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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랑가’
글 원종원(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4/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4월호 - 전체 보기 )




2월 14일~4월 10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신선한 시대극을 위해

뮤지컬이 서구 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보드빌이나 민스트럴 쇼, 벌레스크, 엑스트래버갠저 등 대중적인 상업극으로부터 두루 영향을 받아 잉태된 문화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뮤지컬을 ‘노래하는 연극’이 아니라 다양한 대중극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융합한 종합예술 장르라 설명하기도 한다. 첨단의 디지털 사회에서 아날로그 무대예술인 뮤지컬이 굳건히 인기를 넓혀가는 배경이자 이유다.

2016년 대한민국은 뮤지컬의 나라로 거듭나고 있다. 연간 제작 편수도 엄청나거니와 최근 막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을 보면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무대, 실험적인 이야기를 제작하게 됐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리 갑작스러운 일도 아니다. 서양의 뮤지컬이 그러했듯,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음악을 활용한 대중적 성격의 공연이 폭넓게 사랑받아왔기 때문이다. 속요나 판소리, 탈춤, 악극, 창가 등이 바로 그런 존재들이다.

뮤지컬 ‘아랑가’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떠올리며 감상하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삼국시대 도미설화를 근간으로 전통 판소리의 뮤지컬 무대화를 시도했다. 해설자 역할로 등장하는 도창이 추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영상을 배경으로 구슬픈 가락에 얹어 고구려에 찬탈당하는 백제의 전황을 묘사할 때면 감탄이 터져 나온다. 뮤지컬의 특성이 전통 음악의 형식미와 우리 민족의 애절한 ‘한’의 정서와 어우러져 예술적 완성도를 이룬다.

‘아랑가’는 놀랍게도 젊은 창작자들이 대학 시절 졸업 작품으로 만든 무대로부터 시작됐다. 당연히 참신한 일탈과 새로운 도전이 이 작품 최고의 ‘맛’이자 ‘멋’이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예그린 앙코르 등을 통한 담금질의 과정도 거쳤다.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볼 만한 뮤지컬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판소리를 활용했다고 고리타분한 분위기를 떠올렸다면 큰 착각이다. ‘아랑가’에는 요즘 대중문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재미도 담겨 있다. 소위 ‘매력 넘치는 악인’ 캐릭터의 등장이다. TV 드라마 ‘육룡의 나르샤’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하는 이방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전설 속에서는 그저 악인에 불과하던 개로왕이 뮤지컬에서는 꽤나 근사한 사랑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덕분에 이야기는 도식적인 틀을 벗어나 ‘정말 저랬다면?’ 하는 별스런 재미도 그럴싸하게 전달한다. ‘그 긴 생을 모두 살았는데도 도무지 산 것 같지가 않구나’라는 뮤지컬의 홍보문구는 인간적인 위로를 느끼게 하는 개로왕의 후회와 회한이 담긴 독백이다.

이전에도 뮤지컬에서 이미 익숙한 역사 속 이야기나 캐릭터를 뒤집어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인당수 사랑가’에 등장한 매력적인 변학도나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가 그렇다. 참신한 발상의 전환이 주는 이야기의 재미는 결국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양한 대중문화로 적극 확장되며 인기를 누려왔다. ‘아랑가’도 그런 선례를 따를 만한 재미가 담겨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뮤지컬로서의 흥행을 넘어 다양한 확산도 기대해볼 만하다.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 2016년의 봄이 즐겁다.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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