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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우리춤배틀-더 토핑’
글 글 이지현(춤비평가) 1/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2016년 12월 8~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지속성을 통한 도약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시무용단원들의 창작품이 세상에 나왔다. ‘우리춤배틀-더 토핑(이하 ‘더 토핑’)’은 서울시무용단이 컬래버레이션에 초점을 두고, 단원 창작 시스템을 만든 프로젝트다. 작년에 벅찬 의욕으로 다양한 여섯 작품을 발표했고, 오랜만에 단원들은 그간 막혀 있던 열정의 출구를 찾았으며, 관객들은 식상하지 않은 다양한 춤 덕에 만족스러웠다. 올해 선택된 박수정·강환규·이진영 안무의 세 작품은 특이하게도 각각 배우·영화·염색과의 협업을 내걸었고, 그 결과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작은 충격을 안겨주어 결과적으로 신선함을 거론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다.

예술감독에 의해 작품 성향에 강한 영향을 받는 서울시무용단이 그간 벗어나려고 애썼던 것은 전통이라 포장된 ‘교방춤’을 가지고 만든 창작이었다. 그 후 몇 년간은 전통보다는 시대성을 추구하면서 극성을 강화해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고, 그 시도는 어느 정도 이어지다가 관성의 힘에 굴복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출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주춤한 상태다. 공공 무용단의 단원 창작 프로젝트는 형식적 일정으로, 그 속에서 때론 혁신적으로, 때론 관습적으로 이어져오던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무용단의 ‘더 토핑’은 시작부터 예측한 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었다. 이 현상은 무용단 중심의 작업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세대 교체된 젊은 단원과 현대적 환경에 민감하게 변화한 단원들의 새로운 한국 춤을 추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개인 작업 반경에서 무언가를 돌파하려는 구체적인 것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진영의 ‘비욘드 레테(Beyond Lethe)’는 무대 위에서 천을 염색하고 그것을 조명의 힘을 빌려 색다른 색감으로 강화시키고자 했으나, 기억과 망각이라는 질긴 심연을 다루는 주제와 잘 녹아들진 못했다. 강환규의 ‘올드 보이(Old Boy)’는 주제곡 왈츠가 강하게 분위기를 상승시켜 달아오르게 한 춤, 그것과 잘 어우러진 연기력이 볼 만했으나 한국적 춤극이 가야 할 길이 가벼운 ‘뮤지컬 스타일’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박수정의 ‘지나가는 여인에게…’는 한국무용을 전공한 배우 한예리가 폼만 잡은 것이 아니라 진지하고도 제대로 무용수로 뛰었다. 몸에 붙는 검은 긴 치마의 투피스 차림의 여성 무용수들이 ‘교방춤’의 흔적이 증발한 새로운 춤동작을 보여주었고, 적절한 점층과 반복이 내재한 꽤 정교한 안무를 선보였다.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지루한 지점이 생긴 것과 현대무용 기반의 춤들과 어떻게 구분될 것인가의 문제를 남겼으나 하나의 정서를 끈끈하게 이어간 것이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만들었다.

직업 무용단의 단원이 무용 기술자 역할만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한 안무자에게 의존하던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창작 시스템은 관객에게도 답답함이 있었다. 단원들의 ‘열정’과 ‘능력’ 그리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 ‘더 토핑’으로 30분 이상의 작품, 한 수준 높은 춤의 화두를 담아내는 적극적인 제작을 시도해봄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를 거듭해 지속한다면 그 축적이 새로운 한국 춤의 배양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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