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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상=?
새로운 미적 체험의 장을 열다
글 김호경 기자 11/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1월호 - 전체 보기 )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미디어를 마주하며, 상업광고부터 예술 작품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음악의 범위를 효과음 등을 포함하는 기능적인 부분까지 확장한다면, 우리는 복합 매체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날 것인가. 중요한 건 방식이다. 결합의 방식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상호보완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영역을 변형시키거나, 완전히 융합되어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 늘고 있다. 그 예로 지난 3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들 수 있다. 필립 글래스는 1946년 장 콕토가 쓴 영화 ‘미녀와 야수’의 대사와 음악, 음향 효과를 모두 걷어낸 채 자신이 작곡한 곡을 새로 입혀 선보였다. 70년 전 작품에 새 숨을 불어넣은 획기적 시도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다매체적 장르는 단일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적 체험의 장을 연다. 학자들은 ‘통합성’ ‘비고정성’ 등의 이론으로 설명되는 매체 미학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11월, 한국에도 이러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현대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겨울 나그네’,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J. S. 바흐: 창작의 세계’, 작곡가 탄둔의 ‘무협영화 3부작: 와호장룡, 영웅, 야연’,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브리그스의 ‘오페라의 유령’을 미리 만나보자.

마티아스 괴르네 & 윌리엄 켄트리지 ‘겨울 나그네’

▲ 마티아스 괴르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와 협업한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이 단 한 문장만으로도 예술 애호가라면 가슴이 설렐 것이다. 괴르네는 ‘겨울 나그네’ 음반을 세 번이나 발매한, 슈베르트 해석자로는 완성의 경지에 오른 현역 최고의 리트 전문 연주자이며, 켄트리지는 목탄화로 작업된 애니메이션, 설치미술, 라이브 퍼포먼스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현대미술가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겨울 나그네’는 2014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위촉작으로, 공동 위촉한 빈 축제주간·네덜란드 페스티벌·헤렌하우젠 예술축제(하노버)·니더작센 음악주간(괴팅겐)과 링컨 센터·룩셈부르크 극장·레 오페라극장 외 세계 여러 무대에 오르고 있다.

괴르네는 그동안 슈베르트의 작품을 스무 장이 넘는 음반에 담았는데, 그중에서도 ‘겨울 나그네’는 1997·2003·2014년에 각각 하이페리온(피아노 그레이엄 존슨), 데카(피아노 알프레드 브렌델), 아르모니아 문디(피아노 크리스토퍼 에센바흐) 레이블에서 발매했다.

젊은 시절의 괴르네는, 부드러운 음색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았지만, 웅얼거리는 듯한 발음과 다소 어두운 톤으로 몇몇 비평가에게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스승인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또렷한 다이내믹과 확고한 해석을 보이는 데 비해 우유부단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 이에 대해 괴르네는 “나름 음악적 확신이 있다. 부드러운 레가토야말로 중요한 표현 수단이므로 레가토로 부르지 말라는 악보상의 지시가 없는 한 레가토를 이용한다. 대조 효과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나와 내 스승은 다른 음악적 이상을 추구한다”며 자신의 음악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수년간 슈베르트의 작품세계를 탐닉한 괴르네는,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보완하며 아름다움의 경지를 끌어올렸다. 풍부하고 깊은 소리, 자연스러운 호흡,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표현력이 자아내는 세밀한 뉘앙스와 세련미가 괴르네 음악의 특징이다. 그가 켄트리지의 영상과 결합된 독특한 형식의 ‘겨울 나그네’를 발표하는 것에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설렘과 기대가 더해지는 것도 그동안 그가 쌓아온 신뢰 덕이다. 이번 무대는 괴르네의 파트너이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힌터호이저와 함께한다.


▲ 윌리엄 켄트리지
그에 반해 켄트리지가 만든 ‘겨울 나그네’ 무대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195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경험하며 자란 켄트리지는, 백인이자 특권층이었지만, 시민운동가·인권변호사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인종 간 차별에 대해 도덕적 시각을 확립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 리스트는 회화, 입체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데,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 초기 제작 방식인 ‘목탄화 영상’이 그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매체다. 컴퓨터 그래픽을 더한 매끄러운 영상이 아닌 한 컷 한 컷 그려서 잇는 원시적 방식이다.

켄트리지는 2005년과 2010년에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와 쇼스타코비치 오페라 ‘코’를 각각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브뤼셀 라모네에서 이 방식으로 만든 영상에 라이브 연주를 더한 형태로 선보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 바 있다. 정치 풍자나 블랙코미디 작품이 아닌, 사랑에 절망한 젊은 남성의 개인적 감성이 그의 손에 의해 어떻게 표현될지 이번 무대가 기대된다.


‘뉴욕 타임스’지 비평가 앤서니 토마시니는 이 작품의 뉴욕 초연(2014)을 두고 “지금껏 들은 ‘겨울 나그네’ 중 가장 통찰력 있고, 흥미롭다”고 평했다. 괴르네와 힌터호이저, 켄트리지가 전하는 새로운 감성의 무대를 확인해보자.

마티아스 괴르네&윌리엄 켄트리지 ‘겨울 나그네’
11월 2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24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J. S. 바흐: 창작의 세계’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79년 창단해 북미를 대표하는 고음악 연주 단체로 평가 받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이하 타펠무지크)는 그간의 시대악기 연구 및 연주, 음반 작업을 지속하면서도, 창의적인 연구와 흥미로운 구성을 통한 관객 호응을 위해 2009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대악기 연주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멀티미디어를 결합하는 작업으로, 그 첫 번째 작품으로 그리스신화와 천문학, 바로크 음악이 소재로서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는 ‘갈릴레오 프로젝트’(2009)를 선보였다. 이후 ‘꿈으로 만든 집’(2013), ‘J. S. 바흐: 창작의 세계’(2016)를 발표했다. 각각의 작품 대본은 타펠무지크 소속의 더블베이시스트 앨리슨 매케이가 썼고, 1981~2014년 이 단체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진 라몬이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자유로운 동선,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전 단원이 암보로 연주한다.


이번 한국 무대에서는 최근작인 ‘J. S. 바흐: 창작의 세계’를 공연한다. 2014년 타펠무지크 앙상블이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의 상주 단체로 활동하며 수집한 각종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영상을 통해 무대에는 바흐가 살던 18세기 라이프치히가 펼쳐진다. 유럽의 상업 및 교역의 중심지로서 상인들의 물자 거래가 활발하던 이곳에서 공연장의 기능을 했던 라이프치히 커피하우스, 당대 악기의 숨겨진 비밀 등을 소개한다. 바흐의 천재성이 음악으로 결실을 맺는 데 물질적·경제적으로 바탕이 되어준 라이프치히 장인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바흐 칸타타 BWV42 중 ‘눈뜨라, 부르는 소리 있도다’와 아다지오, 트리오 소나타 BWV1039 중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의 일부를 비롯한 바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곡이 연주된다. 특별히 이번 한국 공연은 뮤지컬 외에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카이가 내레이션을 맡는다.

정규 단원 18명의 타펠무지크는, 독일어로 ‘식탁 음악(Table Music, 연회 음악)’이라는 뜻을 지닌다. 창단 5년 만인 1984년에 유럽에서 공연한 이들은 처음으로 유럽의 초청을 받은 북미 바로크 오케스트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아르모니아 문디·텔덱·채널 클래식스 등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하다 2012년부터는 자체 레이블 타펠무지크 미디어 뮤직을 설립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타펠무지크가 현재까지 발매한 음반은 80장이 넘는다. 이들의 내한 공연은 2007·2013년 이후 세 번째다.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J. S. 바흐: 창작의 세계’
11월 1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9일 오후 5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20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탄둔 ‘무협영화 3부작: 와호장룡, 영웅, 야연’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탄둔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이중성’이다. 탄둔의 음악에는 동양사상과 서양의 어법이 신비롭게 혼재되어 있으며, 탄둔은 청각과 시각, 사운드와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다수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기에 그렇다. 


1957년 중국 후난에서 태어난 탄둔은 20년을 중국에서 살았고, 이후 현재까지 40여 년을 미국 뉴욕에서 보내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영향으로 그의 음악은 오리엔탈리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경계를 허무는 자유분방한 표현을 담고 있다. 이는 2004년 첫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소개된 바 있는데, 당시 선보인 ‘워터 패션’은 바흐 서거 250주년을 기념한 바흐 아카데미의 위촉작으로, 바흐 ‘마태 수난곡’을 워터 퍼커션(손으로 물을 튀기고 흔들며, 물을 악기로서 사용)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죽음’을 ‘순환’으로 해석한 탄둔의 이 작품은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공연되며 ‘동양의 수난곡’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외에도 수십 편에 달하는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연주곡이 있지만, 많은 음악 팬은 여전히 탄둔의 대표작으로 ‘와호장룡’의 영화음악을 꼽는다. 2000년에 개봉한 이안 감독의 이 작품을 통해 탄둔은 아카데미상 음악상·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은, 많은 이가 영화 ‘와호장룡’과 그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작품과 음악에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 있다. 조금 불안한 것 같으면서도 호흡이 길고, 거기서 부드러운 움직임이 다가온다. 감독과 작곡가 모두 ‘고요한 가운데서 느껴지는 움직임’을 잘 그려냈다”(‘객석’ 2008년 9월호)고 적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인 이번 공연은 탄둔의 영화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무협영화 3부작’이라는 제목으로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2002), 펑샤오강 감독의 ‘야연’(2006)의 주요 장면이 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탄둔의 지휘로 조진주의 바이올린과 주린의 첼로, 지용의 피아노가 동양의 선율을 연주하며 서울시향이 장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거대한 스케일의 영상과 원시성, 활력을 지닌 탄둔의 음악이 기대된다.

탄둔 ‘무협영화 3부작: 와호장룡, 영웅, 야연’
11월 4·5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데이비드 브리그스 ‘오페라의 유령’


탄둔에 이어 영국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브리그스도 영화와 라이브 연주가 결합된 무대로 한국을 찾는다. 무성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상영과 동시에 작품의 수록곡을 바탕으로 자신이 새롭게 구성한 음악을 파이프오르간 연주로 들려준다.

브리그스는 현재 일 년에 60여 회 공연을 가지며 다채로운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바흐·슈베르트·차이콥스키·라벨·말러·브루크너 등의 교향곡을 오르간 독주 편성으로 편곡해 대중에게 들려주며, 프리 렉처를 통해 오르간의 구조 및 오르간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어린 시절부터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에 즉흥음악을 붙이곤 했다는 브리그스는 기괴하고도 신비로운, 섬세한 오르간 연주로 영화를 통해 오르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뮤지컬로 잘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을 들고 온다. 1910년에 쓰인 가스통 르루의 소설을 원작으로 1925년 미국에서 제작된 무성영화를 브리그스만의 색채로 만날 수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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