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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쁨’ - 피오트르 베차와가 부르는 리하르트 타우버의 노래들
글 유형종(음악 칼럼니스트) 8/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8월호 - 전체 보기 )


피오트르 베차와는 우리시대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테너다. 이탈리아 오페라, 프랑스 오페라를 두루 잘 부르고, 독일 오페라도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후기 낭만파를 제외하면 모차르트부터 빈 오페레타까지 섭렵하고 있다. 폴란드 출신이며, 동유럽 가수들을 중용하는 취리히 오페라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다가 2000년대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한 베차와의 경우 메이저 음반사의 영상물은 몇몇 있었지만 독집 음반은 지금까지 오르페오에서 나왔다. 본 음반은 그가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하고 내놓은 메이저 레이블 데뷔 독집이다. 그렇다고 베차와가 전도유망한 젊은 테너인 것은 전혀 아니다. 1966년생이니 이미 4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새 독집에 실린 곡들은 ‘리하르트 타우버가 불렀던 노래들’이라는 주제로 묶였다. 리하르트 타우버는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에서 마치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인기를 누리던 1920~1930년대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물론 타우버는 레하르만 잘 부른 것이 아니라 레하르의 라이벌인 에머리히 칼만, 빈 오페레타 전성기의 마지막 작곡가로 불리는 로베르트 슈톨츠, 그리고 스스로 작곡한 오페레타 등도 즐겨 불렀으며, 이 음반에 그 정수가 압축되어 있다. 특히 타우버가 직접 작곡한 ‘노래하는 꿈’ 중 ‘그대는 나의 온 세상’은 베차와의 노래에 타우버의 음성이 편집, 삽입되어 마치 이중창처럼 들리도록 했다. 타우버가 녹음 당시 사용했던 마이크를 다시 이용한 점과 더불어 이 음반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대는 나의 온 세상’을 부르는 주인공은 한국인 마술사이다. 1934년에 작곡되었으니 아마도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최초의 오페레타일 것이다. 다만 주인공 이름이 토키토인 점은 한국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어 유감스럽다. 베차와의 소리는 밝고, 적당히 미성이고, 폭발적인 성량을 갖고 있으며, 고음에서 더욱 강렬해진다. 일편단심 변하지 않는 사랑을 노래하는 순수함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론 미지의 여인을 유혹하는 느끼한 남자의 면모도 있다. 테크닉까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으니 그야말로 천변만화하는 캐릭터를 지닌 이상형의 테너라 하겠다. 라이선스 DVD로도 출시된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의 2011년 드레스덴 국립오페라의 송년 음악회에서도 레하르를 노래하는 베차와를 만날 수 있는데, 당시 독일 국민들이 TV로 베를린 필의 송년 음악회보다 이 실황을 더 많이 보았다니, 베차와가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음반에서 레하르를 선곡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필자가 이 음반을 들으면서 한껏 고양된 가장 큰 이유는 오히려 베차와의 스타일이 타우버를 많이 닮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베차와는 그보다 요절한 전설적인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를 연상시켰고 어떤 장면에는 분덜리히를 의식하고 불렀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분덜리히는 빈 오페레타를 즐겨 불렀고, 녹음도 많이 남겼다. 말랑말랑한 표현보다는 미성에 더해진 폭발적인 성량으로 타우버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풍기는 것이 분덜리히 스타일의 오페레타 창법이었다. 분덜리히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많은 음반을 남겼으니, 베차와의 다음 녹음은 ‘분덜리히가 부른 노래들’이 어떨까 싶다. 독일 리트를 포함하는 도전적인 선곡으로 말이다.

글 유형종(음악 칼럼니스트)


▲ 피오트르 베차와(테너)/우카시 보로비치(지휘)/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4790838 (DD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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