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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필하모니 2016/2017 시즌 첫 연주
다니엘 바렌보임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보여준 관록의 무대
글 김동준(재불음악평론가) 10/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0월호 - 전체 보기 )




파리 필하모니의 2016/2017 시즌 연주회가 예년보다 빨리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9월 중순경 파리 필하모니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파리 오케스트라의 무대로 시작됐는데, 올 시즌은 9월 2일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첫 연주회를 가졌다. 바렌보임은 자신이 종신 음악감독으로 있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올 시즌에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할 계획인데, 9월 2·3·8·9일 사흘 동안 브루크너의 교향곡 4·5·6·7번을 연주했다. 전반부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26·27번을 바렌보임이 직접 연주하면서 지휘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4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다. 바렌보임은 1992년부터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도에는 종신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었다. 사흘 동안의 연주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한 연주회, 그리고 다수의 녹음으로 형성된 바렌보임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관계가 서로에게 민감하면서도 돈독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바렌보임은 모차르트의 협주곡들을 암보로 연주하고 지휘했다. 하지만 음악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아무리 음악적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지휘자와 독주자의 역할이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렌보임은 자신이 작곡한 것으로 여겨지는 카덴차를 연주하면서 자유로운 해석을 들려주었는데, 카덴차는 별 공감을 얻지 못했고, 해석은 다소 타성에 젖어 있어서 신선하고 열렬한 감정이 아쉬웠다. 바렌보임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파리 필하모니에서의 연주회 사이 이틀 동안 런던의 BBC 프롬스에 다녀왔는데, 직후인 8일 연주회에서는 집중력마저 상당히 흐트러지기도 했다. 아마도 여행의 피곤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렌보임은 브루크너 4·5·6·7번 교향곡 역시 암보로 지휘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간직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다른 세계적 오케스트라들과는 분명 다른 소리였다.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결정짓는 데 현악 파트는 정말 중요하며,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현악은 독특한 음색을 지니고 있었고, 깊이와 색채의 다양성 등 모든 면에서 매우 훌륭했다. 특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첼리스트 배지혜가 유일한 아시아 단원으로 있는데, 열정적인 연주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74세가 된 바렌보임은 무대 위에서 지휘하는 내내 조금은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브루크너 교향곡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암보로 지휘하면서도 세부적인 곳까지 모두 숙지하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동작으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했고, 많은 부분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내버려두는 태도를 취했다. 간혹 자신의 우측에 배치한 제2바이올린을 향해 좀 더 열정적으로 연주하기를 촉구하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5번 교향곡은 과장된 해석이 자극적이었으나 설득력이 없었고, 6번은 다른 교향곡들보다도 불완전한 연주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가장 설득력이 있는 해석이었다. 7번은 기존의 해석을 뛰어넘지 못하는 평범한 것이었다.

일간지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렌보임은 ‘음악의 본질이 한시적인 것이어서 비록 수백 번을 연주하고 지휘했어도 음악을 연주하고, 지휘하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삶 역시 한시적이고, 아름다움만으로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 권력화 되어가는 아름다움이 아닌, 감동을 일으키는 순수한 아름다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은 아름다움 그리고 깊은 감정을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다. 폭력과 욕망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에서 바렌보임과 같은 음악가들이 이 한시적인 삶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하고 포기하기를 기대해 본다. 모차르트와 브루크너를 연주하고, 들으면서 흘리는 눈물과 세상의 아픔을 향한 눈물이 하나가 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으리라.

사진 Philharmonie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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