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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CP 예술감독 김동민
가치 있는 변화를 꿈꾸며
글 김호경 기자 1/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저는 무료 음악회 지상주의자는 아니에요. 오히려 음악회는 꼭 제값을 내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NYCP 같은 단체가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이하 NYCP) 예술감독 김동민은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2009년 뉴욕 맨해튼에 터를 잡고, 2010년 첫 연주를 가진 NYCP는 무료 음악회를 고수하는 단체다. 예술감독 김동민이 바이올리니스트 요세프 슈파체크(현 체코 필하모닉 악장), 더블베이시스트 다쉰 장과 뜻을 모아 열다섯 명 규모의 작은 오케스트라를 설립했고, 첫 시즌에 8회 공연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총 17회의 음악회를 열었다. 현재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를 포함해 7개국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하고 있으며, 비올리스트 킴 캐시캐시언, 바이올리니스트 초량 린·리처드 용재 오닐·클라라 주미 강,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NYCP와 협연했다. 2014년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미국 투어를 갖고 4개 도시에서 1만 명 가까운 관객을 만났다.

김동민은 티켓을 판매해 행정적으로 안정화시키자는 이사진 및 스태프들을 설득하는 게 연중행사라며 웃었다.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한 NYCP의 탄생 배경과 ‘생존’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세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고,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비올라와 지휘를 공부했다고 들었다. NYCP를 창단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 것인지?

인디애나 음악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도중 단지 뉴욕의 문화를 경험해보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 첫 3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4일쯤 음악회만 보러 다녔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부터 학생 음악회, 아마추어 음악회까지 가리지 않고 다녔다. 뉴욕의 음악 신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 ‘나도 여기서 할 만한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NYCP를 만들기 위해 뉴욕에 간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뉴욕에 가기 직전 인디애나에서 경험한 일이 이 단체를 만든 계기가 된 것 같다. 당시 블루밍턴 공공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커다란 검은 쓰레기봉투를 든 남루한 차림의 흑인 아저씨 한 분이 도서관으로 들어오더라. 클래식 음악 CD 몇 개를 골라 들고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2시간 동안 음악 감상에 심취했다. 그 이후로도 그곳에 자주 나타나는 그분을 보며 음악회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감상하고 쉴 수 있는 연주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고도 없는 뉴욕에서 단체를 창단하고 이끄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2009년 여름 처음 뉴욕에 도착해 그해 가을 NYCP를 만들고, 다음 해부터 연주회를 열기 시작했으니 내가 봐도 기적 같다. 처음에는 창단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세프 슈파체크와 더블베이시스트 다쉰 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뉴욕에서 김동민의 이름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 친구들은 워낙 유명했으니 연주자도, 관객도 많이 모였다. 우리가 무료 음악회를 하지만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협연자들에게 재능 기부를 부탁하는 게 아니다. 연주료를 지급해야 하니 보통 맨해튼에서 한 번 연주회를 열면 한화로 약 2300만 원이 필요하다. 아무 예산도 없이 시작했으니 어떤 상황이었을지 상상이 갈 것이다.

운영은 기부금으로만 이루어지는 건지?

그렇다. 처음 3년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후원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음악회장에 와서 적은 금액을 내고 가는 관객부터 정기적인 개인 후원, 기업 후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받고 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2017년, 뉴욕 시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되었다. 심사가 무척 까다로운데 다행히 선정되었다. 한 번 지원을 받게 되면 앞으로 공공 기관 및 재단에 지원 신청을 하는 것이 수월해질 테니 언덕을 하나 넘은 셈이다.

관객은 어떤 방식으로 초대하나?

7년째 접어드니 메일링 리스트가 많아졌다. 약 3000명쯤 된다. 그분들에게 연주 소식을 알리면 장소나 연주자, 혹은 프로그램을 보고 오거나, NYCP 연주라면 무조건 오시기도 한다.

티켓을 구입하기 어려운 사람들만을 위한 공연은 아닌데, 무료 음악회를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무료 음악회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직업 연주자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관객은 그에 맞는 금액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NYCP 같은 단체가 하나쯤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혜택이 꼭 필요한 분들이 많이 올 수도, 전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관객층이 다양해지고 넓어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 스태프를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 얼마 전 공연에 홈리스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2층 맨 구석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쉬다 가셨다더라. 조수미 선생님과 투어 공연을 했을 때도 비슷한 행색의 분들이 많이 오셨다. 우리 같은 단체가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될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준다면?

가까운 계획으로는, 2016년부터 뉴욕 공연예술 공공 도서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할 예정이다. 도서관 안에 200석 규모의 홀이 있는데, 그곳에서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원서(악보)를 전시하고, 우리가 연주한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관객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인기 공연이다. 지난 시즌에는 베토벤 초기 현악 4중주 여섯 곡과 트리오 ‘대공’을 3회에 나누어 연주했고, 이번 시즌에는 브람스 작품으로 꾸민다. 또 아칸소 주립대학 몇 군데를 다니면서 연주회 및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스캐롤라이나·캘리포니아에서 공연을 기획 중이며, 유럽 진출 계획도 세우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꼭 연주하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좋은 사람들과 많이 만나면서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바람이다.

사진 박진호(studio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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