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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현재와 미래
김덕희·신문철·양혜영·안성아 대담
글 국지연 기자, 정원 인턴 기자 1/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2016년 11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공연전산망’)이 대형 예매처들의 참여로 본격화되었다. ㈜인터파크, 엔에이치엔(NHN)티켓링크, 예스24, 클립서비스주식회사, ㈜이베이코리아, ㈜하나투어 등은 협약식을 체결하고 앞으로 예매처 6곳은 예매 정보 자동 전송 체계를 구축, 전송, 예매 정보 제공 및 활용 동의 수집을 대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 관객은 예매와 함께 공연전산망 사이트를 통해 기간, 지역, 장르, 창작/라이선스별 등 조건별로 집계된 공연의 총 관객 수와 티켓 판매 금액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미 영화계에서는 통합전산망이 구축되고 실행되어 영화 투자, 마케팅, 제작에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는 공연전산망의 홍보마케팅 및 분석 연구 기능을 강화해 공연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제작자, 투자자, 예술단체, 학계 등 공연전산망을 통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반응이 대다수지만 초대 관객이 포함된 관객 수 측정 방법이나 관객 수로만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순수예술 장르에 대한 소외 가능성 등 우려되는 점 또한 없지 않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통한 투명한 정보 공유가 앞으로 공연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의미가 무엇인지 2017년 공연 시장은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제작자, 투자자, 공연단체, 학계, 그리고 (재)예술경영센터에서 생각하는 다양한 입장에 대해 객석이 대담을 나누었다.

공연전산망이 본격화되었는데 이것이 공연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신문철 사실 공연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 소비자가 몇 명인지, 한 달에 몇 편의 공연이 상연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경우는 인터파크나 언론 등 기사를 통해서이고 그것을 역산해 시장 규모를 추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공연계는 산업의 가장 중요한 베이스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공연전산망은 투자자 관점이라기보다 공연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 지금 공연예술계의 위치를 파악하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획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지 않는 데이터를 가지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공연산업이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양혜영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표가 있어야 하는데, 공연산업은 그 기반이 제대로 세팅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한국 관객들은 숫자로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1000만 영화’ ‘50프로 시청률’ 등 숫자를 통해 종종 그 영화나 프로의 호응도와 중요도를 판단한다. 뮤지컬 공연의 경우도 전일 매진, 유료 점유율 80프로 등 관객을 집중하게 하는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지만 사실 과장인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예술작품을 숫자로만 판단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마케터 입장에서 공연예술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큰 방향성에서 보면, 공연전산망은 더 많은 사람에게 공연예술 장르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 예로 뮤지컬 ‘위키드’가 한국에서 초연작으로 공연될 때 ‘9년째 브로드웨이 완판 공연’ ‘누적 관객률 최다’ ‘최고 매출’ 같은 정확한 통계에 의한 홍보 마케팅이 작품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장르에 대한 가치를 숫자라는 키워드를 통해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그것이 결국 순수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안성아 공연전산망 운영의 긍정적 효과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공연산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신뢰가 쌓이면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도 갈등이 줄어든다. 학계 입장에서 바라봐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학계 사람들은 필요한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있는 분야를 연구한다.(웃음) 영화 논문이 많아진 것은 공연전산망 덕이다. 논문이 나온다는 건 업계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는 것이고, 업계에 필요한 시사점, 현황 분석 자료들이 생겨 공연 시장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덕희 공연전산망을 통한 공연산업계의 공정성, 신뢰성의 긍정적 효과는 동의한다. 하지만 예술단체 입장에서 보면 우려되는 점이 꽤 있다. 연극이나 클래식 음악 공연의 경우 영화나 브로드웨이의 티켓 판매 집계와는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있고 공연의 경우 장르가 복잡하고 형식도 다양하다. 제작사 역시 소규모인 곳이 많다. 변수가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포맷화할 수 있을지, 정말 필요하고 유효한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여러 단체의 승인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도 문제인 것 같다. 오늘 공연전산망 데이터를 열어봤더니 뮤지컬 분야 1위부터 10위까지가 중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업 저가 작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기준이 되는 전제 조건이 없으면 유효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데이터만으로는 창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미션이 매출보다는 새로운 시도와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것에 있다면 공연전산망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화된 단체의 경우 유리할 수 있지만 창작 중심의 단체에는 열심히 했음에도 오히려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연전산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더 깊은 검토와 논의가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창작을 많이 하는 단체의 입장에서는 공연전산망이 시작부터 조금 불리하다 생각할 수 있다. 창작 작품을 많이 제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남산예술센터에서도 실험극을 별도 카테고리로 나누어 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예경 역시 영화와 다르게 공연은 계속해서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험극이나 창작극은 대중에게 다른 장르와 같은 선상에서 티켓 판매로만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고 그런 면에서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장르에 대한 구분이나 통계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연계의 발전이 더디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공연전산망이 완전히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과정들을 통해 공연계 전체의 모습이 확실히 그려진다면 훨씬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할 거라 믿는다.


▲ CJ E&M 공연사업부문 사이트 전략팀 양혜영 부장

공연전산망 운영의 부작용은 없는가?

김덕희 공연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게 수긍이 가지만 요즘 공연 장르는 융·복합 크로스오버도 많기 때문에 장르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할 것 같다. 공연이 전국 단위, 장르별로 집계돼 오픈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신문철 영화 쪽에서 일하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영화 쪽에서는 통합전산망을 2000년부터 가동했는데, 지금은 안정화되었지만 처음에는 불명확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렴해나가면서 오류를 겪고 다시 정비하고 그렇게 과정과 절차를 거치며 많이 안정되었다. 일단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모으다 보면 의미 있는 자료가 되는 것 같았고, 결국 그 통계들이 영화의 균형적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영화 역시 상업 영화와 비상업 영화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파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공연예술 분야 역시 그런 과정을 겪으며 결국 하나로 통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양혜영 영화의 경우 통합전산망으로 인해 다양한 장르에서의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1000만이 보는 영화도 있지만, ‘비긴어게인’처럼 대중에게 메시지가 공감을 얻어 인기를 얻는 경우도 많았다. 해외에서도 상업적으로 기획 상품을 주로 제작하는 프로덕션이 있지만, 오히려 비영리에서 시작한 작품들이 브로드웨이 톱5를 차지하고 환영받는 경우도 무척 많다. 오히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때 공연산업계 역시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우려하는 것은 미리 한계를 정해버리는 것 같다.

안성아 공연계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그러므로 서로 혼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연전산망은 공연산업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부익부, 빈익빈은 예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전산망을 잘 활용해 관객들이 다양한 공연을 찾고, 그러면서 새로운 창작 공연이나 실험극에도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관객을 많이 유입해 점점 공연예술계가 폭넓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단기적으로 보면 처음엔 부작용도 있겠지만 미래를 봤을 때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 같다.

김덕희 뮤지컬 분야에는 꼭 필요한 것 같은데, 클래식 음악이나 연극을 산업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아예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물론 현실이 절대적으로 공연예술계의 파이를 키워야 하지만, 실제로 공연예술계에서 장르를 하고 있는 분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결국 예술과 산업의 인식 차에 대한 부분인데, 공연전산망을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그 요소들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을 때에도 관객들이 오직 티켓 판매 순으로 한 작품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신문철 공연전산망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공연예술계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를 만들 뿐, 그것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지금 현실적인 부분에서 공연계의 상황을 확실히 알고 제작자, 투자자, 관객이 지도를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산업 현황에 맞춰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는 그 다음 문제인 것 같다. 많은 회사와 제작자, 예술가들 역시 단단한 벽에 맞닥뜨릴 수 있겠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작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우리 목표는 부분부분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모아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모두에게 오픈할 뿐 아니라 모인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크다. 우리나라 IT는 포털 중심으로 정보 검색이 이루어진다. 공연 정보는 예매처 안에 갇혀 있거나 공연장 사이트 안에 갇혀 있다. 포털에서 바로 이용되는 환경이 되면 공연업계 전체가 다른 분야와 경쟁하는 데 훨씬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 수집뿐 아니라 다른 업계와의 경쟁, 융합을 통해 산업 전반적인 면에서도 좀 더 확장·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김덕희 영화의 경우 관객은 예고편만 봐도 자신이 좋아할 만한 영화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은 애호가가 아니면 출연진, 연출자를 모르고 정보도 접하기 쉽지 않다. 연극은 그런 면이 더욱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입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티켓 판매 순위뿐 아니라 저널리즘 비평을 통해 작품성이나 창작성을 좀 더 진정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보완적인 요소가 더 첨가되어야 할 것 같다.

신문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가 나와야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고 지원도 세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제작비, 마케팅비 등 효율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더더욱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큰 규모의 뮤지컬조차 마케팅비 책정이 엉망인 경우를 많이 보았다. 선순환 구조가 안 되는 것은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 SM인베스트먼트 신문철 팀장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양혜영 영국도 폐쇄적인 편이라 극장 전체의 누적 인원은 알리지만 콘텐츠별로 공개하진 않는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 40개 극장에 디테일한 좌석 점유율까지 세세하게 밝히고, 그런 수치를 통해 다양한 리포트가 산출되다 보니 그것들이 지원에 대한 근거 자료가 되고 있다. 유료 관객 수를 알아야 그 다음 작품을 예산에 맞게 기획할 수가 있다.

신문철 투자하는 관점에서 공감하는 게 가급적이면 순수예술은 좀 배재하더라도, 상업적 목적성을 띠고 제작하는 작품의 경우 굉장히 디테일한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어느 정도 자료는 구할 수 있다. 그런 데이터들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그것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공연을 흥행산업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장치산업에 더 가깝다. 막연하게 ‘나의 공연은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는 지금 같은 악순환 구조를 막지 못한다.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비용을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관건인데, 기획 단계에서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했을 때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고, 어떤 액션을 취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최적화된 예측이 있어야 예산을 짜고 수익성 있는 공연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공연예술계의 현주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덕희 제작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 얘기가 무척 공감이 된다. 특히 마케팅 투자를 보면 공연의 경우 마케팅비를 늘린다고 해서 관객이 늘어나지 않을 때도 있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티켓 수익이 이미 배우 캐스팅비로 다 들기 때문에 홍보를 할 자본이 없다. 그리고 배우가 유명하면 SNS에 공연 정보를 올리면 바로 매진이 된다. 결국 공연에서 가장 큰 비용이 배우 출연료인데, 그러다 보니 거품이 많은 캐스팅이 꽤 있다. 이럴 때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으면 전체적으로 훨씬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에 맞는 제작과 캐스팅이 가능해진다면 좋을 것 같다.

신문철 2006년 영화계 시장이 급격히 침체기에 들어갔다. 그렇다 보니 제작비가 많이 줄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수치로 다 드러나다 보니 배우들도 충분히 캐스팅 비용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다. 인기 배우 안성기 씨는 자신은 더 이상 개런티를 올리지 않겠다고 해서 다른 배우들과 영화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영화계가 하나로 뭉쳐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 김덕희 팀장

공연예술계가 경쟁력을 갖지 못한 것도 문제인 것 같은데.

김덕희 예술단체들이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금의 의존도를 줄이고 티켓 판매도 중요성을 베이스에 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클래식 음악, 연극의 경우는 티켓 판매수익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고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금을 타는 것을 중심으로 주로 운영되는데, 기금이라는 것이 언제 없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고 예술이든 산업이든 재생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마케팅과 티켓 세일즈에 대한 구조를 만들어야 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연예술계의 구조를 무시하고 무조건 어느 한 방향으로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는 건 위험하다. 창작품이나 실험극, 연극, 클래식 음악 분야 등에서는 티켓 세일즈에 대한 개념의 변화도 필요하다. 관객이 형성될 수 있도록 현실적 노력이 필요하고 합리적인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진정성이라는 공동 목표를 잃지 않는다면 공연전산망은 공연예술계의 내적 성장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성아 여러 논문을 보고 분석해보면 공연계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발표된 것으로만 보면 부실수치도 있겠지만, 10배 정도다. 공급자들이 제대로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시장을 넓히는 것인데, 소비자 중심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훌륭한 콘텐츠를 누구에게 어떻게, 어디에서 전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문철 공연예술계 역시 상업성이라는 것을 배재할 수 없고 수요 공급 역시 중요하다. 결국 콘텐츠 사업에서 수요 조절은 유통사가 하는 것이다. 문화 공연 예술에서 제대로 유통의 역할을 하는 회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요 공급을 조절하면서 관객들에게 걸러져야 하는 공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없다 보니 비정상적인 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듯하다.


▲ 추계예대 영상비즈니스과 안성아 교수

2017년 앞으로 문화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안성아 학계에서도 관객조사를 다양하게 많이 하는데 사실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공연계에서는 문화예술을 향유해야 좋은 사람이라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고 스포츠계로 가면 그쪽에서도 그런 전제가 있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다른 전제를 갖고 살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두가 예술 자체의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고 공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근대 전에는 예술의 가치는 기능이었다. 기능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예술을 사회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치료와 예술을 접목한다든지, 기업경영에 예술을 접목한다든지, 서로 다양한 접점을 많이 만들수록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철 문화예술 분야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의 열정을 표출하기에 더욱 적합한 분야다. 젊은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하고 그 선택이 삶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모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함께 건강한 공연예술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문화는 우리 사회를 더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대단한 힘이 있다.

김덕희 공연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의무인 것 같다. 하지만 그 가치는 다를 수 있다. 예전에 브로드웨이에 갔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유명한 극장들이 걸어서 5분, 10분 거리에 다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대학로가 있긴 하지만 대극장들은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다. 좀 더 문화 공간이 연결되어 관객도 공연뿐 아니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양혜영 문화 공연을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감과 위로의 부분이 큰 것 같다. 공연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건데 스크린을 두고 소통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 가치가 객관적으로 지표로 만들어지고 유통 과정이 확대되면서 공연계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한다면 단어로만 머물러 있는 ‘관객 저변’이라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관객은 이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공연의 경우 디지털 마케팅 채널도 확대해야 하고 변모하는 사회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관객이 좋아하는 키워드와 콘텐츠의 키워드가 맞아야 하는데, 그런 구축이 어려웠던 건 공연계의 폐쇄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것부터 열리면 공연산업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공연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공연의 성격이나 주제 역시 다르게 바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근본적으로 탐구하고 고민하는 삶의 주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공연계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신뢰성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연전산망의 본격적인 운영이 그 방향성을 정하는 데 의미있는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작품의 가치가 숫자로만 판단되지 않도록 여러 방안 또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가치와 아름다움이 인정되고 존중될 때만이 우리 사회에 건강한 공연문화 예술이 꽃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박진호(studio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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