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Interview
KBS교향악단 사장 고세진
5명의 새 선장, 돛을 올리다 ④
글 김선영 기자 1/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월호 - 전체 보기 )




창단 60주년, 쇄신과 도약의 기회

융화와 조화, 전통과 새로운 기운을 한 데 모아 상승하는 교향악단의 내일

2012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KBS 교향악단은 지난 3년간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교향악단의 재단법인화 과정 가운데 KBS 방송 소속에서 이적을 원하지 않는 단원들과 KBS노사 간 갈등과 봉합의 과정이 반복됐고, 법인화 이후 일 년여 만에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요엘 레비는 내홍을 겪는 악단의 전열을 정비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2015년 봄, 전적하지 않은 단원들의 파견 근무 시한이 최종 만료됐고, KBS교향악단은 신규 단원 채용에 나서 30명가량 충원했다.
변화의 물결 가운데, 박인건 초대 사장에 이어 2015년 9월 취임한 고세진 사장은 새해 창단 60주년을 맞이하는 KBS교향악단의 안정화와 함께 실력과 신뢰의 향상으로 대한민국 대표 교향악단의 명성을 되찾는 것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음악 관계자가 아닌 인사가 KBS교향악단 사장에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KBS교향악단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내 전공은 근동고고학이다. 그간 이스라엘과 아프리카 현장에서 발굴 작업을 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여러 해 전 KBS교향악단 음악회에 바이올린을 전공한 딸이 협연자로 섰다. 아이를 따라 종종 오케스트라 연습실 구석에 앉아 연주하는 풍경을 자주 구경하곤 했다. 그때를 계기로 제안을 받아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법인이사를 하면서 교향악단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같이 고민하고 힘을 모으는 일을 도왔다. 지난여름 이스라엘 필 사장을 만난 기억이 난다. 그는 오케스트라 직원으로 일을 시작해 35년가량 몸담았는데, 자신이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행정을 할 수 있다면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 사장 중 비음악인이 많다는 말로 나를 격려했다. 딸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작품에 관심을 갖고 듣다 보니 지휘자나 다른 음악가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알아가게 됐지만 음악적으로 아직 초보 단계다.

과거 경험들이 지금의 자리를 수행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KBS교향악단 운영위원장이나 이사를 할 때와 달리 지금의 실무는 매일 긴박하게 돌아간다. 단원들과 직원들이 하는 일에 협조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교향악단의 어머니이자 가장 강력한 후원자, 그리고 울타리인 KBS 한국방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 몫이다. 그동안 다른 분야에서 맺어온 인연 중 잠재 관객도 있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우리 일에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차근차근 발견해나가는 중이다. 발굴과 연구로 다져온 경험을 살려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땐 리서치를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는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시간을 보낸 경험 덕에 해결 방법을 해외에서 글로벌하게 찾는 습관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요즘에는 천만도시 서울에서 클래식 음악 애호가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 젊은 관객과 노령 관객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중이다.

초대 박인건 사장의 경우, 상임지휘자 선정 및 자체 수익 향상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특별히 조언을 구한 부분은 없었는지.

당시 법인이사로서 박인건 사장과 이야기를 자주 나눴고, 그때마다 고민이나 어려움을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KBS교향악단의 방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시뮬레이션해온 것 같다. 현재 상임지휘자와 단원 간 융화가 잘 이뤄지는 중이고, 단원들과 사무국 직원 간 협동이 조화로운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격려를 얻는다. 사장 입장에선 교향악단 단원과 사무국 직원이 동등하다. 다 같은 식구이기에 서로 협조해 잘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직원 수가 많지 않기에 단원과 직원 간 융화와 조화, 공동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제700회 정기연주회에서 선보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이후, KBS교향악단이 정말 부활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2015년 교향악축제 때까지만 해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많았는데, 현재 KBS교향악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현 KBS교향악단은 재단법인 출범 후 전적한 단원 60명, 오디션으로 충원된 단원 3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의 전통과 새로운 기운을 잘 버무려 음악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기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습하면서 음악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이것이 실제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 말할 수 있겠다. 결국 과도기를 최소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교향악단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 대표 교향악단이라는 미션을 유지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을 가지는 것이 큰 도전 과제다. 교향악단의 연주가 푸르른 잎과 아름다운 꽃이라면, 그것이 잘되도록 돕는 사무국의 역할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 눈에 안 보이더라도 나무의 뿌리가 튼튼해야 잎도 무성하고 꽃도 활짝 필 수 있다. KBS교향악단이 재단법인화된 지 3년이 지났다. 이제 모든 사람과 시스템이 잘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세진 1953년생. 서울신학대 대학원 석사 졸업,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 졸업(근동고고학 전공), 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 총장·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이스라엘 문화원 법인 이사·에티오피아 시바의여왕땅 고고학 발굴단장·KBS교향악단 법인 이사 외

 

요엘 레비와 함께 발전하는 단원들

지휘자 요엘 레비와 2017년 말까지 음악감독 계약을 연장했다. 그에 대한 내부 평가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요엘 레비는 아주 성실한 지휘자다. 또 단원들을 향해 정직한 지휘자라 생각한다. 음악을 철저하게 악보대로 연주하도록 이끄는데, 어쩌면 교과서적이라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과거 KBS교향악단에서 활동한 연주자와 새로운 단원들 사이에 틈 없이 음악적으로 융화되기 위해선 지금 레비와 같은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어느 작품이든 암보해서 지휘하는 그의 열정을 높이 사고 싶다. 단원들이 그와 함께 정직하게 연주하고, 또 음악적 기량이 향상되면서 단원들의 역량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요엘 레비와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다른 사람과 30분 동안 할 얘기를 우리는 15분 정도면 끝낸다. 영어 혹은 히브리어로 말하든 마찬가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이스라엘 스타일을 동양권 사람들은 당혹스럽게 느낄 때가 있지만, 이스라엘 출신인 그와 이스라엘에 오래 살았던 나 사이엔 그런 대화법에 불편함이 없고, 함께 일하는 데에도 장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취임 소식이 알려진 뒤 요엘 레비가 ‘이제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아서 기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날 때면 그와 공원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 음식도 먹으러 간다. 한국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려면 그들의 문화와 습관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한국 음식을 아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설명하면서 요엘 레비를 데리고 순댓국도 먹으러 갔다. 그가 한국의 문화를 알아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 역시 내 몫이라 생각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외국인 상임지휘자는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지 않을까.

어느 교향악단이든 상임지휘자는 365일 상주하지 않는다. 계약일 수가 정해져있고 유명 지휘자라면 더 바쁘게 돌아다닌다. 정서적인 교감이나 인간적인 교류가 필요할 때는 만나야겠지만, 업무를 위해서는 전화, 이메일, 화상채팅을 이용하고 거의 날마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 했다.

시즌 레퍼토리에 대한 관여도는 어떠한가?

요엘 레비에게 맡긴다. 계약상으로도 그렇다. 사무국에선 현실적인 문제들, 비용이나 장소 등의 문제를 검토하고, 거기서 나온 중간평가를 내가 들고 가서 그와 이야기한다. 여기서 내 역할은 발휘보다는 조정이다. 그와의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런 부분에서 경제적인 조정과 조율로 이어지게 되더라.

재단법인화 이후 2년마다 오디션을 통해 인사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단원평가를 상임지휘자에게 위임했고, 상시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생활에서 문제나 어려움을 느낀 단원은 인터뷰나 상담을 할 수 있다. 현재 2년 연속 하위 2%에 해당하는 단원은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는 것으로 조정됐다. 퍼센트 숫자는 전적한 단원들과의 의견 조정을 통해 이전(3%)보다 낮아진 수치다.

2016년은 KBS교향악단 창단 60주년이다. 기념 해를 위한 특별 연주들이 있다면.

4월, 유채꽃이 만발하는 계절에 제주도에서 한라산음악제를 할 예정이다. 페스티벌 개념으로 2, 3일 정도 열려고 한다. 원희룡 도지사와 회담을 가졌고 후속 커뮤니케이션이 진행 중이다. 가능하면 매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9월에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리는 브루크너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2016년 주빈국이 한국으로 결정됐고, KBS교향악단이 개막 공연을 맡는다.

새해 KBS교향악단의 미션은 무엇인가?

지난 60년 동안 잘하나 못하나, 미우나 고우나 국민들께서 KBS교향악단을 사랑해주시고,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셨다고 생각한다. 60주년이든 100주년이든 우리는 연주 실력을 향상시키고, 양질의 공연을 제공해야 한다. 또 KBS 한국방송이 하는 일에 발 맞춰, 찾아가는 음악회 등 사회공헌 연주 활동이 늘어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위상을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 성취할 과제라 생각한다.

사진 필주(Purple Studio)


copyright ©월간객석/Auditoriu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쇄하기   트윗터 페이스북
이전 페이지 분류: Interview 2016년 1월호
[Interview 분류 내의 이전기사]
(2016-01-01)  연출가 장우재
(2016-01-01)  테너 이용훈
(2016-01-01)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2016-01-01)  채널 클래식스 대표 재러드 색스
(2016-01-01)  세종문화회관 사장 이승엽
Volume 선택:
2017년 9월호
분류내 최근 많이 본 기사
피아니스트 임현정
영화감독 김지운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플루티스트 최나경
첼리스트 이강호, 피아니스트 이민영 부부
피아니스트 문지영
사진가 안웅철&건축가 구승회
연극배우 정운선
영화감독 박찬욱
양해엽·양성식·양성원 일가

(주)객석컴퍼니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7길 12   백상빌딩12층 '월간객석'   |   T. 02)3672-3002   (구독문의: 02)747-2115)   F. 02)747-2116
대표 : 김기태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김기태   |   사업자등록번호:101-86-84423   |   통신판매업신고 제01-26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