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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열린 워멕스(WOMEX)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음악
글 이정헌(Jazz in Seoul 예술감독) 12/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2월호 - 전체 보기 )




지난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주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열린 월드뮤직엑스포, 워멕스(WOMEX)로 향하는 길은 오랜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익숙한 여정 같았다. 2014년 처음 이곳에서 워멕스가 열렸을 때 좋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데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워멕스의 로컬 오거나이저(local organizer)인 비토르 벨로의 따뜻한 환대와 대성당의 평화로운 종소리를 상상하는 가운데 현지에 도착한 자정 무렵, 이곳은 더 이상 먼 이국 도시가 아니었다.

거의 매년 다른 국가와 도시를 순회하는 워멕스에서 매번 비슷한 수준의 규모와 운영의 질이 담보되는 이유는 해당 도시의 로컬 오거나이저들의 헌신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스가 차려지는 대형 컨벤션홀과 쇼케이스 공연장 섭외, 참가자들이 머무를 호텔과 자원봉사자 모집 및 운영, 무대와 음향 시스템 업체 선정 등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지원을 위해서도 지역 정부와의 협조는 필수불가결한데 이 모두가 로컬 오거나이저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바, 비토르 벨로는 역대 워멕스가 치러진 도시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로컬 오거나이저로 워멕스를 주최하는 독일 피라냐(Piranha) 사의 스태프뿐 아니라 수많은 참가자의 편의와 요청을 성실하게 처리하는 진정한 해결사의 역할을 했다.

월드뮤직 시장에서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

워멕스는 태생적으로나 월드뮤직 시장이 가장 큰 유럽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최근에 는 새로운 아티스트가 많이 발굴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지속적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과 네트워크 확장은 매우 고무적인 동시에,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잠비나이의 엄청난 성공과 더불어 숨(su:m), 거문고 팩토리, 노름마치, 바라지 등 최근 몇 년 동안 워멕스 쇼케이스를 통해 소개된 한국 단체들에 대한 호평과 더불어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해외 투어 지원과 네트워킹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의 기획자가 한국 아티스트를 초청하고자 할 때 이들이 직접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센터 스테이지 코리아(Center Stage Korea), 서울아트마켓 기간 동안 함께 열리는 한국 음악 해외 진출을 위한 쇼케이스 프로그램인 저니 투 코리안 뮤직(Journey to Korean Music) 등을 담당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시장개발팀의 노력과 공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해외 인사가 한국의 이러한 지원 노력과 결과를 부러워하며 높이 평가하는 오늘날 필자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2007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워멕스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처음 부스를 차리고 한국음악 해외 진출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한국이 지금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자국 아티스트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다른 문화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할 수준에 이를 것이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공기관의 노력이 맞물려 세계 음악계에 모범적인 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향후 한국 음악 해외 진출과 해외 네트워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저니 투 코리안 뮤직 같은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어 워멕스에 견줄 수 있는 아시아 월드뮤직 및 전통음악 시장과 산업의 선점을 위한 하나의 독자적 뮤직 마켓 혹은 엑스포가 마련되는 계기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블랙 스트링의 농밀했던 쇼케이스

▲ 블랙 스트링

3000여 명의 관계자와 60개 쇼케이스, 280개 부스, 50여 개에 이르는 컨퍼런스와 네트워킹 미팅, 음악 영화 스크리닝, 워멕스 어워드 등으로 구성된 워멕스는 현재 가장 특화된 음악 중심의 엑스포다. 과거에는 미뎀(Midem) 같은 모든 음악 장르를 다루는 종합 음악 엑스포가 음악산업과 네트워크의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워멕스나 재즈 어헤드(Jazz Ahead), 클래시컬 넥스트(Classical Next), 유로소닉(Eurosonic) 같은 장르가 특화된 월드 와이드 음악 엑스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필자가 감독으로 있는 서울 뮤직 위크(Seoul Music Week, 2016년 ‘재즈 인 서울’로 개최)처럼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된 30개가 넘는 지역 뮤직 마켓이 자국 혹은 해당 지역 아티스트를 해외에 진출시키기 위해 열리고 있다.

전 세계 프로모터를 대상으로 하는 워멕스 쇼 케이스 공연은 매우 중요한데, 올해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여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이 리더로 있는 블랙 스트링(Black String)이 워멕스 공모에 신청한 900여 개 팀 중에서 선정되어 쇼케이스를 가졌다. 허윤정의 거문고는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났으며, 대금 연주자 이아람과 다른 아티스트 역시 한국에서 독주자로서도 독보적 위치를 누리고 있는 그룹답게 한 치의 오차 없이 치밀하고 농밀한 선보였다. 블랙 스트링의 연주는 기본적으로 국악을 토대로 하되, 여느 음악과도 다른 독창적인 컨템퍼러리 음악이어서 관객들에겐 처음 접하는 음악을 만나는 것처럼 잔기침조차 허용되지 않을 만큼의 엄청난 집중이 이어졌다. 더없이 완벽한 연주지만 조금은 개념적(conceptual)이라는 평도 있었으나, 연주력만 놓고 본다면 최고 수준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다른 나라를 대표해 참가한 이들의 쇼케이스보다 한국 팀에 대한 평판이 더욱 궁금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워멕스에 참가한, 소위 ‘선수’들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관계자의 평가가 바로 해외 투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워멕스 개최에 며칠 앞서 갈리시아 정부가 자신들의 전통 문화와 음악을 소개하고자 마련한 ‘포커스 갈리시아(Focus Galicia)’가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필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추억을 선사했다. 4일 동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비롯해 갈리시아의 예전 주도인 라 코루냐 등지의 명소들에서 진행된 쇼케이스는 무척 훌륭했고, 20여 명의 해외 초청자 역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관계자들인지라 서로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 기회가 되었다. 갈리시아를 대표하는 10여 개 팀이 갈리시아 전통 켈틱 음악과 재즈를 중심으로 한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가능하다면 내년 서울 뮤직 위크에서 ‘갈리시안 포커스’를 마련해 이들의 음악을 한국에 집중적으로 소개할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사진 WOM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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