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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프랑스의 프레장스 페스티벌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현대음악의 향연
글 김동준(재불음악평론가) 3/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3월호 - 전체 보기 )




▲ 미코 프랑크/라디오 프랑스 필 ©JF Leclercq

매년 라디오 프랑스에서 열리는 프레장스 페스티벌은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마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자신들의 작품이 파리의 청중과 교감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 26년째를 맞이한 프레장스 페스티벌을 통해 파리의 청중은 다수의 작곡가를 발견하고, 그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올해는 ‘이탈리아의 오늘’이라는 주제 아래 루차노 베리오·브루노 마데르나·루이지 노노·살바토레 샤리노 등 이미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곡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마르코 스트로파·프란체스카 베루넬리·파우스토 로미텔리·시모네 모비오·라라 모르차노·마우로 란차·클라라 야노타 등 이탈리아 태생 작곡가들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도 들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중요한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인 앙리 뒤티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첫날인 2월 5일 연주회에 미코 프랑크/라디오 프랑스 필이 뒤티외의 ‘음색, 공간, 움직임 혹은 별이 빛나는 밤’을 연주했다.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서 영감받아 작곡한 이 곡은 독특한 관현악 편성과 색채로 반 고흐의 그림 이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의 ‘메타볼’ 못지않게 전 세계 오케스트라가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작품이 됐다.

프레장스 페스티벌의 가장 중요한 연주 단체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라디오 프랑스 필은 프랑스의 전문 오케스트라 가운데 현대음악을 가장 많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때문에 이들이 지닌 문화적 폭은 대단하다. 새로운 작품을 수용하는 유연성에서도 다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전문 오케스트라가 반복되는 연습과 연주로 인해 타성에 젖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반해, 라디오 프랑스 필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함께 연주하는 기쁨을 유지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다.

필자는 프레장스 페스티벌뿐 아니라 파리 필하모니(옛 시테 드 라 뮈지크)와 스트라스부르 무지카 페스티벌 같은 프랑스의 대규모 현대음악 페스티벌에서 다수의 현대음악 작품을 들었고,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다양한 현대음악 작곡가를 알게 됐다. 호기심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현대음악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다수의 현대음악이 머리와 가슴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학자들이나 평론가들은 바흐나 베토벤의 후기의 음악도 동시대인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오늘날의 현대음악 가운데는 분명히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공감을 얻는 작품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현대음악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불식시키려는 시도를 하곤 한다. 여기에는 일말의 진실과 오류가 동시에 존재한다. 바흐나 베토벤의 후기 작품이 대부분 당시의 청중에게 외면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들은 연주의 어려움 때문에 일부에게 외면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향곡 9번은 당시 청중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는 여전히 어렵지만, 감동적인 작품이다. 파리에서 만난 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것이 바이올린 협주곡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감동이 없는 작품은, 감동이 없는 것이다. 연주나 작곡 언어의 어려움 때문에 감동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좋은 음악이 아니라는 의미밖에 되지 못한다. 연주나 작곡이나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그러니까 자발적이고 순수한 동기에서부터 탐구와 창작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지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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