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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오타비우 산투스의 르클레르 바이올린 협주곡 Op.7
글 최은규(음악 칼럼니스트) 10/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10월호 - 전체 보기 )


우아한 장식음, 달콤한 톤, 부드러운 뒷맛. 음반을 재생하는 동안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향기가 방 안 가득 번졌다.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에 비해 한결 우아하고 세련된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한 주인공은 바로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루이스 오타비우 산투스. 브라질 출신의 산투스는 일찍부터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에 관심을 갖고 시히스발트 카위컨을 사사한 후 라 프티트 방드에서 활동해왔다. 이제 독주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그가 흔히 접할 수 없는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협주곡 Op.7을 녹음해 관심을 끈다.
코렐리의 ‘라 폴리아’나 비발디의 ‘사계’, 혹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바로크 시대의 바이올린 명곡들은 대개 이탈리아 작곡가나 독일 작곡가에 의해 작곡됐다. 그렇다면 그 시대 프랑스에는 바이올린 음악의 거장이 없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18세기 전반 프랑스의 바이올린 음악계를 주도한 장 마리 르클레르는 비발디나 바흐 못지않은 훌륭한 바이올린 곡을 작곡했다. 다만 오늘날 그의 작품이 덜 유명할 뿐이다. 사실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매우 사랑한다. 오늘날의 바이올린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면 르클레르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8세기 전반기 이탈리아와 독일 작곡가에 비해 이 시대 프랑스 작곡가들의 활동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무용을 사랑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프랑스 음악가들의 음악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다. 아마도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더욱 각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프랑스 음악의 독특한 배경 덕분이리라. 작곡가 르클레르 자신도 무용수 출신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발레 무용수와 발레 교사로 활동했던 장 마리 르클레르는 무용수로서도 스타급이었다. 또한 무용과 함께 배운 바이올린 연주에도 뛰어났다. 결국 나중에 바이올리니스트로 경력을 전환한 그는 파리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멋진 연주로 까다로운 파리 청중을 사로잡았다.
당대에는 고급스러운 취향에 매우 정확한 기교의 소유자로 알려졌던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연주를 지금은 들을 수 없지만 그가 남긴 바이올린 소나타와 협주곡에서 르클레르만의 고유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나친 기교에 치중하지 않으면서도 엄격한 구성을 갖춘 그의 음악에선 고상한 기품마저 느껴진다. 프랑스 음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춤 리듬의 양식화, 그리고 묘사적인 표현은 바이올린 소리에 생기를 더하며, 곳곳에서 섬세한 장식음이 힘을 발휘한다. 지나친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탐미적인 음악세계를 작품 속에 담아냈던 르클레르가 얼마나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였는지를 말해준다.
자신의 작품과는 달리 변덕스런 성격에 쉽게 화를 냈던 르클레르는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한 뒤 그를 질투하는 이에 의해 살해되는 비극을 겪었다. 그러나 사생활의 불행 속에서 그가 생산해낸 바이올린 곡과 그의 바이올린 연주 수준만큼은 최상급이었다. 또한 이 음반에서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한 루이스 오타비우 산투스의 바이올린 연주 또한 당대의 르클레르가 들려줬을 만한 정교한 연주를 재현해내고 있어 인상적이다.
이 음반에 담긴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협주곡 Op.7은 르클레르가 당대의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로카텔리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르클레르의 초기 소나타에 비해 기교가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편이다. 르클레르에 비해 좀더 격정적이고 화려한 연주효과를 추구했던 로카텔리는 일찍이 ‘바이올린의 기술’이란 제목의 기교적인 작품도 남겼지만, 르클레르는 작품번호 7번을 이루는 여섯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로카텔리 작품의 화려함을 참고로 하면서도 프랑스 음악의 우아함과 정교한 구성을 잃지 않았다. 예리하고 날렵하면서도 세부적인 뉘앙스를 잘 살려낸 산투스의 바이올린 연주는 아마도 르클레르가 지향했던 바로 그 바이올린 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산투스의 바이올린 연주는 생동감 있는 활력을 전해주면서도 장식음의 미묘한 맛까지 놓치지 않고 있어 매우 섬세하게 다가온다. 때때로 뻐꾸기를 비롯한 각종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묘사적인 부분에서 산투스의 바이올린 연주는 실제 새소리를 방불케 할 정도의 실감 나는 표정을 전해주기도 한다.
페터르 판 헤이헌이 이끄는 바로크 오케스트라 레 무파티(Les Muffatti)의 상쾌한 연주 덕분에 산투스의 바이올린 연주는 더욱 강한 생동감과 활기를 뿜어내는 듯하다. 고음악 연주 단체 중에는 지나치게 격정적이고 자극적인 연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만, 브뤼셀 출신의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레 무파티의 연주는 지나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레 무파티와 산투스는 흔들림 없는 리듬의 맥박을 유지하며 르클레르의 협주곡을 정확하게 재현해낸다. 작품의 선택에서부터 적절한 해석과 연주에 이르기까지, 고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적극 추천할 만한 음반이다.

글 최은규(음악 칼럼니스트)


▲ 루이스 오타비우 산투스(바이올린)/페터르 판 헤이헌(지휘)/레 무파티 Ramee RAM 1202 (DD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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