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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인간적인 완벽주의자
글 김호경 기자 2/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2월호 - 전체 보기 )




▲ ©Marco Borggreve

호칸이 ‘호칸’을 연주하러 한국에 온다! 스웨덴 출신 트럼피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Håkan Hardenberger)가 영국 작곡가 마크 앤서니 터니지(1960~)의 트럼펫 협주곡 2번 ‘호칸’(2014)을 한국 초연하기 위해 대니얼 하딩/런던 심포니(LSO)와 함께 서울을 찾는다.

정신이 번쩍 드는 사운드로 전쟁에서 사기를 돋우거나, 청아한 음색으로 종교음악에 사용되기도 하며, 오페라에서는 카스트라토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다채로운 매력의 트럼펫.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는 이러한 트럼펫의 얼굴을 증시하며 많은 작곡가에게 영감을 제공해온 인물이다. 그동안 동시대 작곡가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그들이 막 토해낸 작품을 명연으로서 세계무대에 소개해왔다. 그 작곡가들의 이름으로는 해리슨 버트위슬·브렛 딘·한스 베르너 헨체·아르보 패르트 등 수없이 많으며, 특히 하인츠 카를 그루버의 트럼펫 협주곡 ‘에어리얼’은 1999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베를린 필·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여러 악단과 총 71회 연주했다. 현재 쉰여섯의 나이로 정력적인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말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말뫼 음악원의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하르덴베리에르의 내한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7·2009·2013년 서울시향과 협연했고, 2011년에 타악기 주자 콜린 커리와 듀오 공연을 가졌다. 기자로서는 터니지의 작품 ‘호칸’이, 팬으로서는 연주자 호칸이 반갑고 궁금해 스웨덴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에 연주할 ‘호칸’은 마크 앤서니 터니지가 당신을 위해 쓴 두 번째 트럼펫 협주곡이다. 터니지가 2004년에 작곡한 ‘잔해로부터(From The Wreckage)’는 사운드 활용부터 주법까지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한계와 가능성을 시험하는 듯한 작품이었다. ‘호칸’은 어떤 작품인가? 작곡가에게서 당신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짓게 된 계기에 대해 들었는지?

터니지가 이 곡을 완성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호칸’이라는 제목이 붙을 것이라고 귀띔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했는지 지금까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호칸’을 연주할 때면 나는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떠올린다. 서서히 확장되고 발전하는 형식을 띤 곡이라 음악적으로 열린 상태로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곡이 나의 음악 인생이나 성격을 담고 있다는 해석은 맞지 않는 것 같다.

함께 내한하는 대니얼 하딩, LSO와는 이미 수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 당신이 생각하기에 LSO의 사운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또한 하딩의 음악적 특징, 인간적 면모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LSO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고, 그들과 함께 일할 때면 무척 행복하다. 대니얼과 좋은 관계로 지낸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가 트럼피터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배려를 받는 느낌이 든다.

많은 현대음악 작품을 세계 여러 나라의 청중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현대음악’의 조건은 무엇인가?

모든 음악은 ‘인간다움’을 필요로 한다. 음악은 인간에게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음정과 박자 등 음악적 요소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악이 훌륭한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만난 작곡가 중 당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곡가는 누구인가?

해리슨 버트위슬(1934~)을 가장 먼저 꼽고 싶다. 그는 나에게 고난도의 대작을 써준 첫 번째 작곡가이며, 나는 그 작품에서 대형 비행기를 이끄는 기장과도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 곡을 처음 연주했을 때 나는 트럼펫이라는 악기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격렬한 거부반응을 직접 경험했다. 그러나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당시의 깨달음이 없었다면 여태껏 다양한 작품의 초연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인츠 카를 그루버(1943~)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에어리얼’을 포함한 그의 작품들은 ‘무한함’의 경지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인물이 있다.

클래식 음악가 외에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나?

톰 웨이츠. 그의 목소리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느낌이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 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불완전한 것을 보면 늘 감탄한다. 재즈 트럼피터 레스터 보위도 같은 이유로 좋아한다.

2011년 내한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들려준, 당신의 세 명의 스승을 향한 마음이 무척 인상 깊었다. 현재는 스승으로서 많은 제자를 만나고 있을 텐데.

나는 여덟 살에 첫 스승인 보 닐손을 만났고, 그의 트럼펫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음악을 사랑하게 됐다. 닐손은 나만의 소리를 갖는 법을, 파리 음악원에서 배운 피에르 티보는 모든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토머스 스티븐스는 작곡가의 메시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줬다. 나의 제자들에게도 이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일상을 음악과 함께 보내라는 말과 함께.

음악가로서 늘 마음에 품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나이를 먹으며 (아마도) 지혜를 얻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만한 마음과 냉소적 태도를 지닌다. 이러한 태도를 멀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두려고 한다.

사진 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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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칸 하르덴베리에르 협연, 대니얼 하딩/LSO 내한 공연

2월 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터니지 트럼펫 협주곡 ‘호칸’,
말러 교향곡 4번(소프라노 크리스티아네 카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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