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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세·박창원의 베이스트롬본·콘트라베이스트롬본 특강
장중한 베이스라인을 위하여!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2/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2월호 - 전체 보기 )




대한 흔히 ‘트롬본’이라 하는데, 정식 명칭은 ‘테너트롬본’이다. 트롬본의 진가는 바그너의 ‘발퀴레’ 중 ‘발퀴레의 기행’에서 나온다. 그 웅장한 베이스라인은 트롬본과 함께하는 베이스트롬본과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의 숨은 힘에 있기 때문이다.

박종세는 수원시립교향악단에서 베이스트롬본을 맡고 있다. 바순 옆 콘트라바순, 오보에 옆 잉글리시호른, 그리고 트롬본 옆의 베이스트롬본·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트롬보니스트가 곁가지로 다루는 부속 악기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지 악기 탐구 시리즈에서 소개한 바 있는 조용석(바순)과 김운성(트롬본) 모두 이것들은 따로 전공해야 할 전문성을 요하는 악기로 이야기했다.

박종세는 베이스트롬본을 전공한 뒤, 1997년 수원시향에 입단했다. 곡에 따라선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을 잡기도 한다.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매우 희귀한 악기입니다. 국내에 개인 소유자는 저뿐일 겁니다. 서울시향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각각 한 대씩 보유하고 있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을 베이스트롬본과 튜바가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박종세가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을 잡은 것은 2014년 수원시향이 R. 슈트라우스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보이던 때다. 김대진 예술감독이 원곡의 맛을 살리자는 제안과 함께 그에게 콘트라베이스트롬본 연주를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박종세는 ‘처음’ 잡아본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을 해외에서 출간된 교본과 음반, 외국 연주자들의 도움을 얻어 마스터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1학년 때 베이스트롬본을 처음 잡은 박창원은 서울예고에서 베이스트롬본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트롬본페스티벌(ITF)에서 보스턴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이스트롬본 단원 제임스 마키를 만나 국내에서 만끽할 수 없는 베이스트롬본의 매력에 더욱더 빠져들었다. 2016년 제주국제관악콩쿠르의 베이스트롬본 부문에 최연소로 참가하여 2위에 입상한 그는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재학하며 제임스 마키를 사사하고 있다. 음악원 내 오케스트라 수업에 한창 흥미를 갖고 있다는 그의 꿈은 유명 오케스트라에 베이스트롬본 주자로 입단하는 것이다. 그럼 부자가 소개하는 베이스트롬본과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이 뽑아내는 저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베이스트롬본
베이스트롬본은 독일의 악기 제작자 크리스탄 프리드리히 새틀러(1778~1842)가 1839년 개발했다. 테너트롬본보다 완전 4도 낮은 소리를 내며 ‘F조 트롬본’이라고도 부른다. 17~18세기 교회음악에서 합창의 저음을 보강하기 위해 알토·테너·베이스트롬본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트롬본은 트럼펫과 짝을 이루게 되었다. 알토·베이스트롬본의 역할은 미미해지고 대신 테너트롬본이 주요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알토·베이스·콘트라베이스트롬본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이번 특강에서 바그너와 R. 슈트라우스의 악보를 예로 든 이유도 여기 있다.

콘트라베이스트롬본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베이스트롬본보다 완전 4도 낮게 조율되어 있다. ‘E조 트롬본’이라고도 한다.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1876)는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이 최초로 사용된 작품이다. R. 슈트라우스 ‘엘렉트라’,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베르디 ‘오텔로’와 ‘팔스타프’ 등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이 곡들 역시 대부분 튜바로 연주된다.

‘3’은 베이스트롬본, ‘4’는 콘트라베이스트롬본
바그너 ‘발퀴레 기행’의 트롬본 파트 악보의 일부. “숫자 ‘3’은 베이스트롬본을, ‘4’는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을 가리키고, ‘1’과 ‘2’는 테너트롬본을 지칭합니다. 이 곡의 콘트라베이스트롬본 파트는 베이스트롬본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박종세) R. 슈트라우스 ‘알프스교향곡’도 마찬가지다. ‘Posaune’는 독일어로 트롬본을 뜻한다.


마우스피스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의 마우스피스가 제일 크다.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의 마우스피스 크기는 튜바에 훨씬 가깝고, 폐활량도 많이 필요하죠. 그래서 (테너)트롬본을 다루는 이가 베이스트롬본이나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을 배우는 것보다 튜바 연주자가 두 악기를 배우는 게 더 빠를지도 모릅니다.”(박종세) 재질에 따라 색과 음색이 달라진다. “금은 따뜻한 소리가 나고, 은은 밝은 소리가 납니다. 재질에 따라 열전도율이 다르기 때문이죠. 음색 외에 치열과 금속 알레르기에 따라 크기와 재질을 바꾸기도 합니다.”(박창원)



“베이스트롬본의 벨은 9.5인치, 유럽에선 10.5~11인치를 사용합니다.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보통 13~14인치입니다.”(박종세) 베이스·콘트라베이스트롬본의 벨은 연주자의 취향과 지역의 음악적 특성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진다. “유럽은 작은 구경의 마우스피스와 큰 벨을 선호하고, 미국은 큰 구경의 마우스피스와 작은 벨을 선호합니다. 전자가 깊고 무거운 소리라면, 후자는 밝고 가벼운 소리가 납니다.”(박창원) 최근 베이스·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호른처럼 벨이 분리되기도 한단다. 휴대의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악기 수리를 통해 베이스트롬본과 콘트라베이스트롬본 벨의 크기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수술’을 하다 보면 몸이 약해지듯이 벨의 사이즈도 자주 바꾸면 악기에 악영향을 줍니다.”(박종세)


밸브
밸브란 흐름의 개·폐와 유량 조절의 기능을 한다.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의 밸브 뚜껑(Ⓐ·Ⓑ)을 열어보니 꽈배기 모양의 밸브가 보인다. 이 밸브는 ‘하그먼 밸브’. 1990년대에 개발자 ‘하그먼(René Hagmann)’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키를 누르면 밸브들이 움직입니다. 공기가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꽈배기 모양을 따라 부드럽고 완만하게 흐르죠. 트롬본은 물론 관악기들의 관이 휘고 꼬여 있는 이유도 이처럼 공기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서예요.”(박종세)


둘째손가락과 콘트라베이스의 손등 거치대
베이스트롬본을 들고 있어보니 무게 때문에 손목이 점점 아파온다. 몸은 연주하기에 편해야 하며 오랫동안 악기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이를 위해 각자의 버릇과 습관이 있다. “그래서 저는 둘째손가락으로 무게를 분산시켜요. 손이 작거나 손가락이 짧은 사람은 아예 슬라이드를 말아 쥐기도 합니다.”(박창원)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더욱더 무겁다. “손등으로 지탱하는 거치대(Ⓐ)가 없으면 손목에 무리가 갑니다.”(박종세) 박창원의 베이스트롬본에는 가죽이 감겨 있다. “그립감을 좋게 하기 위해 가죽으로 감은 거예요. 악기를 오래 연주하다 보면 손에 땀이 나고 미끄러지기도 하거든요.”



튜닝관
금관악기는 기다란 관을 둘둘 감은 모양이다. “테너트롬본은 113cm, 베이스트롬본은 130cm,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170cm에요.”(박종세) 사진처럼 튜닝관을 잡아 빼면 기본음의 음정이 낮아지고, 밀어 넣으면 높아진다. “베이스트롬본은 가운데 관(Ⓐ)을 주요 튜닝관으로 씁니다. 튜닝관들을 다 밀어 넣으면 반음 정도 높아지죠. 사진의 모습은 거의 끝까지 잡아 뺀 것인데요, 이 정도면 반음 정도 낮아집니다.”(박창원) 현악기로 예를 들면, 줄을 감아 음정을 높이거나 풀어서 음정을 낮추는 원리와 같다.


워터 키 
연주만큼 중요한 게 배수(配水)다. 입김에 의해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침이 고이기 때문이다. 워터 키는 악기에 고인 침을 빼낼 때 쓴다. 테너·베이스트롬본은 직접 눌러 배수한다. “하지만 슬라이드가 긴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팔이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면 슬라이드 끝에 있는 워터 키가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박종세) 베이스트롬본은 물이 ‘졸졸’ 떨어지고, 체구가 큰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그야말로 ‘줄줄’ 흐른다고. 그 옆은 악기를 세울 때 바닥과 충격을 덜기 위한 고무로 된 끝핀.


입 모양
마우스피스 속의 입술을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숨을 마실 때는 코로 들이마시거나, 마우스피스에 위·아래 입술은 고정하고 양옆으로 벌려 재빨리 숨을 마십니다. 코와 입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죠.”(박창원)


입술로 조절
“당신은 얼굴에 대고 있는, 오래된 배수 장치처럼 생긴 그 악기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까?”(토머스 비첨)
왼손의 손가락이 당김쇠들을 누르고, 오른손은 슬라이드를 앞뒤로 움직여 여러 음정을 낸다. 그런데 박창원이 슬라이드의 움직임 없이 여러 음정들을 낸다. “마우스피스 속 입술 모양과 압력 등을 활용하여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입술의 압력에 따라 한 포지션에서 여덟 개의 소리를 낼 수도 있어요.”(박창원) 따라서 손 외에 입술의 ‘미세한’ 움직임도 중요하다. 트롬보니스트의 입술이 수난(?)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베이스·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저음을 담당하다 보니 테너트롬본보다 고음을 내기가 힘듭니다.”(박종세)


포지션과 글리산도
슬라이드가 가슴 근처에 있으면 음은 높아지고, 멀어지면 낮아진다. “베이스트롬본은 일곱 개의 포지션이,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은 다섯 개의 포지션이 있습니다.”(박창원) “하나의 포지션에서 입술을 잘 조절하면 여덟 개의 음을 낼 수 있고요.”(박종세)
트롬본족(族)의 가장 큰 매력은 글리산도 주법이다. 슬라이드를 ‘쭈욱~’ 밀거나 당기는 것이다. 피아노의 건반을 손가락으로 ‘쭈욱~’ 훑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3~4명의 연주자가 함께 할 때 그 소리는 더 묘해진다고. 저음을 향해 미끄러지는 콘트라베이스트롬본의 소리. 땅이 꺼지는 듯하다.


악기 청소
연주가 끝난 후에는 악기 내부에 고인 침을 부드러운 헝겊으로 닦아준다. 알토부터 콘트라베이스트롬본까지 악기를 닦을 때에는 무조건 ‘꼼꼼히, 부드럽게’ 닦아줘야 한다고.

추천 음반


‘on base’(Ⓐ) 보스턴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이스트롬본 단원인 제임스 마키는 박창원의 스승이다. “이 음반은 베이스트롬본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줍니다. 빠른 패시지와 높은 음 모두 베이스트롬본으로 연주합니다. 심지어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도요.”(박창원)

‘Excerpts from the Opera and the Orchestra’(Ⓑ) 액섭(Excerpts)이란 파트를 뜻한다. 이 음반은 오페라·오케스트라의 베이스트롬본 파트만을 담은 것으로 해설과 연주가 수록되어 있다. “2013년 미국 국제트롬본페스티벌에 갔을 때 구한 것입니다. 각각의 대목을 어떻게 연습·연주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실제 연주까지 담았어요. 저 역시 많이 참조하고 있습니다.”(박종세)

찰스 버넌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이스트롬본 단원이다.(Ⓒ) “엄청난 사람입니다. 존 윌리엄스의 튜바협주곡을 베이스트롬본으로 연주했어요. 자신만의 마우스피스를 만들어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 크기가 튜바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박종세) 버넌은 알토부터 콘트라베이스트롬본까지 자유자재로 다룬다. ‘Chick ‘a’ bone Checkout’은 크리스티안 린드버그가 버넌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악장별로 각각의 악기를 바꿔가며 연주한다.

사진 심규태(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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