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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작곡 애플리케이션
ART&LIFE
글 김호경 기자 3/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3월호 - 전체 보기 )




애플의 개러지밴드, 삼성전자의 사운드캠프부터 손으로 슥슥 그리면 오선보로 기록되는 스태프패드까지

작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머릿속에 새로운 멜로디를 떠올려보라. 그것이 작곡이다. 물론 아무렇게나 흥얼거린 선율에 미적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의 유희가 목적이라면, 그저 재밌는 기분이 들면 그만이다. 또 작곡을 꾸준히 즐기다 보면 언젠가 명작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악보 읽기가 어려워 고민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음악가 중에서도 악보를 읽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 인물이 폴 매카트니다. 매카트니는 대중음악은 물론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의 클래식 음악도 다수 발표했지만 여전히 오선보를 읽거나 쓰지 못하며 시퀀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영감을 기록한다고 밝혔다. 많은 음표로 이루어진 여러 선율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클래식 음악은 오선보에 적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드가 중심이 되는 재즈나 팝은 연주만으로 전파되기도 하기에 사실 악보에 대한 지식의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2011년 3월, 스티브 잡스가 죽기 몇 달 전에 개최한 아이패드2 프레젠테이션에서 애플리케이션 하나가 소개됐다. 맥 PC용으로만 선보이던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개러지밴드’가 아이폰 모바일용으로 개발된 것. 애플은 음악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라는 믿음으로 개러지밴드를 개발해왔다. 작곡과 연주는 더 이상 연마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터치하며 즐기는 놀이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고, 애플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작곡·연주하고 이를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창작의 문턱을 낮췄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공개 행사를 연 삼성은 오프닝 무대를 갤럭시 노트4를 활용한 연주로 꾸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애플리케이션 ‘사운드캠프’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개발 동기는 개러지밴드와 비슷하다. 음악 감상이 대중적 취미로 자리 잡은 만큼 이미 만들어진 음악을 듣는 것에서 나아가 사용자가 직접 곡을 써서 음악 그 자체를 향유하도록 하겠다는 것.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개러지밴드만큼 수준 높은 모바일 작곡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올해 1월, 애플은 오랜만에 개러지밴드를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더욱 전문적인 기능을 추가했다. 무엇이 바뀌었고, 우리는 무엇을 누릴 수 있을까. 이어질 내용을 통해 그동안 감상만으로 음악적 욕구를 충족하던 ‘객석’의 많은 독자들이 창작까지 영역을 넓혀보길 바란다.

더 강렬해진 고수의 귀환, 애플의 개러지밴드


애플의 앱 스토어에서 개러지밴드를 무료 다운로드 받은 후 앱을 실행하면 첫 화면에서 원하는 악기를 선택할 수 있다. 키보드, 드럼, 현악기, 관악기 등을 선택해 각각 트랙을 만들고(최대 32트랙까지 가능), 화면 속 악기를 자유롭게 터치하면 초보자도 쉽게 연주가 가능하다. 모바일에 내장되어 있는 마이크를 활용하거나 유선 마이크를 연결해 목소리를 녹음할 수도 있고, 전자 악기를 연결하면 앱 자체가 하나의 앰프가 된다. 앱 스토어에서 마음에 드는 악기를 추가로 구입해 창작 도구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iOS 기기를 소지한 사람들(최대 4명)이 함께 합주와 녹음을 할 수 있다. 또한 편집기로 음이나 연주의 일부분을 수정·삭제할 수도 있다. EQ, 컴프레서 기능이 추가되어 트랙별·구간별로 상세 조절도 가능하다. 녹음, 편곡, 믹스까지, 개러지밴드는 하나의 작은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다.

연주 자체가 어렵다면, 애플이 새로 추가한 ‘라이브 룹스’를 활용하면 된다. 턴테이블이나 특수 장비 없이 DJ로 변신할 수 있다. EDM, 힙합, 하우스, 록 등 다양한 장르 중 하나를 선택해 탭을 누르기만 하면 지정된 음악 루프가 연주된다. 기본 비트 위에 여러 사운드를 조합하거나 필터, 에코, 레코드판 스크래치 효과 등을 적용하며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1000가지가 넘는 루프가 저장되어 있어 편집만으로도 재미있다. 물론 여기에 녹음이나 연주를 더해 개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새로 추가된 또 다른 기능으로 ‘드러머’가 있다. 9명(개)의 가상 드러머가 각각 뉘앙스를 살린 생생한 비트를 연주해 기계적이지 않은, 실제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표현한다. 가상의 드러머는 사용자가 만든 리프와 호응되는 리듬 반주를 만들기도 하며, 사용자는 녹음된 연주를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어 원하는 사운드를 비교적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음악은 다양한 형태의 파일로 저장이 가능하며 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개러지밴드 외에 또 하나 추천할 만한 애플 전용 앱이 있는데, 바로 ‘뮤직 메모’다.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악상이 떠오른다면 뮤직 메모를 켜보자. 내장 마이크를 통해 선율을 녹음하면 자동으로 곡의 기본 구성이 분석되며 가상 드러머와 베이스 플레이어의 반주를 더해 순식간에 곡을 완성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사운드캠프


삼성전자는 2년간의 개발 기간에 앞서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안드로이드는 독립적 운영체제가 아니라 음악이 스피커로 출력되기까지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진은 안드로이드 구조를 우회해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S 프로페셔널 오디오 시스템. 현재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유일하게 실시간 전문 오디오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해당 프레임워크가 탑재된 단말기에서만 동작하는 제약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오디오 신호처리 박사 과정을 공부한 멀티미디어 앱 개발 전문가 서정욱 수석과 뮤직 테크놀로지 박사 과정의 조태민 과장 등 10여 명의 개발자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대부분의 음악 관련 앱들이 영어로 구현되는 반면, 한글로 되어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쉬운 접근법과 용이성으로 작곡·연주를 즐기는 이용자들뿐 아니라 음악 교사들이나 자녀의 효과적인 음악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까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기능은 애플의 개러지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녹음·편집·믹싱 과정이 모두 가능하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 런치패드 등을 실제 악기처럼 구현할 수 있다. 악기별 연습용 툴을 갖췄고, 멀티트랙 녹음이 가능하다. 최대 8개 트랙의 개별 편집이 가능하며 역시 각종 형태의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앱이 다운되어 작업한 곡이 날아가버리는 사고를 막기 위한 자동 저장 기능도 갖추었다. 사운드캠프는 자체 개발 앱은 물론 외부 업체가 만든 가상 악기 앱, 이펙터 앱도 사운드캠프 안에서 쓸 수 있도록 열린 플랫폼을 지향한다. 현재 사운드캠프 개발진은 안드로이드 전 기기 및 PC 연동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여전히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음악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스태프패드


위의 두 앱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최근 음악학도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10을 선보이며 소개한 ‘스태프패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만든 악보 작성 및 편집 앱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북, 서피스 3, 서피스 프로 4 등에서 호환된다.

피날레, 시벨리우스 등 악보 작성 프로그램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시퀀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대중음악 작곡가들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은 오선보에 연필로 기록한 악보를 컴퓨터에 옮기는 수준에 머물렀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활용해 프로그램에 직접 곡을 쓰는 작곡가도 있겠지만, 집요한 고민의 연속인 창작 과정은 연필을 손에 쥔 채 쓰고 지우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스태프패드는 고급 필기 인식을 기반으로, 디지털 펜을 이용하여 악보를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다. 화면에 오선보를 띄우고 음표, 쉼표, 다이내믹, 아티큘레이션 등을 자유롭게 그리면 된다. 부드럽게 터치되는 화면 위에 휘갈겨 쓴 악보도 위치와 간격을 비교적 명확히 인식한다. 악보 작성 외에 주석이나 자유로운 메모를 구분 인식할 수 있는 레이어 기능이 특징이다. 악보 작성 중 언제든 재생이 가능한데,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와 작업한 수준 높은 라이브러리가 리얼한 사운드를 만든다. 앱 스토어에서 악기를 추가로 구입할 수도 있다. 전체 스코어 및 개별 파트 프린트와 PDF 추출 등이 가능하며 미디와 MP3 및 WAV 등 여러 형태로 저장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8.1의 모든 장치와 동기화를 지원하여 클라우드에 백업하기 때문에 작업물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스태프패드를 두고 영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니컬러스 도드는 ‘펜으로 악보를 적는 것은 곡을 쓸 때 언제나 하는 행위이지만, 이것을 그대로 재생할 수 있다는 건 마법과도 같다.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다’고 했고, 영국의 작곡가 레이철 포트먼은 ‘작곡가로서 삶을 절약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음악은 전보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음악가들은 더 효율적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더욱 마음껏 누리며, 창조적 사고에 전념하기만 하면 된다.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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