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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예술과 과학의 미래 ②
로봇, 인간의 예술을 훔치다
글 국지연 기자, 김지희 인턴 기자 6/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6월호 - 전체 보기 )




③ 첼리스트 & 생명과학자 고봉인,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과 과학

“예술과 과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첼리스트 고봉인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유방암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생명과학자다. 예술과 과학을 업으로 하는 그에게 물었다. 미래의 예술과 과학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최근 인공지능 발달의 흐름에 대해 음악가이자 과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선 예술이란 무엇이고 우리가 예술을 표현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음악가로서는 ‘우리가 하는 예술이 그렇게 특별하고 가치 있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뿌듯합니다.

생명과학을 연구하시는데 음악과 과학이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결국 음악과 과학 모두 인간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음악을 할 때는 본능적인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고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청중에게 표현할 수 있는지 끝없는 연구를 하지요. 나아가 청중에게 그런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청중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과학 연구도 결국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호기심 때문에 존재합니다. 음악과 같이 여러 현상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발견들의 기반으로 유용한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각종 환자들의 질병을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결국 음악도 과학도 우리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거지요. 또한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연주될 수 있는 것처럼, 과학 역시 과학자의 학업적인 경험이나 배경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아주 다른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실험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 그리고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식 또한 엄청난 창의성과 독창성이 요구되는 것이고요.

얼마 전 기사에서 우수한 유전자만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든 사람이 한 가지의 연주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요. 제가 선택한 음악적 프레이징이나 타이밍에 한 사람은 감동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 똑같은 반응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우수한 유전자만을 선택하는 것을 생각하면 음악에서도 내 감성에 맞는 연주 스타일을 연주해주는 인공지능을 상상할 수도 있겠죠. 저는 실황 연주를 할 때 청중의 숨소리를 들으며 음악의 간극을 조절할 때가 많습니다. 서로 호흡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거지요. 그래서 아무리 좋았던 음악회도 그다음엔 절대 똑같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중도 연주자도 모두 다른 환경에서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게 되지요. 인공지능이 진화를 거듭해 그런 즉각적인 반응까지 할 수 있는 연주를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예술이란 완벽할 수 없고 오히려 완벽하지 않음 속에 인간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과학과 예술이 어떤 모습으로 공존해야 한다고 보나요?

과학자의 관점으로 봤을 때 예술성이 없는 과학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예술’을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조물이라고 한다면, 과학자가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실험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결과를 여러 가지 수단으로 제시하는 이 모든 과정들 역시 예술성을 요구합니다. 과학자들은 예술적인 감각이 더 뛰어날수록 자기가 발견한 결과를 남들에게 훨씬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는 실험 데이터를 통해서 남들에게 설명해주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학이 우리에게 수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예술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이해할수록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예술은 결국 예술가의 눈을 통해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예술 작품을 더 널리 공유할 수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죠. 아마 얼마 있으면 음반이나 DVD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연주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살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예술과 과학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우리 인간을 통해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앞으로도 과학과 예술을 항상 접하며 살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더욱더 아름다운 인간으로 진화하리라고 믿습니다.


첼리스트&생명과학자 고봉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생이던 1997년, 제3회 차이콥스키 청소년 콩쿠르 첼로 부문 1위를 수상하며 국내외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8년 하버드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뉴 잉글랜드 음악원 첼로 석사학위, 2014년 프린스턴 대학 분자생물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유방암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글 국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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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곽소나 교수가 디자인한 로봇, 해미

④ 로봇 디자이너 곽소나가 말하는 미래 로봇의 역할

“인간을 돕기 위해 인간과 닮은 로봇을 디자인한다”


‘로봇 공학’과 ‘디자인’. 곽소나 교수는 밀접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 두 분야를 연결하고 있는 디자이너다. 그녀에게 현재 로봇이 얼마만큼 예술의 영역에 다가가고 있는지 물었다.

로봇 디자이너는 어떠한 사람인가요?

로봇 디자이너는 로봇과 인간이 더욱 깊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지요. 제가 연구하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볼 때, 로봇이 어떠한 외형을 가지느냐에 따라, 인간이 로봇에게 느끼는 친근감과 편리성이 달라지거든요. 나아가 저는 상호작용의 측면뿐 아니라 좀 더 실용적으로, 상품 가치가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적 측면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로봇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 모델은 ‘인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간의 외형을 좇는 로봇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요?

사람을 닮은 로봇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로봇은 사람을 닮아가고 있고, 사람의 장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그러나 로봇은 사실 ‘도구’일 때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돕기 위한 도구로서 사람의 형상을 추구하는 것(의인화)은 옳지만, 사람과 완전히 똑같아지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엔 의문이 듭니다. 또 현재의 기술로는 로봇이 생명체를 온전하게 닮을 수도 없는 것이고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로봇이 인간과 어설프게 비슷할수록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급감한다는 이론)란 용어가 설명해주듯, 로봇이 인간을 닮아가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이상적으로나 여러 주의가 필요합니다.


▲ 색소폰 부는 로봇, 와스 ©Takanishi Laboratory


▲ 종이봇

인간과 같아질 수 없는 로봇이 과연 예술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로봇이 하는 예술 활동의 예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우선 예술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으로, 컴퓨터 과학자 사이먼 콜턴의 ‘페인팅 풀(Painting Fool)’, 브리검 영 대학에서 개발한 ‘다시(DARCI)’ 등이 있습니다. 와세다대에서 개발한 색소폰 부는 로봇 ‘와스(WAS)’도 있습니다. 저도 기존의 종이접기 방식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종이봇’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들이 과연 궁극적인 예술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로봇이 표현하는 감성을 인간이 공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또한, 작품을 만든 주체가 로봇이라는 것 자체도 문제입니다. 결과물 자체를 떠나, 예술 작품을 만든 주체가 인간인지 기계인지에 따라 사람들은 그 가치를 확연히 다르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렇다면 발전 가능한 로봇의 예술 영역은 없는 것인가요?

로봇은 체력의 한계가 없어요. 이를 예술품 복원 작업에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동일한 물체를 다량으로 생산해야 하는 예술 활동이 있다면 로봇이 적격이겠지요. 신체적 불편함이 있는 장애인을 위한 표현 도구로서도 로봇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로봇이 주체가 아닌 사람의 의도와 개념 아래에서 이뤄져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작가의 이념이 무엇인지에 따라 만족을 얻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은 가치부여 측면에서 봤을 때, 어떤 로봇이 만든 ‘첫 번째’ 작품은 예술이라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로봇의 작품을 예술로 승화시켜줄 것 같습니다. 로봇에게 영성이나 창작 같은 예술의 주요 요소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정말 첫 작품일 때만 가능하죠. 현재 알파고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만약 베타고와 감마고도 나온다고 한다면 이런 관심은 지속될 수 없을 것입니다.


로봇 디자이너 곽소나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 박사 과정을 졸업한 후 현재 이화여대 산업디자인학과 조교수다. 지능형 제품 디자인, 로보틱 사물 인터넷 디자인, 인간-로봇 상호작용 디자인 등 로봇 디자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글 김지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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