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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게임’
글 김옥란(연극평론가) 5/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5월호 - 전체 보기 )




4월 12일~5월 15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게임은 오버! 세계는 파산?

두산인문극장의 시즌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두 번째 작품인 연극 ‘게임’은 영국의 젊은 극작가 마이크 바틀렛의 2015년 작품이다. 완전 최신작이다. 동시대 영국 연극의 문제작을 매서운 눈썰미로 거의 시차 없이 소개하고 있는 번역가 성수정 덕이다. ‘목란언니’와 ‘노란 봉투’의 전인철이 연출을 맡았으니, 영국과 한국의 젊은 연극인들의 대국도 흥미진진하다.

‘게임’은 리얼리티 쇼와 게임을 결합한 이야기다. 생존경쟁의 게임을 생중계하는 이야기는 영화 ‘헝거게임’에서도 익숙하다. 그런데 ‘게임’은 여기에 ‘하우스 푸어’의 문제를 덧붙인다. 부모 세대보다도 가난하고 일자리도 없는 젊은 세대의 문제를 집 없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애슐리(전박찬 분)와 칼리(하지은 분)는 부모에게 얹혀살다가 좋은 집과 차를 제공한다는 게임업체의 솔깃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무대는 마치 방송국 세트장 같다. 사방에 카메라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한쪽에는 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부스가 자리 잡고 있다. 근사한 주방과 거실 소파, 고급 욕조가 관객의 눈앞에 자리 잡고 있다. 칼리는 첫눈에 이 집에 반한다. 월급도 지불된다. 돈과 집이 없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아이를 가질 계획까지 세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누군가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적 시선만을 극적 흥밋거리로 삼고 있지는 않다. 이들을 찾아온 부스 안의 고객들은 돈을 낸다. 돈을 지불하는 대가로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젊은 남녀를 저격용 스나이퍼 소총으로 쏠 수 있다. 물론 살상용이 아니라 마취용 총알이다. 20분에 1발, 비용은 남자를 쏠 경우 100만 원, 여자를 쏠 경우 추가 요금 포함하여 120만 원이다. 업체 간 경쟁도 심해져 1+1 판촉용 행사도 펼친다. 누군가의 생일을 기념해, 술에 취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아온 고객들은 돈을 내고 누구를 쏠까 선택하고 총을 쏜다. 총에 맞은 남자와 여자는 잠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난다. 남자와 여자는 이곳에서 8년을 지내며 아이도 낳고 기른다.

무대에 직접 제시되는 것은 젊은 부부의 일상생활이지만 정작 이 공연에서 흥미로운 것은 부스 안에서 실시간 연기하고 있는 인물들의 장면이다. 이들은 무대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카메라 영상으로 보인다. 이들의 영상은 ‘빅브라더’의 시선을 패러디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말은 마치 SNS에서 악플을 다는 댓글들처럼 노골적이고 폭력적이다. 부스 안의 밀폐된 공간에 숨어 이루어지는 이 행동들이 더 연극적으로 느껴진다. 젊은 여자에게 성적 열등감을 느끼는 사모님은 남편을 부추겨 칼리를 쏘게 하고, 학교 선생인 여선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이를 쏜다.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락을 위해, 열등감에 대한 보상심리를 위해 잉여의 타살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관객들의 눈앞에 제시된다. 무대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전쟁 영화와 전자오락 게임, 야간 카메라에 잡힌 야생동물 사냥 장면이 오버랩된다.

인간 사냥 장면이 반복되고, 남자가 총에 맞고, 여자가 총을 맞을 때까지는 그나마 견딜 만했다. 그러나 아이를 향해 총이 발사될 때는 임계점을 넘어선 끔찍함이 느껴진다.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회사는 계약에 없던 아이까지 게임에 참여시키고, 아동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사회적 지탄을 받고 고소에 시달리다 드디어 파산하고 만다. 이 게임과 공연의 결말은 파산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다시 세상 속으로 쫓겨나는 부부와 아이, 이들을 8년 동안 지켜봐온 관리자의 자살, 회사의 파산. 게임 오버다. 게임은 끝낼 수 있지만 세계는 끝장이 없다는 사실이 환기되며 충격이 전해진다. 게임은 오버, 세계는 파산, 우리는 해고다.

사진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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