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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망통 페스티벌
클래식 음악으로 물든 지중해의 밤
글 배윤미(파리 통신원) 10/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0월호 - 전체 보기 )




프랑스의 대문호 아나톨 프랑스가 ‘리비에라의 진주’라 부르던 남프랑스의 망통. 대대로 시인과 예술가들의 경탄을 산 아름다운 풍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중해를 마주한 이곳의 바질리크 광장에서 펼쳐진 망통 페스티벌(7월 30일~8월 14일)에 다녀왔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50년 전 이곳에 데뷔한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에게 헌정됐다. 피아니스트 엘리자베타 레온스카야·보리스 베레좁스키는 헌정 독주회를 꾸몄으며, 피아니스트 니컬러스 안겔리치와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등의 유명 연주자들을 비롯해 아카펠라 그룹 킹스 싱어즈, 보컬리스트 우테 렘퍼와 같은 색다른 게스트들이 참여했다.

페스티벌의 오프닝은 20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디바 파트리치아 치오피가 바로크 앙상블 일 포모 도로와 함께 헨델의 아리아로 장식했다. 지휘를 맡은 막심 예멜라니체프는 이날 하프시코드 연주도 병행했다. 1부의 아리아는 ‘로델린다’ 중 ‘당신은 죽으리오!’, ‘알치나’ 중 ‘잔인한 루제로’ ‘창백한 그림자’ ‘오, 내 사랑’의 4곡이었는데, 요즘 바로크 음악에서 군림 중인 카운터테너들의 주 영역인 이 레퍼토리를 소프라노의 연주로 듣는 것이 자못 이색적이었다. 치오피는 절제된 발성과 미묘한 다이내믹의 변화, 탄력 있는 프레이징, 매끈한 장식음 그리고 풍부한 연기력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야외 공연이라 그런지 그녀가 왕년에 구가하던 완벽한 고음 퍼포먼스가 부재해 아쉬웠지만, 비장의 무기인 ‘감정이입’은 여전히 놀라웠다. 특히 ‘오, 내 사랑’은 낭송에 가까웠고 장식음들은 우는 듯한 넋두리로 들렸다. 치오피는 알치나 자신이 된 듯했다.

압권은 ‘줄리오 체사레’ 중 클레오파트라의 두 아리아 ‘연민을’ ‘폭풍’이었다. 특히 후자는 카운터테너들에 비해 유연한 박자감이 인상적이었고, 곳곳에 유머와 서정성 넘치는 연기를 삽입했다. 팔세토로 처리한 고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교는 카리스마 넘쳤다. 두 번째 앙코르에서 치오피는 같은 아리아를 더 빠르게 연주하라고 예멜라니체프에게 종용했는데, “불가능하다”를 외친 그를 뒤로하고 최대한 속도를 끌어올려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하게 공연을 마쳤다.


이튿날, 에드가 모로의 연주는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다. 일단 모로가 무대에 서지 못할 뻔했다. 극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 때문에 연주회는 물론 야외 페스티벌까지 안전문을 설치하는 것이 프랑스의 현실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에어 프랑스가 안전법을 이유로 그의 첼로를 싣기를 거부했고, 결국 모로는 기차를 타고 연주 직전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보케리니 협주곡 D단조 연주 당시의 ‘빗방울 사태’다. 연주 전, 수평선 너머로 번개가 번쩍이는 것이 심상찮기는 했다. 1악장을 시작한 모로는 빗방울이 떨어지자 첼로를 안고 무대를 떠났고, 얼마 후 비가 멈추자 연주는 재개됐다.

에드가 모로와 일 포모 도로의 협연은 재기 넘쳤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흔드는 예멜라니체프의 흥겨운 지휘에 따라 감칠맛 나게 비발디 ‘일 파보리토’ RV277와 협주곡 A단조 RV419를 연주했다. 4악장의 부점과 트릴이 돋보이는 패시지와 스타카토에 이어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생동감을 선사했다. 스케일이 큰 보잉과 명확한 운지법으로 비교적 빠른 템포의 바로크 레퍼토리를 완주한 모로는 평온한 바흐 파르티타로 변화무쌍한 하루를 마감했다.

사진 Festival de Musique de Me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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