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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본 ‘잠자는 숲속의 미녀’
글 박성혜(무용평론가) 8/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8월호 - 전체 보기 )




6월 22일~ 7월 3일
LG아트센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둔탁함

‘백조의 호수’를 동성애적 코드로 재해석해 성공을 이룬 영국 안무가 매슈 본의 후속 작품들은 언제나 관객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150년 전에 만들어진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부박한 오데트 공주에게 내려진 저주와 참으로 순진하다 못해 무기력한 지그프리트 왕자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이야기를 아주 멋지게 재해석했으니 말이다.

매슈 본의 장점은 이렇게 고전 작품을 특유의 세련된 연출과 재배치를 통해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무대로 선보인다는 것이다. 덕분에 초등학생도 믿지 않는, 백조귀신이 나오는 발레에 새로운 생명을 안겨준다. 우선 해석이 고전 작품처럼 고답적이거나 비현실적이지 않다. 현대에 이르러 부각되는 동성애 같은 새로운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거나(‘카 맨’), 영화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판타지물을 춤으로 풀어내 새로움을 선사한다.(‘가위손’) 그뿐 아니라 이미 성공한 뮤지컬에 춤을 강화하기도 한다(‘올리버’ ‘남태평양’ ‘메리 포핀스’). 이러한 영리한 선택은 다분히 전략적이고 언제나 관객들을 설레게 한다.

이번에 소개된 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역시 이러한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차이콥스키와 프티파의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했다. 우선 100년이라는 시간을 뱀파이어의 등장으로 해결한다. 공주를 사랑하는 정원사와 라일락 요정을 흡혈귀로 만들어 동화 속의 100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설명한다.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과 에로스적 요소가 내재된 ‘뱀파이어’를 등장시킨 매슈 본의 선택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출연은 다소 자위적이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 이유가 단순히 연출적인 실수에서 기인하는지, 아니면 뱀파이어라는 다소 식상한 선택에서 근거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안무가 매슈 본의 강점은 탄탄한 서사 구조다. 덕분에 전통적 발레에서 사용되는 음악적 형식을 황당하게 무시해도 용인되었다. 캐릭터의 설명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서사 구조를 위해 주제 음악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도, 원작의 음악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거나 대입되어도 서사적 상황과 내용에 타당성을 얻으면 용서가 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차이콥스키가 들으면 기절할 음악적 구성이 진행되었지만 현대의 관객은 이를 허용했고, 새로운 해석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안무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해석의 신선함과 연출의 세련됨이 다소 부족했다. 물론 다른 안무가에 비하면 매슈 본의 구성력과 연출은 훌륭하다. 하지만 전작과 상대평가를 해본다면 이번 작품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의 유명한 음악만을 의도적으로 반복 사용한다든지(‘고양이 왈츠’), 너무나 웅장한 3막의 결혼식 장면의 음악을 초입에 써버린다. 결말의 “그리하여 아들 딸 낳고 잘 살았습니다”란 식의 결말 역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트와일라잇’에서 이미 보았던 익숙한 해피엔딩이다. 미안하게도 영화 ‘트와일라잇’보다 덜 성스럽고, 어색하며 유치했다. 한마디로 뱀파이어의 선택은 이해가 가지만 탁월하다고 칭송하기에는 부족하다. 1995년 동성애 코드를 들고 나온 대담함과 비교해서 그런지 뱀파이어의 선택은 신중했거나 더 세세한 구성과 연출을 요했어야 했다.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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