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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세레나데’ ‘봄의 제전’
글 문애령(무용평론가) 6/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6월호 - 전체 보기 )




4월 29일~5월 1일
LG아트센터

개성 넘치는 두 명작의 만남

국립발레단이 ‘세레나데’와 ‘봄의 제전’을 공연했다. 글렌 티틀리 작 ‘봄의 제전’은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세 번째 무대이고, 조지 발란신 작 ‘세레나데’는 처음 선보이는 레퍼토리다. 두 작품 모두 유명 레퍼토리라 기대가 컸으나 공연장과 작품이 썩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 출연자나 세트 규모에 비해 무대가 작았고, 객석과의 거리가 가까워 신비감을 기대할 수 없었다. ‘세레나데’는 대형의 변화가 명확히 읽히지 않아 밋밋했고, ‘봄의 제전’ 파드되에서는 남자의 손이 여자의 허리와 대퇴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시선을 빼앗겼다.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전곡에 맞춘 발레 ‘세레나데’는 원곡의 마지막 두 악장의 순서를 바꿔 소나티나, 왈츠, 러시아 주제, 엘레지 순으로 진행된다. 1935년 공식 초연한 조지 발란신의 미국 첫 작품 ‘세레나데’의 영상은 의외로 풍성하다. 길고 아름다운 기교파를 의미하는 ‘발란신의 발레리나’가 부상하기 이전인 1950년대 출연자들은 작고 통통하지만 음악을 몸으로 이해하는 고갯짓이나 팔 동작을 보여준다. 페테르 마틴스가 주역을 맡던 1970년대로 넘어가면 풍성한 튀튀를 흩날리는 여인들이 멜로디에 따라 각양각색의 감정을 품지만 그 표출은 매우 은근하다. 파리 오페라 발레 공연은 파란 튀튀가 얇은 대신 길이가 발목에 이를 정도로 길다. 특정 동작에 악센트를 두어 같은 동작구를 더욱 기교적으로 보이게 한 재연이다.

국립발레단의 ‘세레나데’ 초연은 그런 대로 무난했다. 김지영·김리회·박예은 등이 배당된 동작을 훌륭하게 연기했으나, 음악에 흠뻑 젖은 몸짓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대신 고전발레의 주역과 같은 표정 연기가 우선돼 미국에서 파견된 트레이너 달라 후버의 능력이 정통하지 않다는 인상이었다. 순수한 동작에 담긴 조지 발란신 고유의 표현성, 춤으로 음악을 받아낼 때의 일체감 등이 이 작품 해석의 요점일 것이다.

글렌 티틀리 레거시(Glen Tetley Legacy)에서 파견된 알렉산드르 자이체프가 훈련시킨 ‘봄의 제전’은 초연에 비해 한층 자연스러웠다. ‘뜨거운 격렬함’ ‘끊임없는 추진력’ ‘관능적인 신체적 특성’이 글렌 티틀리의 안무 스타일로 꼽히는데, 이는 남자가 제물로 바쳐지는 그의 ‘봄의 제전’에 대한 설명에도 적합하다. 단원들의 움직임을 통해 안무가가 음악에 예민하고 치밀한 구성력을 지녔으며, 관객을 위한 볼거리도 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자임을 확인했으니 성공적 무대다. 그러나 파드되가 길게 연결된 ‘현자의 행렬’쯤에서는 자이체프 역시 슬럼프에 빠졌다. 무용수들이 체력이 바닥나도록 비틀고, 늘이고, 뛰었지만 전반부의 긴장감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안무가와 연기자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이 부분의 변화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지 발란신은 ‘세레나데’를 “달빛 아래서의 춤”이라고 했다. 1983년 그가 사망했을 때 한 평론가는 “발레 안무를 독립적 예술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줄거리, 장식, 마임, 연기가 없는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가치를 강조한 말이다. 2007년 사망한 글렌 티틀리는 현대무용과 발레의 상반된 특징을 혼합하고자 했던 안무가다. 그의 ‘봄의 제전’이 각이 선 현대무용처럼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국립발레단을 통해 이처럼 개성 넘치는 역사적 명작들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자랑스럽다.

사진 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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