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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스 콰르텟
미완에 거는 기대
글 월간객석 8/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8월호 - 전체 보기 )




노부스 콰르텟은 우리 나이 평균 26세의 현악 4중주단이다. 맏형 김재영이 1985년, 막내 이승원이 1990년에 태어났다. 20대 중반의 피 끓는 청년들답게 에너지가 넘친다. 이들과 함께한 시간의 8할은 웃음, 나머지는 호기심으로 채워진다. 촬영 중엔 깔깔거리며 카메라 렌즈 앞에 서고, 다시 껄껄거리면서 모니터 앞에 모인다. 네가 잘 나왔네, 내가 못 나왔네… 내내 정신없다. 이 청년들이 8월 8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바흐 ‘푸가의 기법’을 연주한다. 바흐의 최후 작품이라 기록된 ‘백조의 노래’. 너무도 앞서간 탓에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빛을 발한 ‘오래된 미래’. 현악 4중주 버전의 첫 녹음이 무려 1985년, 김재영이 태어난 해에 이뤄졌고 여전히 국내에서는 전곡 실연을 들을 기회가 드문, 그 무엇도 아닌 ‘푸가의 기법’을. 아니, ‘푸가의 기법’을? 8월 8일 8시라는 일시만큼이나 프로그램도 비현실적이다.
글 박용완 기자(spirate@) 사진 박진호(studio BoB)

악보 상에 악기가 명시되진 않았지만(제18곡 ‘두 대의 클라비어를 위한 푸가’ 제외) ‘푸가의 기법’은 오랫동안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으로 인식되었다. 바흐가 남긴 악보는 ‘왼손과 오른손을 위함’이 아닌 선명한 네 파트의 오선을 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푸가의 기법’은 건반 위를 떠날 수 있었다. 오늘날엔 건반악기는 물론이요, 관현악을 비롯해 여러 기악 앙상블 편성으로 연주된다. 1985년 바이올리니스트 파올로 보르차니는 스스로 정리한 악보를 동료들과 함께 연주해 ‘푸가의 기법’ 현악 4중주 버전의 최초 녹음을 남겼다. 곧 줄리아드 현악 4중주단이 이 매력적인 행보에 가세했고, 이후 델메·에머슨 등 여러 현악 4중주단이 결실을 맺었다. 물론 바흐는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대의 ‘현악 4중주’를 구경하지 못했다. 그러나 네 개의 오선보가 나란히 나아가는 악보의 생김새는 자연스럽게 현악 4중주를 이 대작을 연주할 적임자 위치에 올려놓곤 한다.
제2바이올린, 즉 알토 성부가 홀로 첫 주제를 제시하며 끝을 모르는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흐 최후의 대작’이라는 화려한 기치에 현혹된 사람이라면, 첫 주제가 던진 쓸쓸함에 다소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기능적’ 측면에서 이 첫 주제는 무한대로 발전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선율이라 평가된다. 또한 이 곡을 쓸 당시 바흐는 ‘노년의 쓸쓸함’이라는 정서에 깊이 심취해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사실, 주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바흐의 신묘한 ‘기법’ 자체가 이 곡이 지닌 최대 수수께끼인데, 평균 나이 26세의 청년들이 이 거대한 우주에 어떻게 접근할지 또한 수수께끼다. 노부스 콰르텟은 이번 금호아트홀 연주를 위해 헤르만 디너가 정리한 악보를 택했다.



20대 청년들이 마주한 바흐 말년의 대작
“그럼 먼저… ‘푸가의 기법’부터 얘기해볼까요?”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던진 이 한 마디에 노부스 콰르텟의 제1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반가움보다는 당혹에 가까운 눈빛이다. 작품에 대해 아직은 할 말이 많지 않다고, 김재영은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기 전인데다가, 네 청년의 의견이 합의점을 찾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테다. ‘푸가의 기법’을 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 또한 무색해졌다. 금호아트홀이 펼치고 있는 ‘바로크 앤 비욘드’ 시리즈에 초대되어 바흐를 연주해야 했고, 현악 4중주단으로서의 선택 범위는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푸가의 기법’이 전부니까.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든 아니든, 뻔한 이유로 이 작품을 택했든 아니든… 무엇이든 어떻게든 김재영은 그럴싸하게 포장된 답변을 내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날 것’의 대답이 여과 없이 돌아오는 상황에, 나는 청년들의 솔직함이 아닌 ‘순진함’을 엿본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뭐, 다 그렇죠. 그럼 각자 좋아하는 바흐 작품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가장 먼저 눈을 반짝인 건 첼리스트 문웅휘. 5년 전 노부스 콰르텟을 처음 인터뷰했을 때도 그는 대단한 악보 욕심과 함께 학구적 면모를 내비친 바 있다. 역시나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첼리스트로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도 좋지만,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꼽을게요. 저 자신도 어려서 피아노를 꽤 오래 배웠고, 음악사 측면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니까요. 음악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바흐 이후 작곡가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문웅휘는 여전히 악보 모으기를 즐기지만, 5년 전에 비해서 그 속도는 조금 늦춰진 듯했다. 웬만한 첼로 레퍼토리를 거의 다 모았기 때문이라는데 “첼로 레퍼토리가 많지도 않잖아요”라는 그의 첨언에 여전한 수집욕은 더욱 선명해졌다. 지금은 주로 현악 4중주 악보를 모으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작곡·편곡에도 관심이 많다.
김재영과 김영욱,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나란히 바흐 파르티타 2번 BWV1004를 꼽았다. 특히 김재영은 현재 뮌헨에서 함께 공부하는 스승 크리스토프 포펜이 힐리어드 앙상블과 함께 녹음한 파르티타 음반(ECM)을 반드시 들어보라 권했다.
“저는 그 음반을 듣고 충격에 빠졌어요. 사실 한국에서 바흐를 연주할 때는 그냥 ‘바흐는 바흐다’라는 단순한 경외심으로 대했는데, 포펜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죠. 바흐 작품에 맞는 연주 기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우고 나니 바흐를 완전히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막내이자 가장 이른 나이인 16세에 독일로 떠난 비올리스트 이승원은 독일에서의 삶 자체가 바흐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현재 이승원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타베아 치머만과 함께 공부한다. 문웅휘는 함부르크에서 아르토 노라스에게, 김재영과 김영욱은 뮌헨에서 크리스토프 포펜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이렇게 독일의 각 도시에 뿔뿔이 흩어져 솔리스트로서의 자신을 다지는 네 청년은 2011년부터 다 함께 뮌헨 음대 실내악 최고 연주자과정을 밟고 있다. 크리스토프 포펜과 하리올프 슐리히티히가 이들의 실내악 스승이다. 고국에서 곧 ‘푸가의 기법’을 연주해야 할 제자들에 대한 스승의 걱정을 김재영이 대신 전했다.
“포펜 선생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직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지 못한 곡이니까 더욱 걱정을 하세요. 그래도 제가 선생님과 공부를 가장 많이 했으니, (바흐에 관한) 뜻을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포펜 선생님께 배운 것은 그때그때의 활 사용법이라든가 아티큘레이션 같은 굉장히 구체적인 내용들인데, 그걸 숙지하고 나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져요. 구상 단계부터… 결국엔 완전히 새로운 것이 나오죠. 아마도 ‘푸가의 기법’은 시대악기 연주에 가까운 스타일이 될 거예요.”
창단 이듬해에 만나 인터뷰를 했을 때도 이러했다. 김재영은 똑부러지게 모든 상황과 입장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이끈다. “음악적인 ‘전체’도 김재영 씨가 주도하나요?” 이 말에 김재영만이 손사래를 치고, 나머지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재영은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 책임이 주어지면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동시에 그런 상황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책임자의 자리를 늘 부담스러워했다고.
그에게 실내악 주자로서의 좋은 리더는 “소리를 하나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제가 경험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까, 그런 귀는 이 친구들보다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채 서른이 되지 않은 ‘리더’의 당찬 발언에서 자신감과 비례하는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리더는 맨 앞에서 전진을 이끈다. 그러나 그 발걸음이 옳은 곳을 향하고 있는지 알려줄 사람은, 어쩌면 ‘우리’라는 무리를 벗어나 있는 자다. 노부스 콰르텟, 네 청년들이 각자의 공부 외에도 뮌헨에서 다 함께 실내악 전공을 택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작용했다. 콩쿠르에 나가거나 중요한 연주가 있을 때, 네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보다 성숙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그것도 확신을 갖고 표현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막내 이승원이 공부하는 베를린에서 뮌헨까지는 기차로 일곱 시간. 꽤 긴 거리를 달려와 선생님과 형님들을 만난다. 그러기를 한 달에 서너 번. “저는 뮌헨에 가면 영욱이 형 집에 얹혀 지내요. 보통은 연주를 앞두고 연습을 위해 뮌헨에 모이고, 그때 맞춰 선생님께 레슨을 받죠. 모이면 사나흘 내내 4중주만 해요. 하루는 단순하게 흘러요. 점심 먹고 연습 시작하고, 계속 연습하다가, 저녁 먹고 헤어져요.”
어디 하루 단위의 일상뿐이겠는가. 청년들의 삶 자체가 단순하다.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대부분 음악을 하고, 물론 가끔씩 여유가 되면 놀기도 한다. 여기서 ‘음악’ 대신 ‘일’을 대입하면 세상 모든 직장인의 평범한 삶이다.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대부분 일을 하고, 물론 가끔씩 여유가 되면 놀기도 한다. 새삼스럽지만, 음악이야말로 이 청년들의 ‘직업’이다.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삶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이승원 김재영 김영욱 문웅휘

누구에게나 당연한 먹고사는 문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개원 이후 샛별처럼 등장한 재능 많은 소년소녀들. 그들 대부분은 국내에서의 이른 공부를 마치고 해외로 떠났고, 벌써 20대 중후반의 청년이 되었다. 드디어, 스스로 서기 위해 고군분투할 나이가 된 것이다. 그들을 만나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물으면 답변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여기에 남을지, 어디로 떠날지,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유일한 재능이자 삶의 이유인 ‘음악’은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기로에 선 순간, 전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가장 처절히 매달려야 하는 동아줄이 된다.
소위 ‘잘나가는’ 젊은 연주자들이 이런 고민을 안고 산다는 게 과연 의아한 일일까. 20대 중반의 우리는 얼마나 방황했는가. 서른은 앞두고는 얼마나 초조했나. 부모님 앞에서 더욱 그러했다. 음악가가 직업인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다. ‘클래식 한류’ ‘K클래식’ 같은 신조어가 낯설게 느껴질 만큼 먼 곳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들이 국내 단체든 해외 단체든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거나, 교편을 잡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올 때는 음악 외의 이유도 크게 작용한다.
노부스 콰르텟에게 콩쿠르 출전 비용부터 시작해, 도대체 어떻게 활동을 해나가는지 묻자 “정말 힘들어요”라는 탄식이 자동으로 터져 나왔다. 현악 4중주 자체가 국내에서는 워낙 ‘비인기’ 장르이다 보니 솔로 연주자들에 비해 후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 아트실비아 재단에서 받은 후원이 유일한데 이는 오디션을 통해, 즉 스스로 문을 두드려 후원자를 찾은 다소 특이한 경우였다. 과거 20대 초반의 노부스 콰르텟에게 제1의 목표를 물었을 때, 그들은 “존속”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이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꽤 많은 젊은 현악 4중주단이 창단되고, 사라지고, 혹은 개점휴업 상태로 남았다. 그사이 노부스 콰르텟은 리옹 콩쿠르 입상(2009)에 이어 지난해 ARD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쉬지 않고 국내외 무대에서 청중을 만났다.
ARD 콩쿠르 준우승의 혜택은 대개가 그렇듯 연주 기회 제공이다. 콩쿠르가 지닌 역사와 명성에 걸맞게 독일 전역 음악 관계자들이 지켜보기에, 입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ARD 콩쿠르 이후 노부스 콰르텟의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다. 현지 음악 관계자들이 ‘노부스’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 애가 탈 만큼 조밀하고 느릿한 변화이다.
“이런저런 어려움에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다른 무엇보다 좋은 음악이에요. 진심입니다. 좋은 곡이 없었다면 안 했을 거예요. 이겨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현악 4중주는 깊이 자체가 남다른 곡이 많잖아요. 저희 넷 다 친하긴 하지만, 인간적인 스트레스도 많죠. 그래도 다들 책임감이 강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도 누구 하나 내색하지 않아요.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현악 4중주단이라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어느 정도의 사명감과 책임감도 작용하죠.”
결국 살 길은, 살아갈 길은 ‘음악’이라는 문웅휘의 말과 눈빛에서 글로 옮기기 힘든 진심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좋은 음악은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다. 이들이 무대를 가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월 노부스 콰르텟은 뉴욕 카네기홀 내 와일 리사이틀홀(268석) 무대에 올랐다.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한 행사로, ‘그날’의 이야기를 전하는 노부스 콰르텟의 음성은 의외로 덤덤했다. ‘카네기홀 데뷔’라는 묵직한 문구를 그들 스스로는 쓰지 않았다. “카네기홀 기획이 아닌 대관이라서 그런가요?” 다소 치사한 질문에, 김재영은 대인배적 답변으로 맞선다. “‘요만한’ 데서 연주를 해도 같은 느낌이었을 거예요. 반대로 몇 천 석짜리 공연장이라도 마찬가지고요. 무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연주가 달라지진 않아요. 무대의 크기가 주는 감흥은 없지만, 대신 반응에 대한 감흥은 있죠. 중남미 투어에서도 전원 기립을 받았고, 독일에서도 받은 적 있어요. 정말 힘이 돼요.”
젊은 만큼 청중의 동감은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남성 실내악단’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이름, 앙상블 디토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타협할 수 있는가? 김재영이 반문한다. “어떤 타협이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자신은 리게티를 프로그램에 넣고 싶지만 대신 ‘섬집아기’를 넣는 식의 타협이요.” “저는 그걸 타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큰 기획사가 만든 하나의 기획이 있고, 그게 좋다면 참여할 수 있죠. 우리에게 어떤 제안이 들어왔는데 마음에 든다면, 해야죠. 지금은 저희가 좋아하는 게 ‘이거’니까, 이걸 해요. 서로가 현재의 방향이 다를 뿐이에요. 디토의 상업적인 성공도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특히 고정 팬들이 많은 건 정말 부러워요. 대중의 관심을 클래식 음악 쪽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는 그 자체가 고무적이고요.”
반면 노부스 콰르텟이 택한 소위 ‘정통 현악 4중주단’의 길은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악 4중주단들의 이름조차 스타로서의 화려한 삶이 아닌, ‘완벽을 향한 고행’이라는 힘든 이미지와 병치된다.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의 귄터 피힐러는 은퇴를 앞두고 진행했던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40년 가까이 이어졌던 ‘완벽’의 추구를 이렇게 회상했다. “완벽함에 연연해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벽함을 추구해온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에게 완벽함이란 정확한 연주 그 이상의 ‘절대적인 완벽함(absolute perfection)’을 뜻합니다. 작곡가의 영혼과 정신 모두를 이해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스물여섯 청년 현악 4중주단에게 완벽, 아니 그 이전에 한 작품의 ‘완성’은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가. “완성이요. 그런 건 없습니다.” 김재영은 단호했다.
신예도 대가도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완벽의 추구’를 평생 짊어지고 가는 것이 현악 4중주라면, 콩쿠르에서의 우위는 어떻게 정해지는지도 의문이다. “우선 테크닉적인 측면에서 앙상블에 대한 차이가 극명합니다. 스무 팀이 나오면, 세 팀이 바로 정해질 정도예요. 네 사람 각자가 지닌 실력의 밸런스도 중요하고요. 한 사람이 굉장히 못하거나 굉장히 잘하면 밸런스가 무너져요. 앙상블 다음으로는 여느 콩쿠르에서 솔리스트들을 보는 기준과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거죠.”
뮌헨의 어느 오후. 연주를 앞둔 네 남자의 연습 풍경을 상상해본다. 앞서 말했듯, 어떻게 해도 완벽이나 완성이란 존재할 수 없는 ‘그저 추구’의 현장이다.
음악의 미래를 향해 던진 바흐의 마지막 우주이자 수수께끼인 ‘푸가의 기법’은 작곡가의 죽음과 함께 미완성으로 남았다. 역시 미완성의 존재인 젊은 현악 4중주단이 이 곡을 들고 우리 앞에 선다. 그렇게 약속했다. 패기 넘치는 명단은 다음과 같다.

첼리스트 문웅휘 수석이 아니고서는 오케스트라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자신의 음악적 견해를 피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올리스트 이승원 “형님들의 숨쉴 구멍”을 자처하는 막내. 자세를 가장 낮춘 듯하지만… 과연?
제2바이올린 김영욱 그는 말이 없다. 다만 존재만으로도 강렬하다.
제1바이올린 김재영 눈빛 하나, 말 한마디로 전체의 공기를 움직인다.
노부스 콰르텟 각자 잡고 있는 악기를 쏙 빼닮은 조합. 아직 미완성이다.
미완성 곧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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