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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APAP & 윈터 재즈 페스티벌
새로움을 위한 현미경과 확대경
글 이정헌(Jazz in Seoul 예술감독) 3/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3월호 - 전체 보기 )




전미공연기획자협회 APAP의 행사들

이번 뉴욕 방문은 ‘1타 4피’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체류한 일주일의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지난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개최된 전미공연기획자협회(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esenters, 이하 APAP)의 행사 등록과 부스가 자리하고, 아침부터 수많은 컨퍼런스가 열리는 힐튼 호텔은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인접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잠을 자는 호텔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센터에 가까울 정도로 행사 기간 중 상당수의 미팅이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임을 염두에 둔다면, 전미 공연기획자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APAP가 오늘날 전 세계 공연기획자, 에이전시, 공연장, 페스티벌, 국제교류 관련 국가 기관과 재단 등이 모두 모이는 행사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매년 새로운 음악·무용·연극·복합장르 등 거의 모든 형태의 공연예술 작품이 쇼케이스로 소개되고 부스와 미팅을 통해 유통된다.

음악의 경우, 팝과 록을 제외한 월드뮤직·재즈·클래식·전통음악 영역의 여러 아티스트가 그야말로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공연장이나 클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하기 때문에 사전에 리스트를 정리하고 스케줄을 계획하지 않으면 각각의 공연을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여기에는 당연히 뉴욕 시의 후원이 뒤따른다.


사실 일반 대중에게 APAP는 조금 낯설다. APAP를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그 예로 들면, 지구상의 가장 유명하고 큰 공연예술 페스티벌 중 하나로 다양하고 새로우며 신통방통하기까지 한 공연예술 작품들이 8월 한 달 동안 에든버러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이제는 본 행사라 할 수 있는 에든버러 페스티벌보다 프린지 페스티벌이 오히려 더 주목받는 상태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00개 가까운 단체가 기꺼이 스스로 비용을 충당하면서 참여하는 데에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보고 듣고 즐기는 소비 행위와 관람, 더 나아가 문화예술 체험에 가까운 페스티벌의 기능에 공연예술이 소개되고 유통되는 마켓 기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비유해보면, 프린지 사무국의 공연 자격 심사를 통해 ‘질 좋은’ 물건이 오르고, 대부분 초연작이라 ‘착한 가격’이 붙어 있다면 이것을 사려는 사람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 각지의 ‘고품질 저단가’의 공연예술 작품들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덕분에 에든버러 프린지는 페스티벌이자 동시에 공연예술 마켓 기능을 하고 있다.

APAP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비해 기간이 5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연(페스티벌이 아닌 마켓에선 쇼케이스로 불린다) 횟수 역시 적지만, 개수로는 200개가 넘으니 전체적으로 봤을 땐 의외로 아주 많은 공연이 소개된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컨퍼런스의 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쉬지 않고 힐튼 호텔과 주변의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예술 전 분야에 걸친 컨퍼런스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진다. 예술과 정치·경제·환경과의 연관성, 문화예술과 사회운동 관련 NGO들의 프레젠테이션, 리더십 과정, 이슬람 문화의 이해, 각국 또는 각 자치단체의 공적 지원 사례, 지원 없이 살아남기 등 주제도 참으로 다양하다.


▲ 다양한 쇼케이스를 통해 공연예술 페스티벌 기능을 하는 APAP ©Adam Kissick/APAP

정리해보면, 에든버러 프린지는 페스티벌이 주이지만 마켓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셈이고, APAP는 비즈니스 미팅과 컨퍼런스가 중심이지만 다양한 쇼케이스를 통해 공연예술 페스티벌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참가비와 등록비가 한화 120만 원가량이고, 또한 굳이 공식적으로 설치된 부스를 찾지 않더라도 호텔 로비나 커피숍, 컨퍼런스 룸 입구 등에서도 얼마든지 미팅과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대비 효율은 그리 좋은 편이 못 된다.

그럼에도 같은 북미 대륙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한 해 걸러 열리는 CINAR라는 유서 깊고 격조 높은 공연예술 마켓이 있지만, 뉴욕이라는 도시의 위상과 이미지, 그리고 APAP 기간에 열리는 국제공연예술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 이하 ISPA) 총회로 인해 전 세계 주요 극장과 국·공립 공연예술 단체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모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덤일 것이다.

또한 필자와 같은 음악 분야 종사자에게 인상적인 윈터 재즈 페스티벌(Winter Jazz Festival)과 뉴욕을 대표하는 월드뮤직페스티벌인 글로벌페스트(globalFEST)까지 열리니 도저히 마다할 수 없는 여행이다. 게다가 보너스처럼 올해 6월부터 9월 말까지 뉴욕의 거의 모든 공원에서 열리는 서머 스테이지 뉴욕(Summer Stage New York)의 프리뷰 공연도 APAP를 찾은 프레젠터들에게 오픈되어 동시다발적 이벤트와 다양한 분야의 공연예술 관계자들과의 미팅 기회가 주어진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기회일 뿐, 이 많은 컨퍼런스와 미팅, 쇼케이스 공연, 이벤트에 모두 참석할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어떻게든 만날 사람은 만나는 것이고 아무리 사전에 스케줄을 짜고 준비한들 우연히 사람들을 만나 소개에 또 소개가 이어지기 때문. 그러다 보면 공연을 보는 건 복불복에 가깝다.

그 가운데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쇼케이스는 반가웠다. 뉴욕 한국문화원이 홍보와 리셉션을 맡아 뉴욕 프랑스 문화원 공연장에서 2회 공연으로 진행되었는데, 결과는 너무나 당연히 대성공이었다. 프랑스와 유럽 재즈 신에서 성공을 거둔 그녀가 재즈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뉴욕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갈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월드뮤직에 관심있는 기획자들이 모이는 글로벌페스트의 메인 스테이지 웹스터홀 ©Adam Kissick/APAP

새로운 뮤지션의 확대경, 윈터 재즈 페스티벌&글로벌페스트

뉴욕의 겨울을 달구는 또 다른 음악 축제는 1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윈터 재즈 페스티벌(Winter Jazz Festival)과 글로벌페스트(globalFEST)다. 그리니치빌리지와 이스트 빌리지 열두 곳의 유서 깊은 클럽과 극장에서 열리는 윈터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는 재즈의 성지인 뉴욕 진출을 위해 미국 내 다양한 지역에서 올라오거나 뉴욕 재즈 신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새로운 뮤지션들이 매년 선다. 재즈에 방점을 둔 쇼케이스 페스티벌인 재즈 인 서울(Jazz in Seoul)을 오는 5월 6일부터 8일까지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세종문화회관 봄 페스티벌과 함께 준비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가장 열심히 뛰어다닌 페스티벌이었다. 같은 기간 중 열리는 글로벌페스트는 뉴욕 음악계의 베테랑인 이사벨 소퍼와 빌 브래긴, 산타 타케가 만든 월드뮤직 페스티벌이다. APAP가 진행되는 기간 중 하루 동안 웹스터홀의 지하와 1층, 2층 세 공간에서 12개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월드뮤직에 관심 있는 북미의 거의 모든 기획자가 모인다는 점에서 글로벌페스트의 한국 음악 단체 진출도 전략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과 네트워킹에 가속이 붙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번에 세 개 그룹으로 나뉘어 APAP를 중심으로 ISPA와 칠레에서 열리는 남미 최대의 공연예술 축제인 산티아고 아 밀(Santiago a Mil)에 참가했다. 그동안 한국 공연예술 작품과 아티스트들이 유럽 중심으로 진출했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북미 대륙 개척과 네트워킹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 한다.


▲ 북미 대륙 개척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그 첫 성과로 북미에서 가장 평판 좋고 효율적인 뮤직 마켓으로 소문난 캐나다의 문디알 몬트리올(Mundial Montréal)에 우리나라 그룹이 올해 11월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다. 2014년 서울아트마켓 PAMS 쇼케이스에 선정됐던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APAP 쇼케이스를 열어 미국·오스트레일리아·타이완 등의 관계자들에게 공연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서울아트마켓 쇼케이스와 이름난 무용 축제인 탄츠메세 한국 특집 공연으로 선정된 브레시트 무용단의 약진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소위 세계 4대 공연예술 축제로 꼽히는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해외문화홍보원의 지원으로 진행된 브레시트 공연은 전석 기립박수를 받으며 한국 현대무용의 현 위치와 향후 약진의 방향을 제시하며 동시대 한국 공연예술 해외 진출을 견인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문화홍보원과 해외 한국문화원 등의 지원을 통해 한국의 공연예술이 세계인과 소통하고 시장 개척 및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투어에 따른 안정화와 수익 창출의 선순환 구조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룰 수 있는 미션으로 보인다.

다만, 현지화와 장기적인 투어에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이들의 투어를 잡고, 또 깔끔하게 진행할 에이전시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 기관의 지원과 동시에 민간 영역의 에이전시가 함께 움직여야 이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단순히 어떤 공연을 시장에 진입시키는 것에만 머무를 수 없기에 의지와 능력을 지닌 에이전시 발굴과 지원은 주저하거나 미룰 이유가 더 이상 없다. 에이전시 지원과 더불어 록 페이퍼 시저스(Rock Paper Scissors) 같은 공연 홍보 전문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한국 공연 작품들과 아티스트가 효율적이면서도 자세하게 북미 대륙에 알려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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