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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무티의 이탈리아 오페라 명연주 BEST
무티가 지휘한 이탈리아 오페라 작품 가운데 눈여겨 볼 음반과 영상물을 소개한다
글 유혁준(음악 칼럼니스트) 4/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4월호 - 전체 보기 )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수백 장 넘는 음반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작업은 쉽지 않다. 이탈리아 사람 무티의 본령은 역시 오페라다. 무티의 오페라 지휘 음반은 글루크, 페르골레시에서 푸치니, 칠레아에 이르기까지 오페라 역사의 전 시대를 아우른다. 오래전부터 명반으로 자리매김하고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이탈리아 오페라 중 베르디·로시니·모차르트의 작품을 골라봤다.


▲ EMI Classics 0825646483174, 2CD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1978)의 베르디 ‘나부코’

이탈리아인들에게 ‘나부코’는 단순한 오페라가 아니다. 마치 ‘애국가’ 같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나폴리 출신으로 다혈질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무티에게도 ‘나부코’는 75년 평생 동안 지고가야 할 숙명과도 같았다. 지난 1월 시카고 심포니와 함께 내한한 무대에서도 무티는 앙코르로 ‘나부코’ 서곡을 국내 팬들에게 들려주고 갔다. 2011년 로마 오페라하우스에서 무티는 이탈리아 독립운동가와 동격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모든 청중을 기립시킨 가운데 합창단과 같이 한 번 더 불렀다. 그리고 당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문화예산 삭감에 대해 공연 도중 신랄하게 비판했다.

1978년 무티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시절에 녹음한 ‘나부코’는 지금껏 최고의 명연으로 손꼽힌다. 바빌론 성벽과 사자 문양이 인상적인 앨범 재킷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 필자가 이 음반을 처음 LP로 감상할 때의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하늘과 땅을 수시로 오가는 다이내믹의 변화는 서곡에서부터 오디오의 스피커가 터질 듯 으르렁거린다. 스코토의 아비가일레는 아버지를 무너뜨리는 표독한 딸이 아니라 사랑을 얻지 못하는 불행한 여인에 더 걸맞은 절창으로 2부의 카바티나, 카발레타를 수놓는다. 페네나를 초대형 메조소프라노 오브라초바를 기용한 것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자카리아의 기도’에서 갸우로프의 천근만근 무게가 실린 목소리와 ‘베르디의 악기’ 첼로의 2중주는 무티가 이미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가라 금빛 날개를 타고’는 극히 정교하다. 그리고 동시에 어둡다. 물론 마누구에라의 나부코도 뛰어나다. 단 하나의 ‘나부코’를 고르라면 단연코 출시된 지 40년이 가까워오지만 무티의 것을 추천한다.


▲ EMI Classics 5099931926423

라 스칼라(1982)의 베르디 ‘에르나니’

1986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9년을 동고동락하던 무티와 라 스칼라 극장. 결국 총감독 카를로 폰타나와의 불화로 인해 불명예를 안고 퇴진했지만 무티의 전성기는 역시 라 스칼라 시절이다. 무티의 수많은 베르디 가운데 또 하나를 고르라면 ‘에르나니’다. 베르디 초기 오페라 가운데 드라마가 우위에 서는 이 걸작에서 무티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극대화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우선 오케스트라의 중량감은 그 어떤 콘서트 전문 오케스트라도 따라올 수 없는 라 스칼라 극장만의 독보적 영역이다. 1982년 39세 젊은 무티의 피 끓는 기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브루손과 갸우로프가 들려주는 카를로와 실바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명콤비로 우뚝 선다. 도밍고의 에르나니는 청아하다. 베르디에 의해 오페라의 주무기로 정착한 합창은 에르나니에서도 빛을 발한다. 특히 3부 피날레는 압권이다. 4부의 마지막 3중창에서 도밍고와 갸우로프의 경합 도중 튀어나오는 프레니의 아찔한 고음은 소름 끼칠 정도로 날이 서 있다. 비극이 끝나고 오케스트라의 기나긴 단말마가 끝나면 청중의 우레 같은 박수가 생생히 포착되어 있다. 라이브 녹음의 숨결이 적나라하게 전달된다.

  

▲ EMI Classics 5099931928021
    

▲ Sony Classical 88697581422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1980) vs 라 스칼라(1992)의 ‘라 트라비아타’

‘라 트라비아타’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두 음반이 용호상박을 겨룬다. 1980년 런던 킹스웨이홀에서 녹음한 리카르도 무티의 첫 번째 ‘라 트라비아타’ 녹음은 당대 최고의 가수가 즐비하다. 우선 스코토의 비올레타는 명불허전 완벽한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마리아 칼라스가 비올레타를 칼라스 자신으로 만들었다면 스코토는 자신이 비올레타가 된다. 그만큼 처절하고 슬프다. 전성기 크라우스의 절창은 알프레도의 우유부단함과 ‘마마보이’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브루손의 제르몽은 무결점 목소리의 표상이다. 이 모든 것은 무티가 반주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벨벳 사운드에 의해 더 없이 공고해진다. 3막 비올레타의 편지 장면에 이은 ‘지난날이여, 안녕’에서 우리는 눈시울을 붉혀야 한다.

마리아 칼라스 이후 무려 37년 만에 라 스칼라 무대에 오른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은 무티였다. 1992년 베르디 오페라 전 작품을 뉴프로덕션으로 올리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던 무티에게 1959년생 신성(新星) 파브리치니가 떠올랐고, 이는 칼라스를 잇는 비올레타의 후계자로 그대로 낙점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알라냐의 알프레도도 부족함 없었다. 한껏 무르익은 무티와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의 궁합은 에너지로 철철 넘친다. 이 공연은 영상물로도 출시되었다.


▲ Sony Classical 88697581422

라 스칼라(1988)의 로시니 ‘윌리엄 텔’

연주 시간만 4시간이 넘는 로시니의 ‘윌리엄 텔’은 주인공 아르놀도가 무려 19회의 하이C와 2회의 C#을 질러대야 하는, 테너에게는 절로 비명이 나오게 하는 가장 어려운 오페라 가운데 하나다. 1988년 무티는 파바로티를 섭외해 ‘윌리엄 텔’을 라 스칼라에 올렸다. 그러나 파바로티는 목소리가 상할까 두려워 하차하고 미국인 크리스 메리트 홀로 8회 공연을 소화하기에 이른다. 그만큼 테너에게는 극한의 기교를 요한다. 2013년 마리오티가 지휘한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의 ‘윌리엄 텔’이 나오기 전까지 영상물은 무티의 라 스칼라 실황이 유일했다. 기나긴 서곡에서부터 무티는 활기 넘치는 진군을 시작한다. 하지만 파바로티 대타로 나선 메리트는 다소 불안하다.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진 부담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메리트는 이 공연을 끝으로 더 이상 라 스칼라 무대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잔카나로의 타이틀 롤은 대단히 안정적이다. 스튜더의 마틸데도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이 기나긴 대작을 일관성 있게 음악으로 풀어가는 무티의 공이 가장 크다. (Opus Arte OA LS3002D, 2DVD)


▲ Decca DVU0087 074 315-9, 2DVD

잘츠부르크 페스티벌(2006)의 ‘마술피리’


무티의 모차르트는 어떨까? 유독 ‘돈 조반니’를 여러 번 녹음하고 최근까지 지휘한 무티지만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한 ‘마술피리’는 아르농쿠르와 발을 맞추는 듯 강력하고 혁명적으로 치솟는 음악을 도처에 수놓고 있다. 이 영상물은 특히 피에르 아우디의 연출이 돋보인다. 원색으로 치장한 무대와 의상은 ‘마술피리’ 본연의 의미를 되살렸다. 밤의 여왕을 부르는 담라우의 날선 콜로라투라는 무티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과 조화를 이룬다. 3막 후반부, 파파게나와 파파게노가 만나는 장면에서 무대 위로 와이어에 매달린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아이디어는 압권이다. 서곡에서 3화음, 3개의 음표는 충실히 지켜지며 박력 있는 모차르트를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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