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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랭 오페라의 한국가곡 연주회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은 감동
글 배윤미(파리 통신원) 6/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6월호 - 전체 보기 )




4월 23일, 스트라스부르 랭 오페라에서 한국가곡 연주회 ‘한국의 향수(Nostalgie made in Korea)’가 개최됐다. 이번 연주회는 프랑스 국립극장에서 한국의 성악곡을 공식적으로 프로그램한 첫 무대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현재 7명의 한국 성악가가 활동 중인 랭 오페라는 한국 연주자들에게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극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연주자들은 랭 오페라 합창단에 소속된 소프라노 권수예와 테너 문성영·이경호·최상배, 그리고 베이스 석영민. 이들은 피아니스트 김분희, 그래픽디자이너 천유주와 함께 아르모니 다무르(Harmonie D’amour)란 앙상블로도 활동 중이다.

랭 오페라 오른편의 살 장 피에르 포넬에서 펼쳐진 ‘한국의 향수’는 한국 교포들과 스트라스부르의 청중, 랭 오페라의 관계자 등 많은 이의 기대와 호기심 가운데 진행됐다.

정지용의 시에 붙인 ‘향수’를 비롯해 ‘그리운 금강산’ ‘사공의 노래’ 등 한국가곡과 창작 뮤지컬 넘버 ‘살짜기 옵서예’, 민요 ‘경복궁 타령’ ‘아리랑’, 대중가요 ‘최 진사댁 셋째딸’ ‘사랑으로’ 그리고 세월호 참사 추모곡 ‘내 영혼은 바람가운데’ 등 다양한 장르의 13곡을 독창과 5중창으로 선보였다. 무대 뒤로는 태극기와 프랑스어 가사, 관련 이미지가 함께 투사됐다.

비록 텍스트가 지닌 운치를 온전히 음미할 수 없다는 언어적 한계가 있었지만, 연주자간의 호흡과 탁월한 기량은 이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했다. 한 프랑스 청중의 평을 빌자면 “기력이 넘치는, 희망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그 결과 무대는 두 번의 앙코르로 이어졌고, 랭 오페라의 관계자는 “연주가 아주 만족스러웠다”며 즉각적으로 또 다른 한국가곡 프로젝트를 청탁했다. ‘디네 쉬르 센(Dinner sur Scène)’이라는, 메세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극장측은 내년 2월 세 명의 테너를 위한 ‘스리 테너’ 연주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연 후 연주자들을 만나 이번 무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베이스 석영민은 “민요나 타령의 부점을 재즈와 같이 리듬감이 돋보이도록 편곡해 한국가곡뿐 아니라 민요와 뮤지컬풍 대중음악도 세계적으로 크게 어필될 수 있음을 전달하려 했다”며 이번 연주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섬세한 라인과 대조되는 풍성한 비브라토가 독특했던 리릭 레지에로 소프라노 권수예는 “가곡 ‘수선화’의 묘한 화성 관계를 죽음과 삶의 대비를 떠올리며 불렀다. 세월호 참사를 기린 마지막 곡은 감정 표현에 있어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파바로티와 흡사한 미성을 지닌 테너 이경호는 “나이 들수록 한국적 정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며 “타국에서 우리의 가곡을 부르니 감동이 더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큰 음폭이 인상적이었던 테너 문성영 역시 “한국을 대표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꼈다”며 “코믹한 패시지에서 가사의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 제스처를 사용했지만, 언어적 한계가 있기에 크게 과장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제스처가 돋보였던 테너 최상배는 “한국인에 비해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읽기가 어렵다. 그 점에 아직 적응이 안 되어서인지, 반응을 좀 더 이끌어내고 싶은 마음에 여러 제스처를 시도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남성 연주자들과 같이 검은 연주복 차림으로 임한 피아니스트 김분희는 “리듬감이 넘치는 옥타브 패시지가 많아 한복을 입을 수 없었다”며 작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의 성악곡은 일본이나 중국의 것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점에서 우리 연주자들이 한국 작품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등 할 일이 많다”는 것이 석영민의 고무적인 관점이다.

이번 연주는 한국가곡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다양한 성악곡이 지닌 문화상품으로서 가치를 프랑스에 알린 데 그 의의가 있다. 한국의 성악곡은 시리즈로 연속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아이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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