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Theatre
다국적 극단 인터내셔널 액터스 앙상블의 멕시코 투어
국경 없는 무대, 셰익스피어로 발하다
글 글 조성우(연극배우) 9/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9월호 - 전체 보기 )



한국 배우를 주축으로 결성된 다국적 극단이 멕시코에서 가진 뜨거운 공연 현장 속으로

지난 7월 다국적 극단 인터내셔널 액터스 앙상블(International Actors Ensemble)이 셰익스피어의 ‘실수 연발(Comedy of Errors)’을 레퍼토리로 멕시코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필자가 속한 인터내셔널 액터스 앙상블은 지난해 가을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배우 연수 과정인 인터내셔널 액터스 펠로우십(International Actors’ Fellowship)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배우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브라질·멕시코 총 8개국 11명의 배우가 모여 결성한 다국적 극단이다. 각기 다른 국가 출신 배우들이 서로 다른 언어와 음악, 안무 등을 배합한 다국적 셰익스피어 극을 만드는 것이 극단의 기본 방향 중 하나다.


극단의 첫 번째 레퍼토리 공연으로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 ‘실수 연발(Comedy of Errors)’이 선택됐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서구에는 잘 알려져 있는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길이가 짧고 전개가 빨라 관객들에게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형을 찾기 위해 들어간 낮선 나라에서 온갖 혼란과 시련을 겪는다는 줄거리는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인 난민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는 작품의 원어인 영어를 기본으로 하되 배우 각자의 모국어를 적재적소에 희극적으로 사용해 다언어극(multilingual play)을 만들었다. 필자는 극 중·후반에 희극적 분위기를 절정으로 고조시키는 주술사 닥터 핀치를 맡았고, 이를 위해 한국의 전통 이매탈과 수건을 활용해 춤을 추는 한국의 무당으로 역할을 설정했다. 또한 미리 준비해 간 우리나라 전통 북을 적극 활용해 묵직한 소리로 극의 시작을 열고, 극의 사이사이 공간을 채우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현지 공연기획사 테아트로 델 문도(Teatro del Mundo)의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투어는 멕시코의 할라파에서 2회, 멕시코시티에서 4회의 무대를 가졌는데, 매 공연마다 객석에 들어찬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우리나라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해당하는 멕시코국립예술대학교에서 열린 공연은 객석도, 지붕도 없는 야외무대였는데, 땡볕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의 관객이 90여 분간 자리를 지키며 배우들과 함께 호흡했다.

멕시코 현지 방송인 ‘채널 22’에선 이번 공연을 세 차례에 걸쳐 멕시코 전역에 보도했다. “이런 종류의 셰익스피어 작품은 처음이며, 여러 나라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고 재밌었다”는 리뷰가 이어졌다. 다국적 배우들이 하나의 극단으로 뭉쳐 셰익스피어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관객들과 현지 언론에 신선하게 비친 모양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배우에 대한 멕시코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매 공연 커튼콜 때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관객에게 인사를 하며 이름과 국적을 소개했는데, 그때마다 한국(South Korea)을 향한 유난히 큰 환호를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백스테이지로 찾아와 자신을 연극배우라고 소개한 멕시코 출신의 엠마누엘 카스카라비아스는 “현재 멕시코에선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어서 나 역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렇게 연극 공연을 통해 한국인 배우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특별한 소감을 단원들에게 전해주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멕시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서 남미의 거대한 한류 열풍을 새삼 느낀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은 원동력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세계 각 곳에서 모인 배우들이 짧은 기간 동안 하나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9개월에 걸친 온라인 준비 과정과 한 달여의 오프라인 연습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이것이 가능했던 몇 가지 요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펠로우십 과정에 선발된 배우들이라는 신뢰를 기초로,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상대방의 특성과 장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컸다. 이것을 바탕으로 삼았기에 연습 과정에서 정직한 소통이 가능했다. 무엇이든 주저 없이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 가운데 우리는 매사에 숨김없는 눈빛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었다. 또한 매일 저녁 함께한 와인 파티는 서로의 소통을 더욱 부드럽고 유연하게 도와주었다. 이러한 제작 환경이 매력적인 셰익스피어 작품을 만드는 데 필수 조건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고, 몸소 체험했다. 무엇보다 배우의 말과 말로 이어지는 셰익스피어 희곡은 무대 위 배우들의 자유로운 생명력이 그 어떤 연출력이나 무대 미장센보다 중요함을 모든 단원들이 글로브 극장에서 배우고 터득했기 때문이다. 전체 준비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전혀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제작 환경이 보장되었기에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 숨 쉬는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터내셔널 액터스 앙상블은 201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참가, 2018년 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한국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특별히 한국 투어 중 DMZ 지역에서의 공연을 계획 중이다.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대를 통해 말하는 것뿐이니, 국경 없는 우정을 나눈 우리가 무대를 통해 ‘하나 됨’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분쟁과 테러로 얼룩진 시대에 세계의 연극인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새롭게 하나 됨을 말하는 일을 우리는 지속하고자 한다.

We came into the world like brother and brother
And now let’s go hand in hand, not one before another.

형제처럼 이 세상에 함께 떨어졌으니
우리 이제 손에 손잡고 나란히 걸어가자.

-셰익스피어 ‘실수 연발(Comedy of Errors)’

글 조성우

전 하땅세 단원, 2015년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인터내셔널 액터스 펠로우십(International Actors’ Fellowship) 참가, 국립극단 2016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 수료
연극 ‘붓바람’ ‘아가멤논’ ‘파우스트’, 영화 ‘동주’ 외

사진 Pablo Zeta


copyright ©월간객석/Auditoriu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쇄하기   트윗터 페이스북
이전 페이지 분류: Theatre 2016년 9월호
[Theatre 분류 내의 이전기사]
(2016-08-01)  연극 ‘곰의 아내’
(2016-07-01)  베를린 샤우뷔네의 ‘민중의 적’
(2016-06-01)  국립극단 차세대 연극인 스튜디오
(2016-06-01)  연극 ‘리어의 역’
(2016-05-01)  연극 ‘게임’
Volume 선택:
2017년 7월호
분류내 최근 많이 본 기사
연극 ‘ 페스트’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
국립극단 ‘미스 줄리’
연극 ‘프라이드’
배우 박해수
‘히스토리 보이즈’
연극 ‘게임’
영화감독 홍석재가 말하는 연극 ‘히키코…
‘나에게 불의 전차를’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주)객석컴퍼니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7길 12   백상빌딩12층 '월간객석'   |   T. 02)3672-3002   (구독문의: 02)747-2115)   F. 02)747-2116
대표 : 김기태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김기태   |   사업자등록번호:101-86-84423   |   통신판매업신고 제01-26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