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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콰르텟 리사이틀
글 김광훈(음악 칼럼니스트) 2/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2월호 - 전체 보기 )



1월 1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한국 실내악의 새로운 발자국


현악 4중주단의 활동을 종종 결혼 생활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있고, 또 그 안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결혼의 그것과 무척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벨 콰르텟의 역사는 현악 4중주계의 위대한 선배들에 비하면 그 연혁이 짧은 편이다. 2013년 중반에 본격 결성되었다고 하니 아직 만 4년이 채 되지 않은 단체다. 하지만 이들은 에버딩 콩쿠르를 시작으로 하이든·리옹·제네바 콩쿠르에서 차례로 두각을 나타내며 단기간에 수면으로 떠오른 단체다. 독주자의 세계에서 따지면 국제 콩쿠르 한 두 개쯤(!) 수상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시대가 되었지만, 실내악 콩쿠르에서 이러한 쾌거는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이며 독주 지향적인 한국의 풍토에서 실내악이 목소리를 내는 반가운 성과다.

이날 무대는 비올리스트 김세준과 첼리스트 조형준의 군 입대 전 고별 콘서트 무대이기도 했는데, 프로그램 전체가 하이든으로 꾸며졌다. 첫 곡은 하이든 현악 4중주 op.33-5 ‘잘 지내나요?’다. 잘 연주되지 않는 이 작품을 통해 아벨 콰르텟은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결론적으로 첫 곡에서 아벨 콰르텟만의 많은 특징을 보여주었다. 추진력 있는 연주를 바탕으로 밝고 경쾌한 동시에 쾌속한 음악적 흐름을 추구했다. 이는 다분히 제1바이올린인 윤은솔의 영향이 크며, 특히 제1바이올린에 역할이 집중되어 있는 하이든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했다. 곡은 표면적으로 안부인사를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내용 면에서는 편안한 인사라기보다는 진지한 이야기에 가까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아벨 콰르텟은 이러한 곡의 크고 작은 난점을 훌륭히 극복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들은 시대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바로크 활로 전곡을 연주했는데, 전체적으로 다소 작아진 볼륨에도 불구하고, 활의 속도를 이용한 바로크적 주법과 해석을 적절히 가미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남겼다.

두 번째로 연주된 곡은 하이든 현악 4중주 op.64-5 ‘종달새’라 불리는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바로크 스타일로 빠르게 시작된 템포는 중간의 노래하는 부분과 도돌이 이후에 다소 유동적인 템포를 취해 일관성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매우 유연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반복 후 제1바이올린의 즉흥적인 장식들 또한 흥미로운 시도였다.

세 번째이자 이날의 마지막 곡인 현악 4중주 op.74-3 ‘말 타는 기수’라는 별칭이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4악장이 특히 유명하여 앙코르로 자주 연주된다.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국제 콩쿠르 무대에서 다져진 작품이라 이들은 앞의 연주보다 자신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수준 높은 무대를 보여주었으나 하이든임을 고려하더라도 앙상블이 전체적으로 ‘1(제1바이올린) : 3(나머지)’의 느낌이 강했고, 그 때문에 밸런스에 대한 고민은 아벨 콰르텟의 과제로 여겨진다.

무려 세 곡의 앙코르를 쏟아낸 아벨 콰르텟은 명실공히 한국 실내악의 새로운 발자국을 뗄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바라건대 이후 무대에서 다른 스타일, 다른 작품의 연주로 이들을 마주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 MOC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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