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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문화예술 컨퍼런스 & 칸두코 댄스 컴퍼니 내한 공연
문화예술 다양화와 이상적 공존을 위해
글 한정호(음악 칼럼니스트) 1/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 ‘비헬드’ ⓒHugo Glendinning

2017년에는 한국과 영국 간 예술 교류가 빈번해지고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류의 두 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한영국문화원이 양국에서 진행하는 ‘한·영 공동기금 사업’과 ‘한·영 상호교류의 해’ 행사다. 전자는 양국의 예술위원회가 2년 동안 각각 12억 5000만 원(약 75만 파운드), 총 25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사업으로 2017년 공동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후자는 양국에서 2018년까지 ‘창의적 미래’와 ‘영국 내 한국의 해’라는 개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시와 공연, 컨퍼런스가 이어진다.

이에 앞서 2016년 12월 1일부터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영 문화예술 컨퍼런스와 부대행사가 열렸다. 컨퍼런스에서는 양국 문화예술 정책의 현황과 디지털 예술의 미래, 장애 예술 분야의 과제를 점검했다. 3일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는, 한국에서는 디지털 기술 전문가들이, 영국에서는 문화 정책 조언자들이 참석해 그동안 추상적 논의에 그치기 쉬운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논의했다.

컨퍼런스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예술로 호환하는 양국의 현황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IT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이승택 놀공발전소장의 발제가 관객들의 열띤 질의로 이어졌고, 매슈 본 연출 ‘백조의 호수’를 3D로 제작한 피오나 모리스 더 스페이스 대표는 창조산업의 부흥에도 2차 저작물에서 아티스트의 로열티 개념이 부족한 영국 현실을 증언했다.

장애 예술 관련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국내 전문가들이 시혜적 관점이 부족한 현실을 비판하고, 2018년 평창 장애인 올림픽을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대회 이후 장애 예술의 지속 가능을 위한 대안은 특별히 제시된 게 없었다. 영국에서는 예술위원회의 지원 일정액을 놓고 장애 단체가 경쟁하는 구조에서, 독립 예술가가 부상하고 전통 있는 단체가 사멸하는 것이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 자연스럽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의 칸두코 댄스 컴퍼니가 안정화되기까지


▲ ‘비헬드’ ⓒHugo Glendinning

부대행사로 12월 3·4일 국립현대미술관 내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영국의 현대무용단 칸두코 댄스 컴퍼니(이하 CDC)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레퍼토리는 알렉산더 휘틀리 안무의 ‘비헬드’(Beheld)와 헤테인 파텔 안무의 ‘담론에 대해 이야기하자’(Let’s Talk about Dis)로, CDC는 10년 만에 서울에 왔다. 1991년 창단된 CDC는 2006년 모다페에서 ‘여정’(The Journey)과 ‘어리석음을 찬미’(In Praise of Folly)를 공연했고, 신체극단 DV8와 함께 2000년대 영국 장애인 무용을 대표하는 단체로 꼽혔다.

부상 치료 목적을 넘어 장애인이 실연자로 개입한 무용을 제작하기까지, 영국은 장애인을 대우하는 법률적 토대가 새로운 예술 형태를 견인했다. 영국 정부는 1995년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고, 2010년 제정한 평등법 상에 장애인 평등사상을 강조하면서 장애인 예술 발전의 기반을 놓았다. 영국예술위원회는 현재 영국 내 약 60여 개의 장애인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 ‘비헬드’ ⓒHugo Glendinning

영국 장애인 예술이 세계와 만난 건 2012년 런던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서다. 장애인 극단 그라이아이의 예술감독 제니 실리가 연출을 맡았고, 팔다리가 없는 토르소를 등장시키고 아찔한 장대타기가 이어지면서 이전 장애인 이벤트와 비교해 볼거리와 예술성 면에서 격을 달리했다. 영국 장애인 예술의 융성에 대한 대외적 관심은 세계 각지 영국문화원의 행사로 이어졌고, 2015년엔 한·영 무용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CDC 출신 안무가 마크 부르가 내한해 워크숍을 가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CDC와 DV8은 영국예술위원회 예산과 해외 극장 교류를 통해 연평균 2~3편의 무용 신작을 제작했다. 그러나 DV8은 2016년 1월, 운영을 중단했는데 예술적 역량에 비해 과욕으로 추진된 해외 공연이, 2010년대 들어 질 낮은 작품을 양산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향후 CDC의 해외 활동은 커뮤니티를 벗어난 장애인 무용이 과연 국제시장의 상품으로 어울리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장애인을 프로 댄서로 육성하는 교육 내용과 체계를 정비하고, 함께 작업했던 안무가의 경험이 연작으로 축적되지 않는 그동안의 맹점에 대해 CDC는 점검이 필요하다.

유연하고 유쾌한 CDC의 작품세계


▲ ‘비헬드’ ⓒHugo Glendinning

‘비헬드’의 안무가 휘틀리는 버밍엄 출신으로 2010년대 들어 토머스 아데스 음악과 협업하거나 코번트 가든 린버리 스튜디오 극장에서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선과 공동 작업하면서 꾸준히 영국 언론에 거론되는 신예 안무가다. 휘틀리는 휠체어를 탄 무용수가 가진 동작적 특성을 비장애인 무용수의 탄력으로 옮기는 데 발군이었다. 천을 이용해 서로를 밀고 당기는 과정을 신축적으로 조정해, 공간 안에서 신체가 어떻게 개별적으로, 군집으로 움직이느냐를 깔끔하게 펼쳤다. 휠체어의 무용수들이 동작 수행의 측면에서 비장애인 무용수에 비해 순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신체를 둘러싼 공간의 구조에서 휘틀리는 장애-비장애인의 구분이 별 효용이 없도록 춤의 얼개를 조직했다. 닐스 프람의 음악으로 감정을 교환하는 방식은 새들러스 웰스에서 아데스와의 협업 이후 훨씬 부드러워졌다.


▲ ‘담론에 대해 이야기하자’ ⓒAmanda Thomas

다원예술가 파텔은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고정된 문화적 정체성을 회의하고 이를 설치 작품과 조각, 사진으로 구현해왔다. ‘담론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파텔의 2014년 안무작으로 7명의 장애-비장애인 무용수들이 서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선을 그렸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여성 무용수를 상대로 할 땐 친절하게 통역하다가, 팔을 잃은 무용수에게는 무성의한 장면은 주류 사회가 문화 정체성을 담론하는 방식을 풍자한다. 즉흥이나 약속된 무용 동작 없이, 무용수들은 구두로 극을 수월하게 진행했다. 무용수들은 ‘농 당스’(Non danse) 계열의 제롬 벨 안무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Show Must Go On)를 소화했고, 소수자의 불편을 유쾌하게 털어 놓는 포맷에 편안해했다.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드럽게 야유하는 기술은, 2018년 평창 장애인 올림픽의 예술 행사에 참고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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