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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오페라단
시대와 통하는 오페라를 그리며
글 김선영 기자 1/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1948년 조선오페라협회가 명동 시공관에 올린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우리 음악사에서 ‘최초의 오페라’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 성악가들이 만든 첫 오페라, 그 자리엔 민간오페라단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2005년 세상에 이름을 알린 솔오페라단의 창단 공연 역시 ‘춘희’였다. 이탈리아어로 ‘태양’을 의미하는 ‘sole’와 ‘단 하나, 오로지’를 의미하는 ‘solo’에서 이름을 가져온 솔오페라단은 지난 11년간 오페라계에서 다채로운 작품들을 올리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탈리아 베로나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동시에 전공한 이소영 단장은 오페라 코치로 활동하던 중 한국에서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의 프로그래밍을 맡으며, 자연스레 오페라단 창단을 이끌게 됐다.

“그저 공연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러다 제작에 필요한 지원금을 위해 자연스레 오페라단을 창단했죠. 이왕 시작했으니 오페라계의 태양 같은 존재가 되자는 마음으로 매 작품에 임했죠. 덕분에 단기간에 작품성이나 지명도 면에서 이름값을 어느 정도 해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서 첫발을 내디디며 달려온 솔오페라단에게 2007년은 만감이 교차하던 시기다. 서울시오페라단과 공동 제작한 ‘리골레토’가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신정아 사건으로 인해 예정된 기업 협찬이 모두 무효가 된 것. 공연은 호평을 받았지만 이소영 단장과 솔오페라단에겐 경제적 타격이 크게 남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시기였다. 이후 솔오페라단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2008년 부산문화회관 개관 20주년 기념 오페라 ‘아이다’를 통해서다. 이 작품으로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대상 없는 금상을 수상하며 오페라단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같은 해 솔오페라단은 부산과 서울을 오가기 시작한다.

그간 솔 오페라단은 해외 유명 극장의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국내 관객에게 선보여왔다. 이러한 작품 선택에는 이소영 단장의 안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하고 오페라 코치로 활동해온 그녀지만 제작자로서 작품을 대할 때면 늘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솔오페라단이 소개하는 작품들은 제가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인상에 깊이 남았거나, DVD로 발매되어 웬만큼 검증이 된 작품인 경우들이죠. 간혹 제 눈에 정말 좋아 보여도 ‘일반 대중 입장에서 과연 좋아할까?’라는 고민을 할 때가 많아요. 그간 저희가 올린 작품 중 ‘나비부인’이나 ‘일 트로바토레’는 모두 미니멀한 프로덕션으로 택했는데, 일부에선 제작비를 아끼려고 그런 작품을 택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런 작품들이 오히려 제작비는 더 많이 들었는데 말이죠. 무대에 등장하는 나무 한 그루가 얼마인지, 말 한 마리가 몇 억 원짜리인지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상당수 관객들이 고전적 해석의 무대를 선호하지만 그럼에도 미니멀리즘으로 해석된 작품들을 올릴 때 굉장히 좋았다고 하시는 분이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서 우리 관객들 안목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걸 새삼 느끼곤 합니다.”

솔오페라단의 11년 발자취

2005년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솔오페라단의 무대에는 한 해도 빠짐없이 공연을 올려온 열정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간의 오페라단 역사 가운데 기록적인 작품과 인상적인 순간들을 이소영 단장과 함께 살펴봤다.

2008년 베르디 ‘아이다’


부산문화회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며 공동 제작한 작품. 총 5회 공연에 8억여 원이 투입되어 작품 특유의 장대한 볼거리와 해외파 출연진을 중심으로 화려한 진용이 꾸려졌다. 안토니오 데 루치아가 연출을 맡았고, 오타비오 마리노 지휘, 부산시향이 나섰다. 라다메스 역에 피에로 줄리아치·이정원·김지호, 아이다 역에 소프라노 록산나 브리만·이리나 크리쿠노바가 캐스팅됐는데, 아모나스로 역의 고성현은 풍부한 성량과 짙은 호소력으로 해외파를 압도하는 실력을 선보였다. 이소영 단장은 이때를 계기로 솔오페라단이 독자적인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솔오페라단은 같은 해 12월 이 작품으로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대상 없는 금상을 수상했다.

2011년 바리 페트루첼리 국립극장 프로덕션의 푸치니 ‘나비부인’


현지에서 이 프로덕션 공연을 직접 관람한 이소영 단장의 선택과 노력이 한국에서 빛났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아들인 다니엘레 아바도가 연출을 맡은 ‘나비부인’은 절제미가 돋보이는 극도의 미니멀리즘으로, 무대에는 화려한 기모노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거대한 큐브 안에 수백 개의 조명이 배치해 빛과 색채로 그려낸 초현대적 공간의 미학을 선보였다. 프란체스코 아닐레가 핑커톤 역을 맡았고, 초초상으로 벨그라도 출신 자스미나 트룸베타스와 한국의 김유섬이 나섰다. 애호가를 중심으로 호평이 이어졌지만, 미니멀리즘 오페라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2015년 모데나 시립극장 프로덕션의 푸치니 ‘일 트리티코’


국내에서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잔니 스키키’ 3부작을 하루에 공연하는 이 작품을 그간 국내에선 매우 보기 어려웠다. 연출이나 성악진, 예산 등 쉽지 않은 난제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 이런 환경 가운데 모데나 시립극장의 무대와 성악진을 그대로 가져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간 동안 펼쳐놓은 솔오페라단의 노력은 제2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공연 분야 오페라 부문 최우수상으로 이어졌다. 크리스티나 페촐리가 연출한 이 버전은 이미 DVD로 명성 높은 프로덕션 중 하나다. 이날 공연의 헤로인은 조르제타·안젤리카·라우레타 1인 3역을 모두 소화한 소프라노 리사 호우벤이었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은 ‘객석’ 리뷰를 통해 “페촐리의 이번 무대에서 ‘외투’의 음울하면서도 멜랑콜리한 항구 분위기, ‘수녀 안젤리카’의 환상적이면서 절제된 공간의 아름다움, ‘잔니 스키키’의 유머러스하면서 피렌체 특유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실내 디자인 모두 영상물을 볼 때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평했다.

새롭게 쌓아갈 10년


▲ 솔오페라단 이소영 단장

솔오페라단의 작품 기준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이소영 단장은 창작 오페라에 대한 아쉬움도 언급했다. 2008년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한 ‘춘향아 춘향아’를 이탈리아·영국 등 유럽에서 올리며 호평받았지만 한국에서 재공연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았다.

“유럽의 오페라 소재를 보면 초기엔 영웅담이나 신화가 주를 이뤘지만, 이후엔 휴머니티에 집중해왔죠.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이순신, 황진이, 안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창작 오페라는 정부 지원을 받기 쉬운 소재만을 좇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죠.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오페라가 태어나기 어려운 조건이에요. 그럼에도 ‘춘향전’ 같은 이야기는 푸치니 ‘토스카’와 아주 흡사해요. 우리 이야기로 치면 스카르피아가 토스카에게 수청을 들라는 격이죠.”

이소영 단장은 ‘춘향전’ 원형 자체로는 세계인이 공감하기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내용과 오케스트레이션을 다듬는 개작을 거쳤고, 외국 출신 연출가에게 맡겼다. 새로운 스타일의 ‘춘향’에게 내려진 호평과는 별개로 창작 오페라의 티켓 파워는 그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다. 그럼에도 이소영 단장은 창작 오페라에 대한 꿈을 아직 꾸고 있다.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위트가 결합된 우리의 이야기로 전 세계 관객을 울고 웃기는, 그런 꿈 말이다. 더불어 그녀는 솔오페라단이 걸어온 10여 년의 시간 위에, 새롭게 쌓아갈 10년을 구상 중이다.

“지난 10년은 해외 프로덕션과 공동 제작으로 우수한 무대를 국내에 소개하는 힘을 기울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자체 제작을 통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어떻게 하면 유럽의 무대와 차별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IT 기술과 접목한 무대를 몇 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어요. 한국과학기술원이나 여러 연구소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표현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죠.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장면이나 극 중 달라지는 배경의 경우, 미디어 파사드나 홀로그램 등 신기술을 융합한 무대를 통해 연출하는 것이 앞으로 솔오페라단이 발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새로운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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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솔오페라단
제8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
5월 19~20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5월 26~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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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솔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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