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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세출 ‘우연의 음악’
숨은 공로자는 누구인가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9/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9월호 - 전체 보기 )


2006년 창단, 젊은 남성 주자 여덟 명으로 작곡을 비롯해 기타·거문고·가야금·해금·아쟁·피리·대금·장구로 구성. 멤버들 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으로 우수 기량 장착. 시나위의 즉흥성과 유희성이 음악의 젖줄. 2009년 월간객석 ‘올해의 유망주’ 선정. 하지만 그간 변변한 단독 공연 하나 없었다. 그래서 이번 무대가 더욱 기대됐다.
8월 21~22일, 문화역서울 284 RTO.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 불세출

한마디로 불세출은 이번 무대로 ‘떴다’. 불세출, 그 여덟 명 연주자들의 음악적 완성도와 연주력은 수준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문화역서울 284 RTO의 공간은 그들의 음악에 유리하고, 또 영리하게 작동했다. 따져보면 이들 또래의 음악가들이 타 장르와의 명민하게 교섭을 하며 오감을 직격한 무대를 만들어내려 발버둥칠 때, 이들은 오로지 들리는 음악만을 부여잡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우직함은 때로는 아둔함으로 보이고는 했다. 아름다운 고집도 때로는 무대의 연출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게으름처럼 다가왔다.
이런 그들이, 이번 무대에는 많은 변신의 옷을 입었음을 느끼게 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이번 공간은, 마치 이들이 연주했던 ‘지옥가’와도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프로시니엄 형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사각의 링과 같은 무대를 선택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여덟 명의 멤버들은 원을 그리듯 둥그렇게 앉았다. 둥그런 원을 그리며 앉은 멤버들은 비어 있는 중앙에 마치 적의 모습이 새겨진 과녁이라도 있다는 듯 소리를 집중 투하하고 쏟아넣는 듯했다. 지금까지 봤던 무대와는 다른 연출선. 분명 무대의 동선과 보이는 이 모든 것을 재배치한 ‘숨은 공로자’가 있을 듯했다. 그중 한 사람은 원색의 조명으로 음악에 내재된 율과 진행에 맞춰나간 무대 디자이너 김현민일 것이다.
연주는 딱 한 시간, 짧고 굵었다. ‘풍류도시’ ‘연’ ‘북청’ ‘푸너리’ ‘지옥가’ ‘달빛’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연의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그들은 오로지 시선의 교차와 즉흥적인 구성력으로만 음악을 만들어나갔다. 원을 그리며 앉은 연주자의 배치는 멤버들 간의 교감과 그 찰나를 보여주는 데 용이했고, 이들의 음악이 전적으로 즉흥과 교감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아마도 여덟 명의 주자가 전의 무대처럼 모두 객석을 바라보며 앉았다면 이번 연주회 같은 ‘불세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성’주자, 그것도 ‘8인’의 남성주자라는 점은 불세출만의 음악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멤버들도 이를 십분 활용했다. ‘연’에서 이준의 가야금과 전우석의 거문고가 펼친 진검승부, ‘북청’에서 리더 김용하의 해금 활질과 전우석의 거문고 대점의 울림들은 참 음악에도 성별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옥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떠올리게 했던 공간에 울려 퍼지는 ‘지옥가’는 공간성과 놀라울 정도로 조우했다. 배정찬의 구음(口音)은 남성주자들이 일군 소리의 층을 뚫고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떠올리게 했던 공간에 울려 퍼지는 ‘지옥가’는 공간성과 놀라울 정도로 조우했다. 노출된 콘크리트와 벽면의 벗겨진 도색들. 이들이 들었다 놨다 하는 무대에서 공간의 여러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그간 들었던 ‘지옥가’와는 색다르게 들려왔다. 그리고 ‘달빛’은 모두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풍류도시’부터 달궈온 무대의 온도를 차분하게 내려놓았다. 다만 이번 공연의 제목이며 전면에 내세운 ‘우연의 음악’은 어정쩡했다. 앞서 여섯 개의 곡이 데운 분위기상 ‘좋아 보였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연주 내력과 내공으로 보자면 ‘우연의 음악’은 그냥 ‘우연히 음악’이 되었을 뿐, 더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았다. 이들의 음악적 근간이자 모체인 시나위를 ‘한 세트’ 잘 짜서 올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불세출의 미래는 이번 무대를 통해 검증된 ‘숨은 공로자’와의 조우와 상생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열린 자세’를 지향했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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