽다는 점도 있지만, 목관악기 중에서 오케스트라에 맨 처음 입성한 까닭에 관악 파트를 이끌어가는 선도적 악기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오보에는 어떤 것을 사용하나.
오보에는 오브아(hautbois)라는 프랑스어를 이탈리아 식으로 옮긴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뷔페 랑퐁 사에서 만든 그린 라인 오보에로 연주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는 독일의 악기 제작자 뫼니히에게 특별히 주문 제작한 오보에·오보에 다모레·잉글리시 호른으로 바꿨다. 같이 연구하면서 만든 것인 만큼 악기에 내 이름이 붙어 있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오보이스트라면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대 위에 서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는 편인가.
공연이 끝나도 좀처럼 짬을 내기 어렵다. 가끔씩 아내와 함께 숲 속 걷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지휘자에 대한 평가는 지휘자에게 달려 있다

하인츠 홀리거는 오보에 주자이자 작곡가이며 지휘자다. 홀리거와 같이 작곡가로도 활동할 의사는 없는가.
스스로를 위해 (그냥 재미로) 작곡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작곡은 어디까지나 뛰어난 재능을 소유한 우리시대 소수 작곡가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자리에서 만나는 지휘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적으로 지휘자 하기 나름이다. 최근에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R.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을 연주하고 녹음했는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타 오케스트라와 달리, 베를린 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장점 세 가지만 말해달라.
첫째, 매우 특별한 개성을 지닌 소유자들의 모임이다. 둘째, 각각의 단원 한 사람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독주자다. 셋째,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정말 민주적인 방법을 가지고 한다.
*베를린 필은 모든 단원이 솔리스트 못지않은 실력의 소유자다. 대부분 다른 오케스트라의 수석자리와 베를린 필의 부수석자리를 두고 망설였던 사람들이다. 베를린 필 단원들끼리 실내악 연주 활동이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어는 베를린 필 윈드 솔로이스츠·베를린 필 목관앙상블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베를린 필을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는 매 월 열리는 단원 총회에서 뽑은 두 명의 대표이사다. 입단 후 5년이 지나야 피선거권이 주어지고 임기는 3년이다. 그렇다고 연주까지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이 밖에도 5인 위원회는 의장단의 고문단 역할을 하고 연주 여행과 오디션 계획을 수립하며 단원들의 근무 상황을 감독한다. 연주 단원뿐 아니라 무대 스태프와 사무국 직원까지 포함하는 베를린 필 식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인사 평의회는 각 부문별 대표 7인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4년이다. 연주자뿐만 아니라 무대 스태프·음향 담당·사무국 직원 등도 포함하는 베를린 필 소속의 모든 피고용인에 대한 인사와 근무 조건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독립기구다. 더불어 베를린 필의 경영 방향에 대해 거부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석지휘자 선발권은 전적으로 단원들의 몫이다. 투표할 때는 단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3분의 2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할 곡으로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 중 하나이고, 바흐·헨델과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다.
*멘델스존은 1829년부터 지휘자 자격으로 여러 차례 영국을 방문했는데, 특히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와 ‘핑갈의 동굴’을 작곡했다. 하지만 멘델스존이 런던을 방문한 목적은 자신이 편집한 바흐의 오르간 음악과 헨델의 오라토리오 악보 출간을 위해서였다.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작곡 당시에도 멘델스존은 바흐와 헨델에 골몰해 있었다는 얘기다.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으로, 또 협연자로 여러 차례 내한하면서 국내 팬들이 많아졌다. 한국 관객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한국 청중은 매우 열정적인 동시에 매우 진지하다.

베를린 필에서 객원 지휘자로 만났던 사람들 중 떠오르는 신예 지휘자 몇 명만 꼽는다면.
구스타보 두다멜·안드리스 넬손스·키릴 페트렌코 등이다. 두다멜과는 함께 협연도 여러 차례 했다.
*안드리스 넬손스는 라트비아 리가 태생으로 버밍엄 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있다. 라트비아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주자 출신으로 마리스 얀손스에게 지휘를 배웠다. 라트비아 국립오페라 수석지휘자를 지냈으며, 2010년에는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지휘했다. 2014년에는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에 취임한다. 키릴 페트렌코는 러시아 옴스크 태생으로 정명훈·에드워드 다운스·세묜 비치코프 등에게 지휘를 배웠다. 독일 마이닝거 극장에서 바그너 ‘반지’ 4부작을 나흘에 걸쳐 지휘했으며, 베를린 코미셰 오퍼 음악총감독을 거쳐 오는 9월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음악총감독에 취임한다. 올여름에는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반지’ 4부작을 지휘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신입 단원 오디션 때, 당신과 동료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 그룹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능력과 독주자로서 탁월한 기량을 겸비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베를린 필 단원의 평균 연령은 마흔네 살, 정년은 예순다섯 살이다. 베를린 필에 입단하려면 전체 단원 앞에서 커튼 없이 오디션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 통과하면 수습 단원이 되지만 2년 후 같은 파트의 선배 단원들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자동 탈락한다. 해당 파트가 추천을 해오면 단원 총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는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정단원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스물여섯 살 이하의 젊은 신입 단원을 뽑지만, 베를린 필은 경력 단원도 받는다. 마이어도 1990년 밤베르크 심포니 오보에 수석주자로 입단한 지 2년 만에 베를린 필하모닉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 음반은 언제쯤 만날 수 있나.
올해 가을쯤 나올 예정인데, 킹스 싱어스의 노래와 함께 하는 오보에 편곡 앨범이다. 겨울 시즌에 잘 어울릴 것 같다.
*어릴 때 노래를 배우기도 했던 마이어는 고향 밤베르크 대성당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오보에 연주가 사람 목소리로 내는 노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모차르트·비발디·알비노니 등의 오보에 협주곡 음반도 냈지만 바흐의 합창을 곁들이거나 바흐의 유명한 아리아를 ‘무언가’라는 제목으로 편곡 녹음했다. 사실 바흐와 헨델의 성악곡은 아름다운 오보에 오블리가토 선율로 빼곡하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오보에라는 악기를 누구라도 손쉽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탄탄한 호흡으로 부드러운 선율을 연주할 때 불편한 표정을 짓지 않고 즐기기 때문이다. 그의 연주는 단순하고도 화려한 오보에의 테크닉과 악기 음색을 초월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의 세계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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