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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가
글 이은주 9/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9월호 - 전체 보기 )


미디어아티스트가 구현한 이미지 안에 퍼포머가 입장했다. 그 순간 새롭고도 온전한 총체가 완성되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미술인가, 무용인가.

전시와 공연의 경계에서, 퍼포믹스
오늘날 일상에는 수많은 미디어가 넘쳐나고 있다. 꼭 미디어라는 기계 매체에서뿐 아니라,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 자체를 이미지화한다면 수많은 사람과 사물에 둘러싸여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외면의 상태를 잊고 잠시 멈춰 서서 본연의 자신을 지각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이 드라마나 영화의 사각 모니터 프레임 속처럼 보인다. 혹은 그 누군가의 일상적 동작이 연출된 퍼포먼스처럼 보일 수도 있다.
미디어아티스트가 공간 안에서 빔 프로젝터를 쏘아 우리가 서 있는 공간과 전혀 다른 공간을 제공한다. 그곳에 있는 사람이 관객인지, 퍼포머인지, 무용수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시공연 막이 오를 때, 과연 우리는 전시장과 공연장을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시각예술가와 안무가가 만나 제작한 새로운 전시공연 형태의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는 기존 미술계와 무용계에서 수없이 이루어져왔던 협업 형태의 예술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시각예술가와 무용가의 만남이 아닌, 공연의 직접적인 내러티브를 비롯해 모든 감정선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다.
시각예술가와 무용가는 하나의 전시공연 제작을 위해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가지면서 서로의 세계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 세계를 비롯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미술계와 무용계의 분리된 장르를 하나의 시각으로 엮어냈다. 이 모든 공연은 예술을 지각하고 수용하는 이들의 심리와 내면의 지각 방식을 총합해, 예술가들의 진심 어린 감성이 자연스럽고 조심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라는 욕망에서 시작됐다. 이제 우리는 전시 공연장에서 늘 보아왔으며 이미 지각하고 있는 틀을 깨고, 다시금 예술의 언어로 들춰볼 것이다. 영화적인 몰입도 아니고, 전시장에서 경험해온 분산적 몰입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물리적 공간 안에 발을 디디고 있고, 물질과 비물질 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을 향유할 것이다. 또 무대가 사라진 뒤 퍼포먼스 동작이 몸으로 지각되는 순간, 그 움직임들은 시각적 판타지로 획득될 것이다. 시·지각의 떨림만으로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무대가 미디어아트인지, 퍼포먼스인지 구분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비물질의 이미지를 통해 물리적 공간(갤러리 정미소)에 잠입했으며, 이제 3D 안경 대신 온몸이 이미지 안에 들어와 있는 지각의 도움으로 눈앞에 펼쳐진 퍼포먼스를 보게 될 것이다. 현실과 가상, 온몸지각과 시각, 비물질과 물질, 미술과 무용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전시공연, 즉 퍼포믹스(perfomix)를 만나게 될 것이다.
퍼포믹스(perfomix)는 퍼포먼스(performance)와 전시(exhibition)에서 ‘perform’과 ‘ex’를 따온 것이다. 퍼포먼스와 전시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여기에 두 개의 장르가 혼합(mix)된다는 점을 살려 퍼포믹스(perfomix)가 되었다.

태초에 무용과 미술이 있었다면?
태초에 빛이 있었던 것처럼 무용과 미술이 있었다면, 미디어와 퍼포먼스는 인간의 어떠한 감정을 토로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지각하게 되었을까. 사람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순간부터 미술은 시작됐다. 퍼포먼스는 사람의 몸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움직임, 손동작에서 시작됐다.
물리적 공간이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현실과 다른 공간으로 연출된 순간부터 미디어 기술은 끊임없이 인간의 확장적 욕구를 충족하고 완성하기 시작했다. 원근법의 발달이 인간의 한없는 시각적 욕망을 극대화시켰다면, 미디어와 3D 매핑(mapping)은 시각, 즉 보려고 하는 것과 보고 싶은 차원을 넘어, ‘여기’가 아닌 ‘저기’에 가고자 하는 욕망을 해소시켰다. 매핑 프로그램 기술로 얻은 공간 이미지 한 장은 단번에 다른 공간으로 자아를 이동시켰으며, 그러한 순간 이동은 마치 시간을 역행하는 듯 혹은 초월하는 듯한 상상을 자극했다.
미디어와 공간 3D 매핑의 탄생과 발전을 통해 온몸으로 지각하고 몰입하는 방식은 영화와는 상이한 형태를 일궈냈다. 컴퓨터나 스크린의 사각 프레임에 가둬진 지각 경험이 아닌, 프레임 밖 공간 자체에서 경험하는 시·지각 몰입이 연출된 것이다. 일상적 몰입 공간의 상태에서 경험하는 온몸 몰입과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의 판타지(일상)가 가미된 몰입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3D 매핑이 이뤄진 공간에서는 이미지와 마주하기 위한 부차적인 장치가 사라진다. 이미지가 비물질의 영상으로 매핑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3D안경과 같은 장치 없이도 이미지 그 자체를 온몸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상의 세계에 빠진 것이 아니라, 가상과 현실 세계에서 자신이 조정할 만큼만 가담하고 있는 주체를 바라보게 된다. 이때 전시장에서 일상적 공간과 동일한 지각적 경험을 얻는다.
여기에 퍼포먼스적인 요소, 온몸의 감각적인 동작 요소가 더해지는데 이것이 관객에게는 오로지 시각으로만 전달된다. 퍼포머의 온몸 지각으로 발현된 수많은 예술언어는 모두 시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감각은 온몸의 지각적 총체이며, 이것이 이미지 안에 놓이게 되는 순간, 퍼포머는 공간과 자아 합일체를 꿈꾸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지각 형태의 경험을 제시하는 전시공연의 순간에 놓여 있는 이들은 곧 모든 감각언어 체계가 얽혀있는 체험을 통해 마치 미술과 무용, 이미지와 퍼포먼스의 움직임이 특수한 기술 장치를 통하지 않고도 예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실현되는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시각예술가 강이연 + 안무가 신창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의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는 시각예술가와 안무가로 꾸려진 각 프로젝트 팀을 통해 세 개의 버전으로 꾸려진다. 9월 5~17일 강이연과 신창호의 만남을 시작으로, 두 번째는 하태범과 정보경(9월 24~10월 6일), 마지막으로 박재영과 변재범(10월 10~22일)이 나선다. 모두 여러 장르와 협업을 전문적으로 시도하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꾸려가는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목소리가 분명하며 예술을 풀어내는 방식 또한 제각기 다르다. 미술과 무용의 만남이라는 커다란 틀을 상정하여 참여하는 예술가들과 소통을 시작했지만, 이 모두가 하나의 예술에 잠식되어 있음을 모두가 조금씩 깨달았다. 동일한 목표 아래, 각 팀별로 다른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들은 전시공연장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9월 5일 첫 번째 막을 여는 강이연과 신창호는 각자 자신의 색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전시공연을 선보인다. 공간에는 강이연의 3D 매핑 영상이 투사되고, 그 속에 모든 무용가를 품어낸다. 창의적인 몸언어의 고유함을 유지하기 위해 신창호는 강이연의 영상작업과 자신의 무용언어를 조율했다. 더불어 각기 다른 요소를 가지고 동일하게 관객을 공감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각자의 작업 스타일과 성향을 존중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있다. 각자의 색을 유지하되 하나의 조화를 꿈꾸면서 각양각색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현악 4중주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지막 4중주’처럼 이들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조율하고 지금과는 또 다른 음색을 선사하기 위한 행위를 지속할 것이다. 우리가 보는 예술의 퍼포먼스와 전시, 퍼포믹스의 찰나는 바로 그 무대현장에서 실현될 것이다. 9월 5일~10월 22일,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글 이은주(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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