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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필하모니와 라디오 프랑스 오디토리움의 파이프 오르간
비슷한 시기에 설치된 두 파이프 오르간에 대하여
글 김동준(재불음악평론가) 1/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월호 - 전체 보기 )




▲ 파리 필하모니의 파이프 오르간 ©Paris Philharmonie/William Beaucardet

지난 10월 29일, 파리 필하모니에서 공사를 마친 오르간의 위용을 접할 수 있었다. 파보 예르비/파리 오케스트라와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티에리 에스케히가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을 연주했다. 그동안 수많은 음반과 연주회를 통해 접했는데, 이날 연주는 이 작품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다. 2400석 규모의 파리 필하모니에서 오케스트라와 파이프 오르간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울림은 실로 강렬했고, 인간의 귀가 감당해낼 수 있는 한계를 느끼게 했다. 에스케히는 전반부에 오르간 즉흥 연주를 통해 파리 필하모니에 설치된 오르간의 가능성을 남김없이 펼쳐 보였다. 에스케히의 즉흥연주는 다소 길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매우 높은 음악적 차원을 느낄 수 있었다. 리거 오르겔바우가 제작한 파리 필하모니의 오르간은 모두 7000여개의 파이프로 구성되어 있다.

라디오 프랑스 내의 오디토리움에도 파이프 오르간 설치가 마무리됐다. 오르간은 게르하르트 그렌칭이 제작했다. 지난 12월 10일 크리스토프 에셴바흐/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가 오르가니스트 뱅상 바르니에의 협연으로 생상스 교향곡 ‘오르간’을 연주했다. 약 한 달 반 간격으로, 같은 작품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반드시 흥미롭지만은 않았다.


▲ 라디오 프랑스 오디토리움의 파이프 오르간 ©Radio France/Christophe Abramowitz

파리의 우안에는 파리 필하모니가, 좌안에는 라디오 프랑스가 파리 클래식 음악 심장부의 우심실과 좌심실을 차지하게 되었다. 문제는 만일 같은 날 비슷한 성격의 연주회가 열리면 파리의 청중은 둘로 나뉘어 두 연주회장 가운데 하나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최근 핀란드 작곡가의 작품을 주제로 기획한 흥미로운 연주회가 절반 정도밖에 채워지지 않은 일이 있었다. 이유는 같은 날 저녁 파리 필하모니에서 주빈 메타/파리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기로 되어 있던 다니엘 바렌보임이 건강상의 이유로 연주를 취소했음에도, 파리의 음악 애호가들은 파리 필하모니를 선택했다.

파이프 오르간은 오케스트라 전용 연주회장에 필요한 마지막 악기다. 비록 사용 빈도가 아주 높진 않아도, 파이프 오르간의 존재 여부는 연주회장의 완성도와 직결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파리 필하모니와 라디오 프랑스의 오디토리움에 오르간이 설치되고, 같은 프로그램의 연주회가 한 달 정도 간격으로 연주되는 것을 보면서 프랑스인 특유의 ‘질투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질투심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양쪽에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수백만 유로 단위의 오르간 제작비는 논쟁 거리였다. 프랑스 내 음악원의 오르간 전공 학생들은 줄고 있고, 심지어 오르간 교수가 은퇴하면 클래스를 닫아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파리 필하모니에서는 2월 6·7일을 파이프 오르간 주말로 정하여, 올리비에 라트리·베르나르 포크룰·필리프 르페브르·웨인 마셜 등의 오르가니스트의 무대를 마련했다. 갑자기 파리는 오르간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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