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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화벨이 울린다’
글 배선애(연극평론가) 2/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2월호 - 전체 보기 )



1월 5~8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수화기 너머, 감정노동자의 현실


2014년부터 시작된 서울연극센터의 유망예술지원 뉴스테이지(NEWStage)가 2016년, 기존 세 작품에서 한 작품 늘어난 네 작품으로 3년차 기획을 선보였다. 작년 3월 젊은 예술가 4명을 선정하고 작품 개발과 멘토링, 워크숍 등의 다양한 인큐베이팅 작업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차례로 그 결과물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젊은 예술가와 아마추어리즘이 구분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2015년에 비하면 이번 뉴스테이지를 구성하는 네 명의 연출가(이연주, 김정, 이은서, 신지명민)는 이미 전작들로 주목받는 이들이기에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한창 비수기인 요즘, 이 작품들이 전회 매진을 이어가는 것은 뉴스테이지와 각각의 연출가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에 찬 응답일 것이다.

이번 뉴스테이지의 첫 작품 ‘전화벨이 울린다’는 이연주가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2016년 ‘삼풍백화점’ ‘이반검열’을 통해 재난과 검열 등 당면한 현실 문제를 섬세하게 파고들어가 주목을 받은 연출가 이연주는 이번에는 감정 노동자들의 실태를 무대로 가져왔다. 헤드셋을 통해 수많은 고객과 소리로 마주하는 콜센터 직원들이 보여주는 감정 부조화의 깊은 골을 무겁게, 그러나 결코 어둡지 않게 그려냈다.

무례하거나 신경질적인 고객의 다양한 언어폭력에 대응하며 자신의 감정마저 황폐해져버린 주인공 수진을 비롯하여, 생업을 위해 7년을 일한 애순, 취업 준비를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지만 어느덧 자신의 직업처럼 되어버린 윤희, 감정 없는 기계처럼 일하는 지은, 처세에 능한 미영 등 콜센터 직원들의 다양한 면면은 조직과 사회의 보편성으로 확장된다. 더구나 필요할 때는 가족이라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 개인의 문제로 책임을 떠넘기는 회사의 본부장과 센터장의 논리는 감정 노동에 국한되지 않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나아가 갑과 을의 폭력적 관계를 보여주는 데까지 이른다.

이 작품이 더 흥미로운 것은 젊은 예술가의 성찰과 뚝심이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 중 연극배우 민규를 통해 수진은 미소라는 가면을 쓰는 법을 익혀 고민을 해소하는 것 같지만, 정작 수진이 닮고 싶어 했던 지은이 감정 부조화로 고객과 갈등을 일으키고 자살하면서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겨졌고, 그것은 고스란히 관객의 고민으로 환기되고 있다. 이것은 작가로서 이연주의 역량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드라마터그로 참여한 작가 이양구의 역할도 고려해볼 부분이다. 수많은 자료를 기반으로 탄탄한 극작술을 선보이는 작가 이양구의 참여는 자칫 성글 수 있는 구성을 촘촘하게 메우고 작품의 뒷심을 유지하는 데에 힘을 보탰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연주 연출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이 작품의 내용을 따라 깔끔하게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그에 어울리는 배우 앙상블을 구현하는 것으로,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무대를 둘러싼 콜센터의 여러 부스는 투명 막으로 처리되어 상담원들의 표정과 감정을 쉽게 노출시켰고, 무대 중앙은 수진의 고시원 옥상이나 콜센터 휴게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어 장면 변화를 매끄럽게 했다. 신사랑·이지혜·서미영 등의 젊은 배우들과 이선주·최지연·박옥출 등의 중견 배우들은 실제로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들인 양 완성도 높은 앙상블을 만들어내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2016년 뉴스테이지, 출발이 좋다. ‘전화벨이 울린다’는 남은 세 작품도, 그리고 네 명의 연출가가 선보일 앞으로 활동도 설레는 기대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사진 서울연극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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