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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해럴 협연, 엘리아후 인발/서울시향 연주회
글 유혁준(음악 칼럼니스트) 2/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2월호 - 전체 보기 )



1월 13·14일
롯데콘서트홀

고통과 환희의 공존, 호소력 있는 차이콥스키


“이 곡에서 감정 과잉으로 인한 즉흥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극성과 일정한 박동에 의한 통일감이죠. 물론 눈물도 있습니다.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도 있지만 피눈물 같은 것도 있습니다. 교향곡 5번에서 눈물은 많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그건 피눈물입니다.”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음악 해석의 표준을 제시한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전설적 거장 예브게니 므라빈스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에 대한 그의 견해는 러시아에서 명백한 진리와도 같다. 작곡가가 죽음을 예견하며 쓴 이 심각한 걸작을 얼마나 많은 지휘자가 본질에서 벗어나 한낱 로맨틱한 넋두리로 마무리하는가.

서울시향의 새해 첫 정기연주회가 열린 1월 14일 저녁 롯데콘서트홀.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악장간의 쉼을 거의 두지 않으며 한달음에 질주했다. 인발이 선배 므라빈스키를 이해한 것일까? 이른바 ‘운명의 메트로놈’, 1악장 도입부에서 운명의 주제를 노래하는 클라리넷은 결코 ‘루바토’로 대표되는 감성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과도한 감정 표현을 위한 현악기의 과장된 비브라토는 자제되었다. 인발이 구축하는 차이콥스키 음악의 독특한 형식미는 굳건했다. 교향곡 6번 ‘비창’에 결코 뒤지지 않는 비극성을 극대화하면서 통일감 있는 박동을 부여하는 인발의 해석은 엄격하기까지 했다.

다만 ‘노래하는 안단테’로 지시된 2악장 주제를 부는 호른의 음색을 처연했다. 이어지는 오보에의 가락도 이에 준했다. 3악장 ‘왈츠’는 개인적으로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고통받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작곡가가 가상현실에서 우아함의 극치를 맛보는 순간이다. 이는 ‘빈 회의’에서 시작된 정치적이고 불손한 ‘오리지널 왈츠’와는 차별화된,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그것과 대척점에 서서 차이콥스키의 예술혼으로 재탄생된 열락(悅樂)의 순간이었다.

1악장의 주제가 장조로 바뀌어 등장하는 4악장은 ‘낙관주의’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도사린다. 이 낙관주의의 끝은 ‘감동의 눈물’이 아닌 ‘피눈물’로 마무리되어야 하는 것. 그러나 인발은 끝내 ‘승리의 찬가’로 대장정의 끝을 맺었다. 뜻밖의 반전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호소력 있는 갈무리였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본 청중의 환호는 실로 대단했다.

전반부, 린 해럴이 협연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삶의 고백과 다름없었다. 전성기 로스트로포비치처럼 활을 깊고 둔탁하게 누르지도 않고, 요요 마처럼 나긋나긋하지도 않으며 중용의 미를 그대로 실현하는 해럴의 첼로 연주는 글자 그대로 명연이었다. 독주 악기가 쉴 때 오케스트라의 리듬에 온몸으로 반응하는 73살 노 거장의 움직임만으로 감동이 밀려왔다. 자신이 가르쳤던 서울시향 첼로 수석 주연선과 함께한 앙코르,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 2악장은 온기 어린 인간미로 가득했다.

정명훈 지휘자 사임 이후 험난한 항해를 하고 있는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 능력 있는 비올라 수석마저 떠나보냈다. 유료 청중도 줄고 있는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발의 지휘봉 아래에서만큼은 서울시향에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었다. 단원들의 기본기는 이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음악감독과 공석 중인 악장, 수석의 영입을 삼고초려(三顧草廬)해야 한다.

사진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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