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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탄츠메세
세계의 몸짓이 한 자리에
글 문애령(무용평론가) 10/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0월호 - 전체 보기 )




▲ 전미숙무용단 ⓒGunu Kim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정부가 후원하고, 그 수도인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격년제 무용박람회 탄츠메세가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렸다. ‘현대무용 축제’ 혹은 ‘전문가들의 축제’로 불리는 탄츠메세는 유럽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매력인 축제라 소개할 수 있겠다.

첫날 개막식은 뒤셀도르프 탄츠하우스 클럽에서 열렸다. 극장 내부를 가득 메운 각국 사람들이 모두 명성 있는 전문 무용 관계자들이라는 풍경이 놀라웠다. 장관과 시장 등 주요 인사의 축사에서 ‘프로페셔널’ ‘컨템퍼러리 댄스’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막식 직후부터는 각자 공연장을 확인해야 했다. 저녁 8시 공연은 다섯 군데에서 동시에 펼쳐졌다. 필자는 제공된 셔틀버스로 20여 분 이동했는데, 이곳에 오기 이미 몇 주 전에 선택해둔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저녁 10시 이후 시작되는 공연도 많아 모든 일정을 결코 다 관람할 수 없는, 선택의 강요를 당하며 이 행사의 성격을 이해했다.

탄츠메세는 2년에 한 번 NRW-포럼 전시장에 각국의 공연기획자나 무용단들이 찾아와 영상과 광고지를 통해 작품을 선전하는 일종의 시장 기능을 한다. 이때 극장이나 축제 운영자들이 부스를 돌며 거래 조건을 가늠한다고 한다.

부스(올해는 118개)에 참가한 작품 중 25개국 50여 개 단체가 선발돼 여러 극장과 연습실에서 공연했고, 한국 단체로는 전미숙무용단과 컴퍼니 시가가 선정됐다. 전미숙무용단은 포럼 레버쿠젠 무대에, 컴퍼니 시가는 탄츠하우스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공연 못지않게 발표 및 토론회(T-Talks)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각국의 공연 환경에서 주제를 찾은 대화의 장이 첫날을 제외한 3일간 무려 12차례 열렸고, 이를 통해 전문적 정보를 교환했다. 늦은 밤에는 파티가 열렸다. 모두가 음료를 손에 들고, 밴드는 연주하고, 화려하게 분장한 파티 담당자들이 사람들 사이를 왕래했다. 특히 금요일 밤에는 마당에서 몸에 기름칠을 하고 백색 가루 위를 기어 다니는 나체의 남녀를 코앞에 놓고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유럽식 일탈의 한 전통을 보았다.


▲ 리퀴드 로프트-캔디스 카ㅗ플라주 ⓒChris Haring

이 시대의 이야기를 만나다

필자는 4일간 5개 공연을 관람했다. 첫날 슈탈베르크 극장에서 본 라이문트 호게의 ‘송 포 다카시(Song for Takashi)’는 제목 그대로 일본 무용가 다카시 우에노를 위한 작품이다. 이 공연을 선택한 이유는 안무자가 한때 피나 바우슈의 작업을 기록한 드라마투르기였다는 기억 때문이다. 클래식 소곡부터 신나는 유행가까지, 다양한 멜로디가 끊임없이 흐르는 가운데 온갖 소품이 등장한다. 무대 바닥에 꽃을 배열하고, 줍기를 반복한 라이문트 호게가 동기를 제공하면 스카프를 감고 등장한 다카시 우에노가 몸의 흐름을 만든다. 즉흥적이고 표현적인 그의 움직임은 몸을 흔들거나 떠는 데 지나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상당한 연륜의 산물이다. 한 음악이 전하는 삶의 무게 같은 것이 때때로 안무자의 신체적 장애와 맞물려 강한 공감을 끌어내는 순간적 매력이 돋보였다.

앤지 히슬 프로덕션의 ‘아이디-클래시(ID-clash)’는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다. 이 단체는 주로 도시 공간에서의 예술을 추구해왔는데, 이번에도 공연장이 특이했다. 관객들은 창고처럼 거대한 공간을 걸어 다니며 방글라데시·유럽·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제3의 성’을 관찰했다. 그중 노란 꽃밭 중앙에서 나체로 샤워하는, 남녀의 성징을 한 몸에 지닌 한 출연자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정체성이 충돌한다는 제목처럼 태생적인 부적응을 공감하도록 유도했다.

마지막 날 관람한 리자르 더 컴퍼니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부부가 만든 무용단이다. 안무가 자르 하라리와 한예종 출신 이혜린 등이 출연한 3인무 ‘…그리고 장미들(and roses)’은 ‘총’에 대한 명상이다. ‘장전된 총은 힘과 부끄러움, 강함과 약함, 도취감과 절망을 유발한다’며 이스라엘 군대에서 총과 가까이했던 기억을 미국에서 순화시킨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허나 그의 몸짓이 최근의 테러리스트와 유사해 공포와 분노의 대상에 머물고 말았다.

총 4일 중 이틀 밤은 한국 단체의 무대를 관람했다. 한국과 홍콩, 독일 무용가들을 한 무대에 엮은 공연에서 이재영과 신재호의 2인무 ‘휴식(Rest)’은 조화로운 기량과 의미 전달에서 단연 우수했다. 끊임없이 튀어오르는 공처럼 지칠 줄 모르는 힘을 지닌 인체가 휴식을 원한다는 이미지의 연계로, 머리를 공처럼 다루거나 몸 전체를 동일 리듬에 맡기는 다양한 기교를 제시했다. 전미숙무용단이 스페인 무용단 로하스와 로드리게스와 함께 공연한 포럼 레버쿠젠은 셔틀버스로 40여 분 이동하는 곳으로 극장 규모가 가장 크고, 일반 관객의 접근성도 좋았다.

전미숙의 ‘바우(Bow)’는 인사에 대한 통찰이다. 안무가는 인사를 ‘반가움, 계급, 의식’으로 설명했다. 노인 분장을 한 남성이 시작과 끝을 다루는 서술적 구조로 제사와 혼례, 젊음의 흥취, 죽음을 그린다. 돗자리 앞에서의 절이 통과의례라면, 그 동작이 요소요소에 들어간 부채춤 군무는 삶의 굽이굽이를 묘사하는 듯했다. 출연진 열 명이 고루 뛰어났고, 이선태의 힘 있는 라인과 임샛별의 탁월한 리듬감은 더욱 화려했다. 한국인의 큰절을 주요 포즈로 선택해 인생을 반추하게 만든 창의적 조합이 현지 관객들을 크게 만족시켰다. 전미숙은 이번 공연에 대해 “비디오 심사에 통과되었더라도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여러 기관의 후원이 없었다면 탄츠메세에서의 공연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별한 기회에 감사했다. 공연은 훌륭했으나, 아쉽게도 올해 탄츠메세의 진행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다. 탄츠하우스 시설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었고, 참가자들의 편의를 크게 봐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 행사는 매력적이다.

한국 도착 직후에는 펠릭스 비테크 감독이 보낸 감사 메일을 받았다. 전시 홀, 공연, 토론회, 후원회 관계자들에게 고루 감사하며 2018년 탄츠메세 날짜를 알려왔다. 관객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뒤에서 배려하는 주인의 역할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창출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 몬트리올 댄스 ⓒMontreal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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