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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콰르텟
성장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글 정원 인턴 기자 1/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 좌부터 김세준(비올라)·윤은솔(바이올린)·박수현(바이올린)·조형준(첼로)

나, 너, 그, 그녀에서 기적같이 한데 모여 아벨 콰르텟으로 활동한 지 4년. 네 명의 연주자는 4년을 10년같이 동고동락하며 서로의 음악에, 또 삶에 ‘우리’란 이름으로 번져갔다. 그래서일까. 눈부시게 찬란한 순간을 맞이한 네 젊은이와 주고받은 대화는 다른 문체로 쓰여 있었을 뿐, 하나같이 서로 닮아 있었다. 아벨 콰르텟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성장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2013년 첫 숨을 내뱉은 아벨 콰르텟은 넷이 하나가 되어 처음 참가한 하이든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리옹 콩쿠르, 에버딩 콩쿠르에서 연달아 입상하며 독보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11월엔 새로운 변화를 디디고 참가한 제네바 콩쿠르에서 국내 실내악단 최초로 수상 소식을 전하며 국내·외에서 아벨 콰르텟의 이름을 공고히 했다.

그리고 오는 1월 13일.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잘 지내나요?’로 안부를 전하고, 음악으로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마련한 두 번째 정기연주회 ‘하이든’을 준비하면서 성장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변화는 성장을 늦추지 않았다

제네바 콩쿠르에서의 아벨 콰르텟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이우일(바이올린)이 사정상 함께하지 못했고, 조형준과의 인연으로 오래전부터 콰르텟과 가깝게 지내던 박수현이 그 빈자리를 대신해 윤은솔과 나란히 앉았다. 당분간 예정된 스케줄도 박수현이 함께 소화할 예정이라고. 큰 무대를 앞두고 겪은 변화로 인해 부담감이 크진 않았을까? 개인적인 우려와 달리, 그들의 이야기엔 낯섦에 대한 걱정보다 감사함이 가득했다.

조형준 콩쿠르를 앞두고 새로운 멤버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넷이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데 집중했습니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을 오가며 연습에 매진했죠. 다행히 수현이가 지닌 음악적 색채와 견해는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이 되었어요. 무대에서 보여줄 것은 경쟁이 아닌, 오로지 ‘음악’이라는 생각 하나로 매 라운드를 즐기려고 했고요. 심사위원으로부터 팀워크를 높게 평가받았을 땐 너무나 뿌듯했답니다. 이번을 계기로 서로 간에 신뢰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아요.

김세준 수현이에게 ‘관객들이 오롯이 음악만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자’고 말한 적 있는데, 그때의 다짐을 함께 실현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특히 심사위원 몇 분이 첫 무대에서 연주한 슈만의 작품을 듣고 ‘감동받았다’는 피드백을 주셨을 땐 정말 짜릿했어요.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 아닌 데다가, 진심으로 우리의 연주를 즐기며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윤은솔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어요. 하지만 수현이가 출중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기존에 우리가 지닌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소통에 임하며 자신의 색깔을 조화롭게 드러내준 덕에 빠르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경쟁을 해야 하는 콩쿠르는 언제나 떨리게 마련인데, 이번 콩쿠르는 연주하는 내내 정말 편안했어요.

박수현 오랜 시간 아벨 콰르텟을 동료로서 지켜봐왔습니다. 친구이자 같은 음악가로서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좋은 제안을 받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게 됐어요. 다르게 살아왔던 만큼 음악적 표현이나 작품을 대하는 방식에 차이는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음악의 본질을 찾아가며 한 뜻으로 준비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존중’과 ‘균형’

유난히 ‘네 악기의 호흡이 뛰어나다’는 평을 많이 받는 아벨 콰르텟. 한 칼럼니스트는 이들의 연주를 듣고 ‘마치 두 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듯 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네 명의 개성 강한 연주자가 만나 동시에 소리를 내되, 조화를 꾀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매번 성공시키고야 마는 아벨 콰르텟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조형준 균형이요. 음악과 삶, 콰르텟과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호흡을 유지할 수 있죠. 음악적으로는 ‘악기 각각의 개성을 잃지 않고,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음악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반복되는 특정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악 밖에서의 삶을 충분히 즐길수록 콰르텟 내에서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 깊이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박수현 음식도 한 가지 맛이 너무 강하거나, 재료마다 향이 강하면 자극적이기만 하고 감칠맛이 없잖아요. 소리의 색이 지나치게 단조롭거나, 각자 개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한다면 장점마저 퇴색할 수 있으니 언제나 균형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세준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고 리허설에 임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러나 어느 한쪽이 더 무거워지는 순간, 음악이 지니고 있는 본질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우리 역시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소통과 존중을 바탕으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행복하고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른 악기, 각기 다른 네 사람이 특별한 관계로 만나 서로에게 맞춰가며 연주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윤은솔 예전엔 일단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확실히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이 성장했나 봐요.(웃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갈등도 겪었죠. 하지만 멤버들 모두 열린 마음으로 듣는 자세가 되어 있고, 존중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무탈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이든의 즐거움은 우아하다


아벨 콰르텟은 오는 1월에 두 번째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하이든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작곡가에 대한 애정을 담아 하이든의 현악 4중주 Op.33-5 ‘잘 지내나요’, Op.64-5 ‘종달새’, 그리고 Op.74-3 ‘기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6년 여름에 가진 첫 리사이틀에서 모차르트와 슈만, 리게티 등의 작품을 통해 아벨 콰르텟의 ‘넓이’를 엿볼 수 있었다면, 이번 무대에선 이들의 ‘깊이’를 살펴볼 수 있다.

조형준 하이든이 작곡한 70여 개의 실내악 중 3곡을 선택하는 일이 쉽진 않았어요. 고심 끝에 아벨 콰르텟과 인연이 깊고, 남다른 애정이 있는 하이든의 레퍼토리를 선택했죠. 첫 곡으로 연주할 ‘잘 지내나요?’는 공연을 찾아주신 청중에게 새해 안부 인사를 묻는 마음으로 선곡했어요. ‘종달새’는 청아한 소리처럼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선사해드리고자, 마지막 곡인 ‘기수’는 새해 첫 달인 만큼 달리는 말처럼 힘찬 기운을 받아 가시라는 의미에서 프로그램에 담았습니다.

김세준 특히 2부를 장식할 ‘기수’는 2015년 하이든 콩쿠르에서 우리에게 우승을 안겨준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깊어요.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선택이죠.(웃음) 당시엔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조금 표현이 과했다면, 지금은 음악이 지닌 본질에 집중하려 합니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우아한 즐거움’이에요. 바로크 시절, 현악 4중주는 귀족들의 고급스러운 취미 생활이었기 때문에 ‘즐거움’에 ‘우아함’이 가미된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멤버들과 상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윤은솔 이번 무대에선 네 명 모두 특별 제작한 바로크 활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활이 달라지자 소리부터 보잉, 음악적으로 많은 부분이 달라지더라고요. 그 시대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음악을 청중에게 들려드릴 수 있어 무척 설렙니다.

박수현 하이든의 작품은 제1바이올린이 주 멜로디를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함께 움직이곤 하죠.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고 각자 역할에 충실하려고 해요. 네 명이 모여 완성시킬 하이든의 음악이 어떤 모습일지,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주시고,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웃음)

2017년의 ‘우리’에게

아벨 콰르텟은 네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김세준은 “콰르텟을 통해 모든 음이 언어이자 감정임을 깨달았다”고 답했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음악의 이론적인 부분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조형준과 “혼자일 때와 달리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윤은솔, 그리고 “많은 것을 새로이 다시 배울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는 박수현이 신년을 맞아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씩 전할 수 있는 질문을 마련했다.

김세준 유럽에서 생활하며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우리 멤버들에게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4년이란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시간을 ‘우리’란 이름으로 지나왔습니다. 행복했고, 힘든 때도 있었으나 함께여서 모든 순간이 좋았습니다. 우리 멤버들! 너무 고맙고 2017년에도 지금처럼 한결같이 ‘우리’를 즐기고, 함께 배워나가자.

윤은솔 음악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생각을 나누며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고, 많은 시간을 공유했기 때문에 지나온 시간이 마치 10년처럼 느껴지네요.(웃음) 새해에도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형준 많은 것을 함께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준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2017년에도 모두 건강하고, 올 한 해도 함께 음악에 푹 빠져 살아보자!

박수현 언니, 오빠들. 이렇게나 좋은 음악을, 무엇보다 멋진 여러분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 행복하고 고마웠어요. 2017년 한 해도 항상 행복하고, 음악에 푹 빠져 허우적대길 바라요.(웃음) 하지만 늘 그렇듯,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수많은 인연이 하루에도 맺어지고 끊기길 반복하는 가운데, ‘우리’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살아갈 수 있음을 ‘기적’이란 말 외에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콰르텟으로 만나 이미 많은 부분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네 젊은 음악가는 정기연주회를 마치자마자 독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이델베르크 실내악 페스티벌에 참가해, 파벨 하스 콰르텟과 같은 실내악계 대선배들과 한 무대에 오르기 위함이다.

연주회를 찾은 청중이 음악을 통해 활기찬 한 해를 시작하길 바란다는 아벨 콰르텟. 그들은 이미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활기찬 2017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진 MOC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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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콰르텟 리사이틀
1월 13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하이든 현악 4중주 Op.33-5 ‘잘 지내나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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