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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로랑 에마르 피아노 독주회
글 김주영(피아니스트) 1/1/2017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2016년 11월 24일
LG아트센터

새로움의 즐거움을 선사하다

생경한 음계와 화음, 낯선 느낌의 타건과 페달링의 만남, 거기에 익숙한 멜로디라고는 아주 가끔 들려올 뿐이었던 피에르 로랑 에마르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에 대한 공감과 이에 화답하는 청중의 의미 있는 환호로 채워졌다. 소품들로 꾸며진 음악회는 연주자의 군더더기 없는 진행과 완벽에 가깝도록 조절된 소리의 연출로 인해 지루할 틈 없이 일사천리로 흘러갔으며, 관객도 ‘재미있고, 또 듣고 싶고, 신비스러운’ 음향의 독특한 무대에 충분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쿠르타그와 메시앙을 중심으로 한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 해설을 쓰기 위해 레퍼토리를 먼저 받아본 필자는 바로크 이전부터 21세기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인해 현기증이 느껴졌다. 게다가 공연 며칠 전, 1부 순서에서 슈만과 쿠르타그의 작품을 골고루 섞어 연주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에마르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이래서는 각각의 작품을 구분하며 듣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바로 그렇게 구분하기 어렵고 모든 작품이 ‘하나’로 엮인 것처럼 감상하게 하는 것이 연주자의 의도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의도는 정확히 전달되었고, 후반부를 장식한 메시앙과 다캥, 쇼팽도 작품 내부에서 비롯된 교묘한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며 이전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커다란 그림을 펼쳐 보였다.

슈만, 쿠르타그, 그리고 17세기 네덜란드 건반음악의 중심인물이었던 얀 스베일링크 등을 교차하여 연주한 전반부는 에마르의 표현을 빌리면 ‘연속성 없는 작품들이 섞여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각기 1~5분 정도 길이의 작품 29곡이 연주되는 동안 청중은 자신의 청각과 의식을 에마르의 호흡에 함께 실어 뒤따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쿠르타그의 현학적 암시와 슈만의 충동적인 유머 감각은 하나로 뭉쳐졌으며, 소품 하나하나의 아고긱과 작품 간 파우제가 불규칙하게 얽힌 뉘앙스는 세련미와 현대성을 골고루 품었다.

에마르의 연출이 나열식이 아님을 증명하는 하이라이트는 스베일링크 4성부 환상곡 D단조였다. 잘게 분할된 리듬과 세분화된 돌림노래풍 모티브들은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에마르의 깔끔한 손놀림과 바로크풍 현란함으로 하나의 정점을 이루었다.

후반부는 신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새들의 노래와 인간의 노래가 어우러지는 장이었다. 루이 클로드 다캥의 ‘뻐꾸기’ ‘제비’ ‘분노의 바람’등은 자연스런 유희성이 두드러지며, 에마르 역시 적극적인 페달링과 외향적인 루바토로 음 자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초창기 쇼팽의 모습이 나타나는 야상곡 Op.9 No.1은 연주자 특유의 고상한 정서와 수학적 계산이 느껴질 정도로 세분화되어 표현하는 루바토, 파토스를 머금고 있는 묵직한 음향이 인상적이었다.

후반부의 메인은 역시 메시앙 ‘새의 카탈로그’였다. 에마르는 13곡 중 가장 사실적인 울림을 지닌 두 곡을 선택해 연주했는데, ‘마도요’는 넓은 도약과 굵은 음상이 여유로운 동시에 절대음악적 확신으로 이루어진 해석이었고,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한 ‘숲종다리’에서는 비르투오소적 색채와 강렬한 다이내믹 대비로 광활한 스케일을 암시하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미 작년 6월 올드버러 페스티벌에서 전곡 연주를 선보였던 에마르가 전곡 녹음이라는 당연한 수순을 밟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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