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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드쿠플레 ‘콘택트’
글 장인주(무용평론가) 12/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2월호 - 전체 보기 )




11월 11~13일
LG아트센터

현대판 디베르티스망의 완결판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같은 고전 발레 작품에는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이 나온다. 상황 설정은 결혼식·성년식 등 축하 연회의 한 장면이지만, 디베르티스망이 보여주려는 건 오로지 화려한 볼거리에 있다. 내용도 없고, 스토리텔링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보고 즐기기 위한 스펙터클한 춤의 집합체를 일컫는다. 그런 점에서 필리프 드쿠플레의 ‘콘택트’는 현대판 디베르티스망의 완결본을 보여주었다.

무대 양옆에서는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고, 줄에 매달린 두 여자는 허공을 가르며 곡예를 펼친다. 롤러블레이드를 탄 천사는 두 팔 벌려 등장하더니 이내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반짝이 옷을 입은 신사는 탭댄스 발동작에 맞춰 춤을 추고, 운동화 차림의 청년들은 패를 나누어 싸움을 한다. 매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신속하게 교체되면서 혼돈스럽기까지 하다. 이 얼마나 초현실적인 무대인가. 하지만 황당한 풍경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하면서 정점에 달한다.

춤과 노래, 연극, 서커스, 마임, 마술 등 공연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르가 총출동했다. 그것으로 모자라는 환상의 세계는 영상이 맡았다. 1980년대부터 프랑스 ‘누벨 당스’의 한 계열을 차지하며 ‘드쿠플러리(드쿠플레 방식의 연출)’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토털 시어터를 추구해온 필리프 드쿠플레는 ‘콘택트’(2014년 초연)를 통해 선배 안무가 피나 바우슈에 대한 경의까지 담아냈다. 남녀 모두 화려한 색상의 긴 드레스를 입고 긴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하지 않은가. 바우슈의 후기 작품에 늘 등장하는, 줄지어 걸으며 공중에 수화를 그리는 피날레 장면이다. 드쿠플레는 이를 얼굴 전체를 가린 회색 가발과 우아한 자태로 패러디했다.

코미디 뮤지컬 ‘파우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출발했지만,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록 콘서트의 분위기까지 연출하며 은연중에 코미디 뮤지컬의 역사까지 설명한다. 두서없이 전개되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 입장에서는 단순한 볼거리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표현 방식의 한계 극복을 늘 고민해온 드쿠플레의 연륜에서 비롯된, 계산된 연출이다. ‘복합장르가 최첨단 예술’이라는 신념 하나로 마구잡이로 혼합하는 여느 작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판 디베르티스망은 화려한 비주얼과 완성도 높은 연출, 16명 출연진의 무결점 기량에서 비로소 완성되었다.

문화예술계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콘택트’는 만원사례를 보여주었다. 시대가 흉흉할수록 화려한 예술 작품이 시선을 끌었던 역사적 기록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드쿠플레는 요지경 같은 세상에 만화경을 들이대며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늘 감염되는 해피바이러스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그 효력을 발휘했다. 예술가의 힘은 그 한계를 가늠할 수 없어 참 다행이다.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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