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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타하리’
글 원종원(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5/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5월호 - 전체 보기 )




3월 29일~6월 1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새로운 블록버스터 창작 뮤지컬의 탄생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계에도 ‘블록버스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원래 블록버스터란 제2차 세계대전 때 등장했던 무기의 이름이다. 위력이 어마어마해 한 구역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폭탄이었는데,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영화계에 적용되면서 짧은 기간에 큰 흥행을 올리기 위해 큰 예산을 들여 만든 대작을 일컫는 용어로 그 쓰임새가 확장됐다.

지금까지 뮤지컬계에서 블록버스터라는 표현은 대부분 수입 뮤지컬의 전유물이었다. 이미 흥행이 검증된 콘텐츠들이 수백억 원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국내에서 단기간에 흥행을 노리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최근 이 유행이 창작 뮤지컬로도 번지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올해 100억 원의 매출을 돌파했고, 제작비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화제가 된 뮤지컬 ‘마타하리’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스타와 화려한 볼거리, 대박 흥행을 노리는 온갖 마케팅 요소가 집약된 콘텐츠의 등장에 새삼 한국 뮤지컬의 발전이 감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비단 뮤지컬 관계자만의 감회는 아닐 것이다.

‘마타하리’의 가장 큰 매력은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의 무대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무대는 쉬지 않고, 심지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볼거리를 쏟아낸다. 연출과 안무를 맡은 제프 칼훈이 최신 브로드웨이 작품들처럼 자연스런 장면 전환을 위해 암전 대신 무대 테크놀로지를 원했다는 제작사의 귀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늘이 갈라지고,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무대의 마법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이 작품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새롭거나 실험적이진 않지만 감성적인 선율은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낭만적인 감상을 잘 전달해준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 경험했던 자신의 멜로디 재활용(?)도 이번 작품에선 찾기 어렵다. 다만 장면과 상황들은 왠지 낯설지 않다. 해설자 격인 MC의 등장은 뮤지컬 ‘카바레’와 ‘에비타’를, 법정 장면은 ‘시카고’를, 엔딩은 ‘거미 여인의 키스’를 떠올리게 한다. 패러디라기에는 너무 진지한 상황과 전개가 다소 당황스럽다. 그래도 국내에선 자주 볼 수 없는 작품들이라 한국 관객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일 년에 한두 번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라면, 이보다 화려한 갈라 콘서트 같은 매력과 볼거리는 또 없을 듯싶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 작품이라면 나름 긍정적인 부분도 보인다. 다소 느린 듯 차분하게 펼쳐지는 극 전개와 전형적인 멜로 구도의 삼각관계 활용은 40, 50대 중장년이 주를 이루는 영미권 관객의 입맛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레타 가르보나 실비아 크리스텔의 영화를 기억하는 올드 무비 팬이라면 분명 무대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지만 아직 영미권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는 없다. 짧은 기간 나들이처럼 다녀오거나 투자자로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타하리’의 성공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바로 배경 덕이다. 우리나라에서 월드 프리미어 무대를 열어 완성도를 점검하고 다시 이를 보완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로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흥미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의 평가에 앞서 응원의 마음이 생기는 이유다. 한국 제작사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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