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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네크/뉴욕 필하모닉이 들려준 라비 샹카르의 시타르 협주곡
딸 아누시카 샹카르 협연, 인도의 정취를 자아낸 무대
글 김동민(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12/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2월호 - 전체 보기 )




▲ ©Chris Lee

서양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동양의 음악은 종종 신비로운 이미지로 그려진다. 신비함을 주는 소리란 어떤 소리일까?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과 인도의 라비 샹카르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 서양의 음악이 음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화성과 선율의 유기적 조화를 통해 구현되는 건축의 미학이라면, 동양의 음악은 음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지닌다. 소리 그 자체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작곡가 겸 연주자로 활동한 라비 샹카르(1920~2012)는 인도의 전통 현악기 시타르를 세계무대에 소개한 인물이다.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은 그를 가리켜 월드뮤직의 대부라 극찬했고, 그를 만나기 위해 인도에 찾아가기도 했다. 샹카르와 예후디 메뉴인이 함께 녹음한 음반은 그래미상을 수상했으며, 메뉴인은 샹카르를 가리켜 모차르트에 견줄 만한 천재라고 극찬했다.

앙드레 프레빈과 런던 심포니는 그의 첫 번째 시타르 협주곡을 위촉해 초연(1971)했고,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샹카르의 시타르 협주곡 3번(2008)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작곡가 본인의 연주로 조슈아 벨과 함께 바이올린과 시타르를 위한 새로운 작품(2009)을 선보일 만큼 인도의 시타르는 1950년대 이후 서구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지난 11월 3일, 만프레트 호네크/뉴욕 필하모닉이 링컨 센터 데이비드 게펀홀에서 라비 샹카르의 시타르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1980년 뉴욕 필하모닉이 위촉해 주빈 메타의 지휘로 초연한 작품이다. 연주회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얼마나 많은 관객이 모일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수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인도의 붉은색 전통의상을 입고 맨발로 무대에 오른 라비 샹카르의 딸 아누시카 샹카르는 아버지의 명성을 잇기에 손색없었다.

짙은 인도풍의 첫 악장이 시작되고, 20여 분이 지나서야 합주가 등장할 만큼 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선율의 진행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이완을 관찰하는 대신 시타르의 신비로운 음색과 분위기에 귀를 기울이자 감상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독주자 없이 오케스트라만 연주되는 부분을 들었을 때는 어느 나라 음악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가 시타르가 등장하는 순간 인도 음악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곡을 시타르가 아닌 다른 악기로 연주하면 어떨까 상상하며, 곡이 지역적 특색을 띠는 것 이상으로 문화를 대표하는 악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아누시카는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3악장 타악기 앙상블과 펼친 카덴차에서는 악보에 기보된 걸 따라가는 건지 즉흥 연주를 보여주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자유로웠다.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어가듯 영리하게 건축된 이 곡의 연주가 끝나자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2부에서 호네크/뉴욕 필하모닉은 하이든 교향곡 93번과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을 연주했다. 1부에서 정교한 연주를 이끌던 호네크는 자신의 장기를 자유롭게 펼쳤다. 호네크가 왜 뉴욕이 사랑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인지 알 수 있었다. 다만 하이든을 마치 베토벤의 작품처럼 연주한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2악장 중간에 터져 나온 에너지는 하이든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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