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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뮤직 마켓 ‘무지카 문도’
중남미에서 찾은 보석 같은 음악
글 이정헌(재즈 인 서울 예술감독) 11/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1월호 - 전체 보기 )




지난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주의 주도, 벨루오리존치(Belo Horizonte)에서 열린 뮤직 마켓 무지카 문도(Musica Mundo)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수평선’이라는 뜻을 지닌 도시의 이름처럼, 차로 1시간 정도 달려 시 외곽으로 나가면 실제로 아름다운 수평선이 펼쳐지는 곳이다. 정성과 품을 들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도시의 아름다운 수평선처럼, 한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는 여정 또한 결코 간단치 않았고,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일정이었다.

사람의 인연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시작하고 끝나게 마련이다. 무지카 문도를 이끄는 젊은 친구들과의 첫 만남은 ‘길거리 담배’였다. 모로코에서 열린 아랍-아프리카 뮤직 마켓인 비자 포 뮤직(Visa For Music)의 뒤풀이 파티에서 담뱃불을 빌려주다가 만난 것이다. 때때로 술 못지않게 담배도 대인관계에 꽤 유용하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강조하고 싶다. 그 후로도 스페인 빌바오의 EXIB와 워멕스(WOMEX, World Music Expo) 등지에서 여러 차례 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뮤직 마켓의 목적과 효율적인 운영 그리고 해외 초청자의 범위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 조언 이상의 ‘잔소리’를 할 만큼 서로 믿고 친하게 되었다.

무지카 문도를 이끄는 이들은 대부분 음악가로, 자신들의 고향이자 활동무대인 벨로 오리존치와 미나스제라이스 주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의 동업자인 동시에 뮤직 마켓을 조직해 저예산으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으로 지역 뮤지션들의 해외 진출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감당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브라질은 남미 대륙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광대한 땅이라, 주별로 각기 다른 문화와 인종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음악도 아주 다양하다. 브라질 경제 사정과 문화예술 행사나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그리 녹록지 않아 펀딩에 애를 먹고 있어도 브라질의 많은 주 중에서 그나마 미나스제라이스 주의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은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 또는 리우가 소재한 다른 주에 비해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선입견을 깨뜨린 뛰어난 아티스트들

이번 무지카 문도를 방문하면서 인상 깊이 남았던 부분 중 하나는 미나스제라이스 주, 특히 벨로 오리존치의 거의 모든 아티스트가 장르를 막론하고, 존경하는 롤 모델 같은 음악가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브라질 재즈와 MPB(Musica Popular Brasileira)의 거장 밀튼 나시멘투(Milton Nascimento)다. 현존하는 세계 재즈계의 거장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라틴팝을 수상했고, 최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내한한 카에타노 벨로조(Caetano Veloso), 브라질 문화부 장관을 지낸 지우베르투 지우(Gilberto Gil)와 함께 브라질 음악을 대표하는 3인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느 한 국가 혹은 지역에 이처럼 존경을 받으며 롤 모델로 삼는 거장이 있다는 건, 모든 국가의 젊은 뮤지션들의 부지런히 추구하는 타 지역과 변별되는 음악적 정체성뿐 아니라 음악가로서 자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이들의 자산이자 대선배인 밀튼 나시멘투가 닦아놓은 길은 미래 세대 음악가들이 따라갈 곧게 뻗은 길일 뿐 아니라 이들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열어놓는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무지카 문도에서 만난 최고 쇼케이스는 단연 제니퍼 소자(Jennifer Souza)다. 듣는 순간 이제는 전설이 된 싱어송라이터인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깊은 오라와 트레이시 채프먼(Tracy Chapman)의 매력적인 저음이 연상되었다. 매력적인 저음을 지닌 이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조금 음울한 이미지를 지닌 그녀의 노래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심지어 ‘저 음악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그녀의 매니저가 되어 세계 투어를 주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어떤 뮤지션이 무대에서 공연을 시작할 때 첫 두 곡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익히 알고 좋아하여 찾아간 단독 공연인 경우는 문제가 다르지만, 처음 만나는 무대인 경우는 거의 예외가 없었다. 40분 정도 주어진 쇼케이스 공연은 100미터 달리기나 마라톤처럼 출발이 늦더라도 막판 스퍼트로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지카 문도에서의 스피드 미팅 또한 필자의 선입견을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원 투 원 미팅’으로도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뮤직 마켓 조직위 측이 사전 신청을 받은 아티스트들과 필자 같은 초청자들이 10~15분가량 일대일로 만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미팅이다. 이번 자리에는 쇼케이스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뛰어난 실력의 아티스트가 기대 이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벨로오리존치를 벗어나 브라질의 다른 지역을 다니거나, 자신의 예술 세계를 알리기 위해 해외 투어를 하는 것은 참석한 음악가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품는 바람일 것이다. 다만 초야에 묻혀 미처 발굴되지 않았거나 시대를 앞서간 음악을 추구하거나, 능력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지 못한 아티스트들은 그야말로 세상 곳곳에, 본의 아니게 숨어 있다. 특히 GDP가 낮거나 국가나 공공기관의 지원이 미약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그리고 인도의 경우가 그렇다.

필자는 전 세계적인 뮤직 마켓 워멕스나, 뮤지션이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같은 유명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 외에, 현지에서 초청을 받거나 투어 기회가 주어져도 항공료와 체류비가 없어 포기하는 수많은 저개발 국가 아티스트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가난은 하느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필자와 몇몇 관계자들은 10월 중 열리는 워멕스 기간 동안 27개국 30여 개 회원들이 모인 전 세계 뮤직 마켓 연합회를 발족시켜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사진 Pablo Bernar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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